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하루,

by 진주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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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시계는 느려진지 오래 되었고.

마땅히 떠날 곳도 지금은 없다.

바다를 보고 싶다.

하루종일.

오늘 슬쩍 열 줄의 글로 다음 소설을 타진해보고

바흐의 연주를 몇시간동안 들었다.

그러니 괜찮은 하루.

그렇게 여긴다.

글에는 겁을 내지 않지만.

일상의 모든 것들은 내 기력이 감당하지 못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글을 쓰고야 만다.

에너지를 느끼고 싶어서.

내일은 이번 소설에 참고할 책을 사러 서점에 가볼까. 반반이다.

이렇게 긴 하루에도 잠은 쉽게 들지 않는다.

지금이 내게는 새벽 같아서.

내일 쓸 꼭지들만 새 노트에 적어놓았다.

이 이야기가 진행된다면 그렇게 또 일 년을 혹사하고 집중하고 버티겠지.

그러니 써야지.

쓰다보면 생기는 알고리즘에 즐거워하면서.

어쩌면 내 책들은 누군가가 내 얘기를 들어주길, 좋아해주길 바랬다면 나오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이기적이지만 나는 개인주의다.

대신 내 글의 책임은 온전히 나의 몫이라는 걸 어떻게 잊을까.

그저 가끔 멍하고 싶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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