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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장 수집가 May 17. 2024

나는 약속 지켰어

2024년

" 검은 머리 파뿌리가 되도록..."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내가 결혼했을 당시 주례에 꼭 들어갔던 말이다. 갑자기 무슨 소리일까 싶지만, 얼마전 남편과 함께 티브를 보다가 결혼식 장면에서 나오던 그말을 듣고 서로를 쳐다보다 웃음보가 터진 일이 있었다.

  

흰머리 꽃밭인 나를 보면서 '부인 난 이제 임무를 다 마친것 같어, 그동안 고마웠어'  라고 놀렸기 때문이었다. 여러가지로 나의 머리가 검은 머리에서 흰머리가 되었으니까 라는 의미였으리라. 하지만 그말에 나도 바로 반격을 했다.     


"아니지, 한쪽만 검은머리 파뿌리가 아니라 둘다 해당되는데 나는 당신은 반칙중이잔아. 검은머리만 가득하고

흰머리는 하나도 없잔아. 나랑 함께 속도를 맞춰 줘야 하는거 아니야?"

"그래?"

"그럼 그렇구 말고, 그리고 아직은 아니지. 완전히 흰머리가 되려면 조금 더 시간이 걸릴것 같은데"

"아~~~그런거야? 그럼 할 수 없지. 그때까지 더 기다리는 수 밖에요.  부인 앞으로도 잘 부탁합니다."


티브를 보다말다 하면서 그날이 그렇게 흐르고 있을 무렵이었을까?

   

" 흰머리든 검은머리든 우리 둘 삶을 마치는 날까지 오래도록 함께 하자. 네가 흰머리든 검은 머리든 나에게는

그런것은 아무 상관없으니 다른 사람의 관심에 너무 신경쓰지 말고 살아 알았지? 그리고 너의 곁에는 든든한 지원군들이 있잖아"     


아주 평화롭고 나즈막한 남편의 목소리가 나를 그리고 나의 마음을 포근히 감싸 주었다.


생각해보면 사람들의 시선에 흔들리는것도, 염색을 해야하나 말아야하나 고민했던 것도, 매일 아침마다 찡그리면서 흰머리를 바라본것도 늘 나 자신이었다. 그럴때마다 내가 마음의 길을 잃지 않도록 가족들이 등대가 되어 딸은 엄마 마음이 시들지 않게 물을 주었고, 아들은 바람 빠진 풍선이 되지 않도록 수시로 바람을 넣어 주었다. 남편 또한 움츠리고 있는 나의 어깨를 곧게 펴주곤 했다.


어느 드라마에서 그랬다. 결혼은 사랑도 있어야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서로 믿고 의지하면서 살아야 하는거라고. 결혼하고 삼십년 가까이를 함께 지켜보았고, 이제는 서로를 지켜주는 사이가 되가는 듯 하다.      


시간이 언제 이렇게 흘렀는지.  
검은 머리가 언제 파뿌리가 되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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