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살 수도 없고, 공짜로 받았으면 좋겠다.
어느 날이었던가, 친구들과 카톡을 하다가 상황에 맞는 마땅한 답변을 찾지 못했던 적이 있었다.
그때 카카오톡 이모티콘으로 대신 보내려고 찾아보다가 마땅한 게 없어서, 한참을 뒤적거리다가 다양한 이모티콘을 공짜로 받았으면 좋겠다는 혼잣말을 허곤 했다.
그리고 얼마 후 딸아이가 카톡으로 엄마, 오늘 선물이야~~~ 하면서 이모티콘 플러스 사용권을 선물해 주었다.
나는 그게 무엇인지 알았지만 입꼬리에 가득 묻은 미소를 숨긴 채 "이게 뭐야?"라고 모른 척 물어보았다.
"전에 엄마가 '이모티콘이 많았으면 좋겠다'라고 혼잣말하는 거 들었거든, 오늘 친구랑 카톡으로 여러 가지 이모티콘 주고받다가 엄마 생각이 나서 엄마도 친구들이랑 대화할 때 쓰라고, 별거 아니니까 부담 갖지 마. 알았지?"
선물은 이유를 불문하고 기분은 참 좋은 것 같다.
내가 다른 사람에게 선물을 하는 것도 좋지만, 나 역시 누군가에게 받는 선물은 감동이 깊숙이 느껴진다.
특히, 아이들에게 받는 선물은 자식 자랑질을 더 부채질하게 만든다.
이제 우리가 엄마를 유로로 살필 테니까 엄마는 우리를 무료로 이용해..
자식들에게 받는 선물을 부담스러워할까 봐 딸이 덧붙인 말이다.
언제 이렇게 커버렸을까? 엄마가 써내려 가는 삶의 일기장을 읽어내서
자신들이 생각을 행동으로 옮겨주는 나의 아이들이 참 고맙다.
무엇보다도
엄마의 감정을 구독해 주고
엄마의 주머니 사정도 구독해 주고
디지털 세상 속에서 표류할까 봐
엄마의 자존감까지 구독해 주며 살펴주고
엄마라는 존재를 구독하면서
엄마의 혼잣말조차 쓸모 있게 만들어 준다는 사실이 참 좋고, 참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