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인간으로 쓴 일종의 소설

글쓰기의 상품화

by Blue Duck

한 인간이 글쓰기 플랫폼을 켰다가, 10초 쯤 가만히 있다가 끈다. 다시 한번 타인의 인정을 구걸하려 하다가 멈칫하는 것이다. 그래 한 순간이다. 그러나 그 행동의 이면에는 여러가지가 무의식 속에서 번개처럼 지나가는 것이다.


'글을 돈과 엮는 순간 나의 유일한 도피처가 또 사라지는 것 아닐까? 돈이 안되는 글이니 쓰기도 싫어'


'인정 욕구를 또 바라고선 글을 올려버리면, 또 그것을 시작으로 약점이 커지게 되는 것이 아닐까? 칭찬과 미소, 인정은 나를 등쳐먹는 인간들이 즐겨쓰는 도구이니까. 카네기 인간관계론의 핵심도 그것이니까. 나도 그걸 착실히 타인에게 쓰니까 말이다. 어제도 나는 중고 상품을 반 값으로 후려치고는 웃고 칭찬하며 마음을 약하게 만들어서 구매하지 않았는가?'


'타인에게 나의 가치를 드러내는 행위에서 어떻게 인정욕구를 분리할 수 있을까? 어떻게 돈에 대한 욕망과 분리할 수 있는가? 불가능하다. 드러낸 시점에서 게임 끝이다. 그것으로 인정받고 싶으며, 돈을 벌고 싶은 것이다. “이것을 올려서 유명해지면 대단해보이겠지? 돈도 꽤나 벌 수도 있겠다.” 라는 생각이 반드시 의식하지 못했더라도 지나치는 것이다.'


이러한 생각들이 말이다.


어떤 위대한 의지나 통찰을 지닌 인간이 있다고 치자. 그 인간은 인정과 욕망, 돈에 대해 환멸을 느끼고 온갖 찌릿하고 단단한 통찰을 글로 써내려간다. 그리고 그것을 어딘가에 올린다. 그는 인정받은 적이 사실 많이 없다. 그래서 내성이 없다. 그러나 머리로는 인정이나 돈이 역하다는 것을 안다. 그 순간 올린 글이 최고의 상품성을 띄고 다수가 그를 갑자기 추앙하며 돈을 주는 것이다! 그러면 저항이 없는 그는, 인정의 달콤함에 통찰을 잃어버리고, 인정을 더 받기 위해 마약 중독자 마냥 대중의 입맛에 맞는 양산품을 찍어내려 한다. 그러는 순간 통찰은 사라지고 인간들은 그를 퇴물이니 속물이니 하며 버리는 것이다. 그럼 그에게는 무엇이 남는가? 자신의 도피처이던 글쓰기의 상품화와 가격 할인, 신념의 손상, 그리고 몇 달 쯤 숨만 쉬면 사라질 돈 몇 푼만 지갑에 남는 것이다. 사람이 남지 않냐고? 도구로서 통찰이라는 상품을 뽑아내지 못하는 인간은 쓸모가 없다. 사람은 빠르게 사라진다. 처음에는 그도 저항하려 했다. 그러나 여자 경험이 없던 그는 예쁜 여성 독자가 날린 추파 한번에 완전히 무너져버렸다. 여자의 인정, 그것은 섹스와 인정이라는 본질적인 2가지의 욕망이 합쳐진 것이다.


그런 것들을 어떻게 견딜 수 있나? 어떻게 흔들리지 않을 수 있나? 웃기게도, 여자들과 섹스를 많이 해보고, 인정을 많이 받아보면 된다. 뭐든 환상이 있는 것은 직접 실컷 맛봐야 환상이 깨지고, 기존의 고통들과 별 다를게 없던 것이라는걸 이해하게 된다. 머리가 좋으면 논리적으로 지금도 이러니, 규모가 커져도 비슷할 것이라는 생각과 함께 기대가 사라질 것이다. 좀 머리가 나쁘거나 운이 안 좋으면 여러 여자를 거칠 수도 있고, 인정을 받기 위해 여러 광대 짓거리를 할 수도 있는 것이고…


너무나 역설적이다. 너무나 잔인하다. 바라면 멀어지고, 바라지 않으면 기어들어와서 흔든다. 그렇게 손에 올라왔을 때, 입 안에 든 물처럼 삼키고 싶은 욕망이 가득할 때 조금이라도 삼키려고, 쥐려고 하면 다시 손에서 나가버린다.


결국 단단한 인간이라는 것은, 갈증이 가득한 입 속에 물을 넣었다가, 삼키려고 하면 빼버리고, 벌로 몽둥이질을 실컷 당하고, 후회하며 다음에는 한 방울도 안 삼켜야지 다짐하다가, 그 사실을 잊고 방심했을 때 또 물을 갑자기 잔뜩 쳐 넣어버리고, 또 빠지고 얻어 맞고, 또 후회하고 망각하고, 또 쳐 붇고 빠지고 얻어 맞고… 그러한 고문을 끝도 없이 당하다가 물을 삼킬 능력을 잃어버린 인간을 뜻하는 말일지도 모른다. 의지라기 보다는… 어떠한 기능의 상실인 것이다. 무언가가 상실되었다.


인간은 의지만으로 탈수 상태에서 물을 삼키지 않을 수 없다. 그저 공포만 있을 뿐이다. 삼키면 뭔가가 그 인간에게 반드시 폭력을 행사하고 무언가를 뺏어갈 것이라는 경험적인 확신. 그래서 그 인간의 목구멍이 딱 붙어버린 것이다.






누군가는 아직 덜 맞았나보다. 그러나, 세상은 곧 몇 차례 그를 더 두들겨 팰 것이고, 그도 곧 훌륭한 어른으로서 완전히 목구멍이 딱 붙어버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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