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의 데님 로드 ( My Denim Road ) -
2017년 12월 1일 금요일.
강풍에 비가 내리던 어제의 날씨와는 정 반대로, 맑고 화창한 아침. 기분 좋게 호텔을 나와 서점을 향했다. 내일 점심 비행기에 출국해야 하기에 이른 아침부터 서둘러 움직였다. 어제 어두운 날씨에 잘 보지 못했던 주변을 바라보다 타워레코드 앞에 섰다. J-POP의 여왕 아무로 나미에의 은퇴 직전 마지막 앨범의 포스터가 양 옆을 장식하고 있었다. 음악을 넘어 패션과 일본 사회 문화 현상까지도 지대한 영향을 끼친 기념비적 존재. 그것을 아쉬워하는 흔적들이 거리 곳곳에 가득했다. 열렬한 그녀의 팬은 아니었지만 화려한 스타가 아닌 평범한 인생 2 막을 새롭게 준비하는 모습을 마음속으로 응원했다.
이번 방문의 가장 큰 목적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첫째는 일본 번화가의 street fashion을 직접 볼 것과, 둘째로 데님에 관한 전문 서적을 구매하는 것이다. 국내 서점과 아마존에서도 정보를 찾기가 어려워 직접 현장에서 찾아보는 것이 빠를 거라 생각했다. 먼저 시부야역 근처 '아오야마 북 센터'를 방문하고, 두 군데의 서점을 차례로 가기로 했다. 그런데 큰 길가는 거침없이 갔지만, 샛길이 나오면서 지도가 헷갈리기 시작했다. 평일 오전이라 행인도 없고 난감했다. 갔던 길을 여러 번 배회했다. 지도를 보면 분명 주변에 서점이 있는데.. 도무지 보이지가 않았다. 그렇게 한참을 헤매다 뒤를 돌아서 반대 방향으로 돌아섰다. 세상에! 거기에 아주 작게 서점의 간판이 있었다. 전지만 한 크기에 주변 경관을 해치지 않도록 여러 개의 상호가 손바닥 만한 크기로 한데 모여있는 형태였다.
간판을 확인했지만 눈앞에 서점은 보이지 않았다. 그 뒤로 멀리 길게 뻗은 길이 나 있고 큰 빌딩이 있었다. 마침 경비원이 있어 길을 물었는데, 이 빌딩 지하에 서점이 있다고 말해주었다. 그야말로 깊은 산속 옹달샘과 견주어도 손색없을 위치였다.
서점 안은 깔끔하게 분야별로 잘 정돈되어 있었다. 패션에 대한 여러 분야의 전문 서적과 한정판 화보집도 많았다. 2017년 12월 1일인데, 벌써 내년 1월 잡지가 나오고... 빠른 전개 속도가 놀라웠다. 3권의 데님 서적을 구매하고 다음 행선지인 로고스 서점으로 향했다.
가방은 무거웠지만 다음 행선지를 생각하니 발걸음은 가벼웠다. 그런데 지도를 이용하던 핸드폰의 배터리가 거의 바닥을 가리키고 있었고, 도시락 와이파이도 접속이 잘 되지 않았다. 주변엔 이름 모를 신사(절)가 보였다. 갈수록 예상치 못한 길로 들어서 난감해하고 있던 그때 학생으로 보이는 젊은 여성에게 길을 물어보았다. 가이드북을 손에 들고 어설픈 일본어로 물어보던 내가 불쌍해 보였는지, 자신의 아이폰으로 번역기를 돌려서 의사소통을 시작했다. 내가 말하는 서점은 이 근처에 없으며, 시부야역 근처에 있는 거라면 마침 본인이 그 방향으로 가는 길이니 동행해 준다는 것이다. 그건 너무 폐를 끼치는 것 같아 괜찮다고 했지만, 때마침 가방을 살펴보다 와이파이 연결선이 찢어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이미 시간을 많이 허비한 상태에, 타국에서 인터넷에 의존 해 홀로 남은 시간을 보내야 하기에 서점은 과감히 포기했다. 대신 USB 잭을 구매하러 시부야역으로 향했다.
내게 친절히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 준 사람은 '아즈사'라는 이름을 가진 예쁜 학생이었다. 시부야역으로 가는 지름길이라며 안내해 준 길 주변은 이국적인 맨션이 있어 보는 것만으로도 즐거웠다. 역 근처 디지털 상가에 가서 USB 잭을 샀다. 갑자기 만난 이방인에게 소중한 시간을 할애해 준 소녀. 너무 미안하고 고마웠다. 초겨울의 날씨였기에 따듯한 음료를 사주고 싶었다. 다행히 커피를 마실 수 있다기에 근처 스타벅스에서 카페모카를 사주었다.(나중에 사진을 보고 알았는데 이때 방문한 스타벅스 위에는 우리나라 '별 마당 도서관'이 벤치마킹 한 '츠타야 서점'이 있었다. 아쉽게 가보지 못했다.)
헤어지려던 순간 잡화점 앞에 진열된 페이크 퍼 목도리가 눈에 들어왔다. 추운 날씨 먼 길을 함께 해준 아즈사. 마침 목에는 머플러가 없었다. 맘에 드는 색을 고르게 하고 가게에서 포장한 뒤 선물로 주었다. 너무 기쁘고 고맙다고 하면서 잘 간직하겠다고 말했다. 그렇게 우리는 시부야 스크램블 교차로에서 아쉬운 작별을 했다.
일본 방문 기간 중 가장 호화로운 식사. 따뜻한 밥으로 만든 오니기리(주먹밥)와 치킨 가라아게(닭튀김).
여기에 바지락이 들어간 미소 된장국. 간편 하지만 배부르고 맛있는 최고의 식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