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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록별 마실 Apr 22. 2024

만점의 높이는 사람마다 다르다

자신만의 낡은 잣대로 점수를 매기는 상사

 사무실 전화벨이 울린다. 예전에 같은 부서에서 함께 근무했었고 나 보다 연배이면서 입사동기이기도 한 인사부장이다. '박 부장, 내가 보기에는 괜찮은 직원인 것 같은데 근무하는 곳마다 오래 근무하지 못하는군. 박 부장 부서에 보낼 테니 역량을 잘 살려봐, 자네가 그런 일 잘하잖아.' '형님, 인력 충원을 요청하기는 했지만 부서에 오면 바로 퍼포먼스를 내야 하기는 한데.... 형님의 직원 보는 안목도 있으시니..., 알겠습니다. 제가 해보죠.' 정기 인사이동으로 우리 부서에 배치된 A는 명문대를 졸업하고 은행에 들어온 직원이다. 물어보지도 않았는데 부서 직원들이 A 직원의 그동안의 일들을 얘기해 준다. 직장 생활에서 인사발령으로 이동하는 사람들에 관한 얘기들이 직원이 '부임'하기 전에 먼저 '부임'하는 흔한 풍경이다.


 보통의 직원들과는 조금 다르기는 했다. 수줍음도 있는 것 같고, 보고할 때 이런저런 불필요한 사족 달며 '똑 부러지지 않은' 것 같은 인상이다. 우리 부서는 금융상품을 개발하는 부서라서 하나의 과제가 상당기간 길게 진행되는 특징이 있다. 직장인을 타깃으로 하는 신용대출 상품을 개발할 경우, 시장조사, 경쟁상품 조사, 타깃 고객 데이터 분석, 공략 포인트 잡기, 상품설계, 각 종 위원회 및 감독당국 승인 등 절차가 많다. A직원에게 상품개발 과제를 부여했다. A직원에게는 금융상품 개발이 처음 하는 일이라서 일단 큰 과제를 알려준 후 단계별로 업무를 분해하여 부여했다. 다음 날, '부장님이 지시하신 것을 조사해 보니 추가적인 이슈가 나와서 검토해보고 있는데 부장님의 의견은 어떤지 궁금해서요...' 하나의 과제를 주면 그것만 갖고서 매달리지 않는다. 큰 틀에서 보려는 노력이 보인다. 그리고 소통하려 한다. 다른 직원들과는 다른 방식으로 일할 뿐이다. 일단 안심이다. 잠재해 있을 뿐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것들이 많음을 직감했다. 인사발령으로 내가 다른 곳으로 이동할 때까지 함께 근무한 1년 이상의 기간 동안 A직원은 여러 미션들을 비중 있게 수행했으며 다른 직원들과도 큰 불협화음 없이 잘 더불어 근무했다. 나와 함께 100km 자전거 라이딩도 몇 번 했다.


 상사는 자신의 잣대로만 직원들을 평가하려는 경향이 있다. 심지어 자신의 성에 차지 않는다고 지인에게 부하직원 험담까지 하는 사람도 봤다. 자신의 얼굴에 침 뱉기다. 유비도 전장에서 활약할 장비나 관우가 필요하다. 하지만 의형제인 장비, 관우는 '용맹'에 특화된 멤버다. '지략'에 능한 공명이 필요하다. 지략의 잣대로 장비를 평가할 수는 없다. 장비는 싸움을 잘하는 멤버이며 싸움이 자신의 장점이다. 용맹한 장비도 자기 관리에 소홀하여 부하들에게 죽임을 당했다.


 리더는 팔로워들의 특장점을 잘 파악하여 적재적소에 배치할 줄 알아야 한다. 그래야 시너지가 생긴다. '내가 실무자 때는 어땠는 줄 알아?' 이건 자신만의 잣대고 자신만의 평가기준이다. 그렇게 말하는 상사도 '실무자 때'는 역량이 미흡한 직원이었을지도 모른다. 직원들마다 갖고 있는 장점을 살려서 조직을 이끌어갈 수 있어야 한다. 장점이 부각되어 능동적으로 일하는 부서는 일하는 분위기도 좋을뿐더러 성과도 좋다. 자신이 갖고 있는 잣대를 버리고 부하직원의 자리로 가서 함께 대화하라! 팀워크는 저절로 좋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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