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득찼던 팔이 허전해 툭, 불거진 갈비뼈를 만지고 패여가는 몸을 한참 뒤에야 깨닫고 거울을 되도록 보지 않으려고 시선을 돌리고 밤과 낮의 구분은 완벽하게 사라지고 눈물에 피부가 짓무르고 지상에서 존재하는 것을 증오하고 쉼 없이 동굴을 파대고 새로운 강박증을 얻고 그때 나를 공격하던 타인들을 영원히 버리고 어떤 책의 한 단어도 읽지 못하고
모든 감각이 열려 소리들에 취약해지고 시간이 멈췄다는 것을 절절히 받아들였다.
앙상한 몸 속에 들어있던 감당하기 어려운 상실의 흔적은 지금도 가지고 있지만 버틸 목적 없이도 여기에 존재하고 있다.
가슴 아픈 시절을 겪었고 겪고 지금 숨 쉬고 있는 이들에게 허튼 소리는 하고 싶지 않다.
그저 잊을 수 없는 것들이 있다면 평생 아껴가며 조각을 내서 하루치의 마음 주머니에 넣고 곁에 있다고 믿고 또 나아가세요. 저도 그럴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