- 나의 데님 로드 ( My Denim Road ) -
아즈사와 작별 인사 후 숙소로 돌아가 짐을 내려놓고, 컵라면으로 간단히 식사를 마쳤다. 오늘이 일본에서의 마지막 저녁이기에 남은 시간은 데님과 스트리트 패션을 보기로 했다. 시부야는 일본의 대표적인 패션 거리로 유명하다. 더불어 메이지 도리, 오모테산도 등의 줄지어 이어진 상권은 옷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빼놓을 수 없는 핫 플레이스다. 가이드북이 있었지만 일부 매장은 없어진 곳도 있어서 발길이 닫는 데로 자유롭게 돌아다니기로 했다.
숙소인 호텔 근처를 시작으로 위로 올라가다 Right-On을 발견했다. 사전 정보가 없던 매장으로, 들어가 보니 데님 전문 편집 매장이었다. Levi's, Lee, Edwin 등의 다양한 데님 브랜드를 한 곳에서 만나 볼 수 있는 보물과도 같은 곳이었다.데님과 함께 토털 코디네이션이 가능하도록 티셔츠와 니트, 아우터와 신발 및 액세서리류의 다양한 상품도 같이 있었다. 그리고 데님을 강조한 디스플레이. 국내에선 보지 못한 접근 방식이라 신선했다.
이곳에서 밖에 살 수 없는 '하라주쿠 리미티드 아이템'도 눈에 띄었다. 희소성이 붙게 되면 가격은 좀 더 높아질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가치를 인정하며 좋아하는 옷에 충분한 투자를 마땅히 여기는 인식, 그 바탕 위에 마련된 일본 데님인 것이다.
일본도 장기적인 경기 침체와 맞물려 저렴한 데님에 대한 소비가 늘었다. 하지만 그 안에서도 저가, 중가, 고가의 다양한 가격대의 청바지를 생산한다.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데님의 가치를 충분히 이해하는 대중적 지지를 빼놓을 수 없다. 장인 정신을 기반으로 원단과 워싱 그리고 봉제기술에 그들이 가지는 made in japan 청바지에 대한 자부심. 만드는 사람에게서 입는 사람에게로 이어지는 연대가 부러울 따름이다.
한국에서 볼 수 없었던 다양한 데님을 만져보고 입어 보느라 시간이 금세 흘렀다. 내일 아침 식사할 돈을 제외하고 맘에 들었던 Lee의 청재킷을 구매했다. 가격은 14,000엔. 남은 돈은 얼마 없었지만 꼭 필요한 옷을 살 돈이 있다는 것에 행복했다.
12월은 본격적인 연말. 크리스마스가 있는 달이라 밤이 되니 도시엔 화려한 네온사인이 많았다. 일본 대표 패션의 거리답게 가는 곳마다 다양한 브랜드가 있고, 그 안에서 데님은 빠짐없이 보였다.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의 옷을 보면서 책 안에서 느낄 수 없던 생동감을 체감한다. 비슷하면서도 확연히 다른, 말로는 잘 설명이 안
되는...... 시간은 흘러 더 짙은 저녁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