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 아줌마의 유튜브 도전기

by 달숲

나의 우울을 걱정하는 가족들 앞에서 슬픈 얼굴을 하고 있을 수 없어서 모두 잠든 밤이 되면 혼자서 언니의 블로그나 인스타, 브런치 글을 읽었다. 간간히 일기를 쓰거나 언니에게 선물 받았던 책들을 읽고, 언니를 기억하는 사람들의 인스타에 들어가 언니의 흔적을 찾기도 했다. 그리고 피곤이 덮쳐와 쓰러질 것 같을 때 잠을 자고 느즈막히 일어나 다시 일상을 살았다. 가끔씩 작업실을 다녀왔는데 계단을 오르는 발걸음이 무겁고 영 힘이 나질 않았다. 작업실에 책을 조금 가져다 둔 어느 날 쇼파에 앉아 언니와 주고받았던 메세지들을 다시 읽었다. 언니한테 새로운 일을 시작해보자며 의욕을 불어넣고 싶어하던 내가 거기에 있었다. 그래놓고 이렇게 지내고 있다니. 이제 작업실은 다 만들었으니 그 안에서 무슨 일을 할 건지 마음을 정해야 했다. 누군가는 간절하게 바라던 소중한 삶을 이렇게 그저 흘려보내며 살 수는 없었다.


유튜브에 관한 정보를 찾고 검색했던 흔적 때문인지 얼마 전부터 알고리즘이 나를 계속 그곳으로 인도하고 있었다. 인스타를 열어도, 유튜브를 열어도 모두 ‘너에게 지금 필요한 정보를 내가 알고 있다’고 말하는 듯 알고리즘이 계속 나를 한 방향으로 등 떠밀었다. 그러다가 드라마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법을 알려주겠다는 광고 영상을 보게 되었다. 귀가 솔깃했다. 유튜브를 위해 컨텐츠를 직접 기획하거나 촬영하지 않아도 되는 방법이 있구나. 촬영의 부담이 적은 드라마를 소개하는 영상을 만들어보는 것도 좋겠다 싶었다. 소설이든 드라마든 이야기를 좋아하는 나에게 그것을 컨텐츠로 삼아서 새로운 일을 해볼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흥미를 끌었다. 작업실에서 일기를 끄적이는 것 외에도 새로운 할 일이 생겼다.


비싼 금액의 수업이었지만 과감하게 결재하고 도전해보기로 했다. 내가 잘 모르는 분야이고, 돈을 버는 기술을 배우는 수업이니 과감하게 투자를 하자고 마음 먹었다. 6개월 할부로 강의를 결재하고 수업을 듣기 시작했다. 지금 내게 필요한 건 새로운 일 그 자체였다. 새로운 일을 시작하면 언제나 설레임과 희망이 함께 딸려왔으므로. 일부러 함께 시작하는 사람들을 만나보려고 수강료가 약간 더 비싼 오프라인 수업을 신청했다. 어떤 일을 하든 일보다는 결국 사람이 남는다는 것을 지나온 세월에서 배웠기 때문이다. 첫 수업 때 옆자리에 앉았던 인상 좋은 친구에게 말을 걸었다. 수업이 끝난 후 카페에서 이야기를 나누면서 가볍게 수업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는데 나보다 나이는 열 살 어렸지만 운이 좋게도 공통점도 많고 이야기도 잘 통했다. 그 뒤로도 수업 때마다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고 친분을 쌓아갔다.


예전에 아이나 강아지 영상을 찍어서 편집해봤던 적은 있었는데, 영상 편집 툴을 제대로 배운 적은 없어서 늘 어렵게만 느껴졌더랬다. 영상 하나 편집하는 데에 며칠이 걸리곤 했다. 기록용 영상들이지만 간단한 편집도 너무 어려워서 자주 만들지는 못하고 있었다. 수업에서는 그 편집 툴을 다루는 방법부터 새롭게 다시 배웠다. 유튜브 채널을 만들고 드라마라는 장르의 특성에 맞게 영상을 편집하고 올리는 방법들도 하나하나 배워나갔다. 노트북을 켜고 영상 편집을 하는 것만으로도 뭔가 ‘일’을 하는 기분이 들었다. 고장난 채로 오래 방치해뒀던 데스크탑도 수리해서 작업실에 가져다두었다. 이제 작업실에서 새롭게 할 일이 생긴 것이다. 노란방은 책을 읽고 일기만 끄적이던 공간에서 영상 편집실로 거듭났다. 수업 듣는 과정은 끝났지만 그때 인연이 된 동기생 동생과 지금은 작업실에서 일주일에 한 번씩 모여서 유튜브 작업을 함께 한다. 서로 새롭게 알게 된 정보들과 응원을 주고받으며 작업을 해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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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유튜버가 되기 위해서 드라마도 다시 챙겨 보기 시작했다. 드라마를 본다는 건 이야기를 읽는 것과 같고, 이야기를 읽는다는 건 현실이 아닌 다른 세계로 들어가는 경험을 하는 일이다. 그 경험만으로도 때론 현실의 슬픔을 잊거나 이겨낼 힘을 얻기도 한다. 이야기에 빠졌다가 나오고, 다시 빠졌다 나오고, 그 반복되는 경험이 나를 다시 일으켜 세웠다. 내가 살고 있는 이 삶만이 전부가 아니라 이렇게 다른 삶도 있다, 그리고 그 다른 삶을 내가 다시 만들어 낼 수도 있다. 자 이제 난 어떤 이야기를 만들어나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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