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도

나의,

by 진주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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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랑 바르트의 <애도 일기> 는 늘 내 침대밑에 있었다. 중간중간 포스트 잇이 삐져나온 채로.

어머니를 잃고 짧은 단상들을 구토처럼 게워내던 그 심정을 안고 살았다.

어쩌면 한국에서라면 그런 글은 출판사에서 거부를 당했을지도 모른다.

슬픔의 보고서를 왜 굳이 내는 가, 하고.

팔리지 않을 글이네요, 라고.

조금 더 솔직하자면.

욕 먹기를 각오하고.

그저 취향이라고 들어주신다면.

요즘 난무하는 위로의 글들에 나는 책장을 넘기지 않는다.

위로를 하는 것도 재능이겠지만.

겉만 존재하는 위로의 글들은 과정 없이 그저 손만 내민다.

그 손을 잡고 일어서는 누군가들도 많겠지만.

내가 언젠가 그런 글을 쓰려면 나는 내 영혼의 나체를 드러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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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 나는 위로를 얻었다. 고개를 끄덕이고 있다. 아직도.

나의 신경적인 지병이 병, 으로 F39, 라는 번호를 얻었듯이.

절망의 근원을 안다고해서 회복은 아니다.

그저 그 절망에 대해 억지로 능통해졌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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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어쩌면, 요상한 방식으로.

누군가를 안아줄 수 있을지도 모른다.

고개를 돌리지 않고.

고개를 힘차게 끄덕이면서.

타인의 절망이나 슬픔에는 그렇게.

소리도 없이 다가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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