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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가 뭐예요?

by 문장 수집가
브런치가 뭐예요?


낯설지 않은 질문이다. 브런치라는 글 쓰는 플랫폼을 아는 사람이라면 왜 모르지?라는 반응이 나올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에게는 브런치는 식사의 개념이거나 아니면 아예 브런치에 관해서 모를 수도 있다.


서두를 열었던 브런치가 뭐예요?라는 질문이 발생했던 상황을 설명하자면 이랬다. 50세 이상만 수강을 하고 있는 프로그램에서 어떤 한분이 자기소개 시간 중에 브런치라는 단어를 언급했다. 자신은 현재 블로그에 글을 쓰고 있으며 조금 더 나아가서 브런치에 도전해 보고 싶다는 말과 함께 수줍은 미소를 지으며 자리에 앉았다. 처음부터 귀를 기울이며 그렇군요. 그렇지요. 하면서 맞장구를 치던 강사님이 브런치라는 부분에서 네? 브런치요? 그게 뭔가요? 하면서 진짜로 궁금한 표정을 지었다.


나를 포함한 15분 중에 나와 그분은 브런치를 아는 사람, 다른 분들은 모르는 사람이었지만 거의 강사님과 같은 표정들이었다. 스마트폰 검색들을 바로 하고 아~ 이런 거구나 하는 메아리들이 한참 동안 생성되기도 했다. 그렇지만 브런치에 대한 궁금증이 발생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던 모양이다. 추가 질문이 더 이상 나오지 않았으니 말이다.


그런 거 몰라


사실, 나의 주변에도 거의 대부분 이와 같은 반응이 많았다. 브런치를 모른다고 답한 친구들에게 인스타그램, 페이스북을 하느냐고 질문을 하면 위와 같은 대답을 많이 듣기도 했다. 브런치를 모른다고 해서 사는데 아무 지장이 없다.


그래도 네이버에서 운영 중인 플랫폼 밴드는 대다수가 이용 중이라고 말을 한다. 본인이 편한 매체를 선택해서 이용하면 되는 것이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전문성을 지닌 분들은 브런치에서 활동 중이거나 작가 승인을 도전 중이라는 말을 종종 듣고 있는 중이다. 생각하건데, 모든 상황은 필요에 의해서 찾게 되고, 관심 가는 부분에 집중하다 보면 그에 따른 연결고리가 생기는 게 아닐까 싶다.


그렇다면 나에게 브런치란 뭘까?


한마디로 표현하기는 어렵지만, 그 당시 나에게는 비상구가 필요했던 것 같다. 나 역시 블로그에 글을 쓰고 있고, 스마트폰 메모장에 아무렇게나 저장이 되어 있는 두세 줄짜리 글들이 이름표를 달지 못한 채 쌓여가고 있었지만 그땐 브런치보다 그런 방식이 나에게 익숙하고 편했던 것 같다. 고만 고만한 키를 넘지 못하고 더 이상 성장하지 못했던 나의 평범함에 대한 자기 합리화였을지도 모른다. 지금도 도토리 키재기를 벗어나지 못하는 현실은 계속 진행 주임을 부정할 수가 없다.


그럼 왜 브런치를 두드렸을까? 그때는 계기가 있었다. 바로 느닷없는 아버지의 죽음이 나를 이곳으로 데려다주었다. 4개월간의 투병, 시한부라는 사실을 알리지 못한 딸의 죄책감, 응급실에서 더 이상 연명치료를 하지 않겠다는 서류에 했던 사인, 처음부터 끝까지 곁을 지켰지만 왜 하필 나였을까?라는 생각이 자꾸 나를 무너뜨렸다. 아버지는 떠나면서 나에게 덕분에 고마웠다 라는 말을 남겨 두었다.


덕분 에라니, 나는 왜 하필 나였을까?라는 마음을 품고 있었는데 말이다.


원가족에게 조차도 닿지 않았던 아버지의 슬픔과 두려움, 고통을 지켜봤던 나는 아버지가 했던 모든 말들이 유언과 같았기에 그 마음을 혼자 담아두기가 너무 아팠고, 속상했고, 화가 났고, 누군가가 너무 미워지기도 했다. 나는 내 감정을 풀어놓을 비상구가 필요했고, 그렇게 브런치를 두드리게 되었다.


노트에 드문 드문 적어두었던 아버지와의 일상들이 '아버지는 부재중'이란 글로 그렇게 세상에 태어나게 되었다. 글은 다 쓰고 나서 알았다. 나의 고해성사가 필요했던 시간이었다는 것을 말이다.


얼마 전 그 글들 모두 발행 취소를 했다. 가볍지 않았던 그 과정들은 이제 과거가 되어 가고 있다. 하지만 쓰였던 글들을 볼 때마다 드는 생각이 있다. 비상구를 지나왔을 뿐이지 시간이 약이라는 말은 맞지 않다고 말이다.


그래도 고맙다.


정말이다. 너무 고마웠다. 누구에게도 닿지 않을 거라는 나의 원망은 글을 쓰는 동안, 어느 정도 정리가 되었고, 지금은 비상구가 되어 줬던 브런치라는 공간에서 여러 통로를 만들어 보고 있는 중이다. 다소 느리지만 글의 행간에 질서를 찾아보면서 말이다. 때로는 브런치에서 사라졌다는 안내 메시지도 받기도 하는 중이지만..


앞서 브런치에 도전해보고 싶다는 그분에게도 포기하지 말고 도전을 해보라는 응원을 보내고 싶다. 종종 백일장에서 수상도 했다는 말에 힘을 주었는데, 그 말끝에 날개가 달렸으면 좋겠다. 덕분에 이렇게 글 한편을 쓰게 되었으니, 그 또한 고맙다고 해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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