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부터 자취를 시작한 나의 삼시 세끼에 아침은 사라진 지 오래다. 그때 영향으로 흰머리가 생겼다며 아버지는 항상 노심초사한다. 가난이 유독 나에게만 모질었다면서 매일같이 반백살 자식의 앞마당에서 늘 불침번을 서신다.
어려서부터 몸이 약해 지금까지도 아픈 손가락이 되어 불효를 저지르는 중이다. 다시는 염색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는데 아버지의 ‘어디 아프냐?’라는 한마디가 자꾸 내 맘에서 서성거린다. 아버지의 걱정이 자라는 소리가 들린다. 오늘도 난 아버지 앞에서 머리가 하얀채로 슬픈 짐승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