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색을 멈추겠다고 말한 이후부터 죄를 지은 것도 아닌데 자꾸 주변을 살피고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하는 날들이 많아져 갔다. 그런 연유로 되도록이면 외출을 삼가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임에 나가게 되면 나의 흰머리를 봐도 너무 놀라지 말라는 사전안내를기본적으로 하게 되었다. 하지만 그에 대한 반응은 늘 이랬다.
아니 대체 어느 정도이길래 그래?
그때마다 누구나 다 알만한 사람을 예를 들어줬지만
에이 설마 그 정도겠어? 과장이 너무 심한 거 아냐?
라면서 못믿겠다는 반응들뿐이었고 모임 당일에도 하나같이 그런 용기가 대단하다고, 사람 놀라게 하는 재주가 있다는 말을 끊임없이 반복하고 반복했다. 나는 누군가를 놀라게 하는 사람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언제부터인가 자꾸만 사람들을 놀라게 하고 있는 중이다.
한번은 이런일도 있었다. 동네의 노인복지관에 자원봉사를 신청하고 갔었는데 담당자가 나를 보더니 아~~~하는 말과 함께 그 당사자가 내가 맞는지 계속 확인을 했던 적이 있다. 아마도 흰머리 가득한 어르신처럼 느껴졌을테고 컴퓨터를 할 수 있을까?하는 의심이 들었으리라. 그럴때마다 나는 컴퓨터로 업무 처리 가능하니까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안심을 시켜주었지만, 엄밀히 따지자면 놀래키는 사람은 내가 아니라 나를 본 사람들이 놀라는거라고 말하고 싶다.
사실 말은 이렇게 해도 나도 감정을 느끼는 사람인지라 사람들 마음대로 생각하고, 마음대로 판단하고, 마음대로 표현하는 상황으로 인하여 피로감에 시달리기도 했다. 내가 아무리 싫다고 한들 상대방은 그런 나의 마음까지 살피지 않는 법이기 때문이다. 처음이나 지금이나 흰머리로 사람 놀래키는 재주는 얻고 싶지 않았지만, 이제는 자의반 타의반으로 공식적인 재주가 되어가고 있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