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과거는, 접는 것이 아니라 활짝 펼치는 것. 우산의 결마다 다른 시절의 수분을 천천히 증발시키고 빛을 받게 하고 그 때는 안아주지 못했던 것들을 놀라지 않게 살며시 포옹해주는 거대한 일.
잘 버티기도 했고 하염없이 어리석기도 했고
꿈이 없다는 것에 절망했으며 절절하게 나를 던지고 버리고 찾았었다.
내게 온 거의 대부분은 어려운 수학 같았지만, 차라리 수학이라면 답이라도 있었겠지만.
그래도 끔찍하게 무심하거나 지독하게 매달렸다.
생을 망치기 일쑤였다. 마치 그것에 특별한 재능이 있는 인간처럼.
나는 뒤를 본다. 앞은 이제 크게 궁금하지 않다면 이상한 소리일지 모르겠지만 뒤를 보다 넘어지는 것보다 앞만 보다 넘어지는 일이 많다는 걸 조금은 스스로 깨달았으니.
불가능한 얘기지만 사람들은 언제로 다시 돌아가고 싶어? 라고 질문도 한다.
없다. 그래도 그저 한 시절을, 하루를 떼어낼 수 있다면 반복하고 싶다. 네가 유난히 건강하고 기분 좋았던 날을 골라서.
요즘 더 심장이 날뛰는 건 그립다, 라는 말을 입술 밖으로 내뱉으면 감당 못 할 자신을 아는 고집 덕이다. 목 안이 묵직하다. 그리움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