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문연대기-1. 힙(hip) 하지못해서 미안해

- 나의 데님 로드 ( My Denim Road ) -

by 블루 캐롯




< 마마무 hip ♡- 사진 출처 구글 >







한때 '문송합니다.'라는 말이 유행하던 적이 있다. '문과라서 죄송합니다'의 줄임말로서, 인문계열 전공자의 힘든 취업 현실을 빗대어 만든 유행어다. 경기 침체 속에서 인간 사회의 문화와 역사 등의 지식을 탐구하는 과정은 소외되었다. 바로 밥벌이에 대입할 수 없는 쓸모없는 것으로 평가 절하하는 일부 목소리의 대변인인 셈이다.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 불황과 맞물려 학문적 탐구의 시간마저 가성비를 따지게 된 것이다. 내가 30대에 패션디자인을 전공하려고 할 때 이와 비슷한 반응을 보인 사람이 많았다. 스무 살도 아닌데 지금 대학 가서 언제 졸업할 것이며, 하필 졸업하면 취업이 보장되는 학과도 아니라는 이유였다.




그저 옷이 좋아서 공부하고 싶었다. 너무 단순한 한 가지 목적으로 입학했고, 졸업도 했다. 잡지사 에디터를 희망하던 내가 차선책으로 찾던 취업의 시작이 우연히도 데님이었다. 그렇게 멋모르고 발을 들인 데님이 점차 좋아졌다. 동대문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의류의 메카였고, 많은 전문 인력을 필요로 하고 있으니 나의 일자리도 있을 거라 생각했다. 다행히 프로모션에서 일했던 경험이 있기에 나이는 많았지만 면접을 볼 기회가 있었다. 그중 한 군데는 처음부터 내게 호의적이었지만, 나는 마음속에서 거절했다. 사무실 바닥에 난도질되어 수북이 쌓인 청바지 더미를 보고 놀랐기 때문이다. 데님을 하는 곳에서 옷을 함부로 대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마지막으로 면접을 본 곳은 밤 시장의 상가에서였다. 저녁 8시 오픈 시간에 맞춰 매장 앞에서 진행되었다. 나를 처음 보고 사장님께서 하신 말은 "본인이 디자이너와 어울린다고 생각하세요?"였다. 그날은 비가 왔다. 저녁에 면접은 처음이라 시간을 여유 있게 왔었다. 동대문에 온 김에 토털 디자이너로 일하는 친구도 만나고, 남은 시간엔 전태일 다리 근처를 돌다가 도매가로 아버지 잠바를 구매했다. 비가 내려서 잠바를 보호하려고 백팩 안에 접어서 넣었는데, 가방이 심하게 비대해져 있는 상태였다. 그 모습이 몹시 볼품없어 보였던 것이다. 하물며 사장님은 가게의 인테리어만큼이나 화려한 분이었다. 사장님의 첫마디 이후 몇 분간의 정적이 흘렀는데, 그 짧은 시간 동안 내가 한눈에 보기에 힙(hip) 하지 못한 사람이라 미안했다. 트렌드와 유행에 촉을 곤두 세 워 경쟁하는 이 경연장에선 나의 나이도, 외모도, 경력도, 그 무엇 하나 핫(hot)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에게 실망하는 눈빛이 역력했다. 그래도 면접을 왔으니 준비 해온 것은 보여 드리고 가야지 하는 생각에 포트폴리오를 보여 드렸다. 그런데 앞서 세 군데의 면접 시 살펴보던 면접자들과는 달랐다. 매우 세심하게 보며 종이를 천천히 넘겼고, 곧이어 "우리 같이 일합시다!"라는 대답이 들렸다. 더불어 "데님이 왜 좋아요?"라는 질문을 하셨고, 순식간에 분위기가 화기애애졌다. 내가 힙(hip) 하지 못해서 미안했던 마음이 덕분에 조금 수 그러 들 수 있었다.









< 내 기준 , 현재의 hip >




최근 코로나 19로 인해 환경과 생태계에 대한 패션계의 관심도 더 뜨거워졌다. 2020년 F/W 스텔라 맥카트니 런웨이에 동물의 착장을 하고 모델들이 걸어 나왔다. 환경을 생각한 소재와 지속 가능한 패션은 이제 진정한 힙(hip) 함을 논 할 때 필수불가결 한 요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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