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형과의 사별로 인한 상실과 회복에 관한 내용이라는 <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의 제목을 접하고 미술관에서 경비원으로 일하는 사람에 관한 특별한 이야기인가 궁금해졌다.
저자 패트릭 브링리는 특별한 사람이 아니다. 미국인이라는 점 빼고는 우리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는 회사원이다. 형을 떠나보내고 저자가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서 경비원으로 근무한 기간은 2008년부터 2018년까지 10년간이다. 이 책은 그로부터 5년 뒤인 2023년에 출간되었다. 저자의 결혼식이 예정된 날에 형의 장례식이 거행되는 어처구니없는 현실을 이겨내기 위해 이직 후 미술관에서 경비원으로 근무하며 이를 극복하는 삶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풀어내고 있다.
그런 과정들의 이 책의 목차만 훑어보아도 그가 어떻게 슬픔을 이겨내고, 그 과정에서 예술에 한 걸음 더 깊어진 이해의 과정을 볼 수 있다. '가장 아름다운 곳'인 미술관에서 '가장 단순하게' 경비원으로 일하며 다가오는 '완벽한 고요'를 통한 위로를 받았다는 목차만 보아도 책의 전체적인 내용이 짐작이 간다.
"내 데스크에서는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이 보였다. (중략) 이곳이 나의 틀이 될 것이다. 나는 <뉴요커>의 저명한 틀에 들어가 다시 태어날 준비가 되어 있었다"로 그의 젊고 희망찬 청년의 삶이 시작되었다. 하지만 "뉴욕은 하루아침에 암 병동의 병실과 형의 퀸스 아파트만 남은 도시"로 변하고 만다. 하지만 "생각해 보니 지난 몇 주 동안 형이 죽은 뒤 처음으로 내 삶이 방향을 잡았다고 느끼게 해 준 일들을 지나오고 있었다." "형이 세상을 떠나고 나자 나는 내가 아는 공간 중 가장 아름다운 장소에서, 떠올릴 수 있는 가장 단순한 일을 하는 일자리"인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으로 일하는 전환점을 맞이한다. 그곳에서 저자는 "전시관을 거닐다 보면 낯설고 먼 땅의 여행자가 된 것처럼 느껴진다. 옆구리를 찌르는 동반자도 없이 혼자서 말도 통하지 않는 외국 도시를 돌아다녀본 사람이라면 그것이 얼마나 놀랍도록 몰입하게 되는 경험"을 통해 치유의 과정을 보낸다. 수많은 옛 거장들의 작품을 곁에서 지키며 예술은 "우리에게 뻔한 것들, 간과하고 지나간 것들을 돌아보도록 일깨워준다"는 것을 깨달으며 뉴욕 도보여행 가이드의 삶으로 이동한다.
저자는 형과의 사별로 얻은 상실감을 극복하기 위해 '단순한' 일자리로의 도피를 택한 것이다. 누구나 소중하게 여기는 것들이 있다. 소중함을 잃은 누구나 실망감에 삶의 의욕을 잃을 수 있다. 저자는 그런 상실감을 단순한 속에서 찾은 예술에서의 위안을 통해 삶으로 복귀한다. 상실로 인한 회복의 과정을 장장 359쪽에 달하는 분량으로 담담하게 써 내려간다. 독자 또한 담담하게 읽으며 저자의 상실과 회복의 과정을 따라갈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서양권 작가들에게서 자주 목격되는 장황한 글쓰기는 독자로 하여금 지루함의 늪으로 빠져드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목차를 훑어보면서 책의 전반적인 흐름을 예상하고 장장 359쪽을 따라가기에는 상당한 인내심도 필요했다. 개인적으로 나는 번역서라면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 생각하고 읽을 수밖에 없었다.
경쟁이 극에 달한 한국의 직장인들 중에는 번아웃 상황에 빠진 경우도 많을 것이다. 나의 경우도 오랜 직장생활에서의 스트레스 상황에서 마음의 위안과 나를 찾는 과정에서 많은 책들을 읽었던 경험이 있다. 이 책도 나와 비슷한 상황에 처한 한국의 직장인들이 읽으며 담담하게 삶을 찾아가는데 어느 정도 도움이 될 것 같다. 하지만 이 책은 미술관 및 그곳에 전시된 작품을 기술하는데 대부분의 지면을 할애하고 있다. 각 종 매체에서 홍보하는 내용을 보고상실의 극복이라는 과정에 흥미를 느껴새로 이 읽을 독자라면 참고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