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주제를 좋지 못하게 활용하다
'아이 필 프리티'라는 영화에 대한 기대치는 '에이미 슈머'라는 배우에게 쏠려있었다. 그녀의 전작인 '나를 미치게 하는 여자'를 정말이지 유쾌하게 관람했었기 때문이다. '멜리사 맥카시'의 뒤를 이을만한 코미디 배우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도 했다. 미국에서 사전 시사 평이 좋아 개봉일을 앞당겼다는 좋은 소식도 영화에 대한 기대감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지만, 아쉽게도 정작 뚜껑을 열어보니 여러모로 아쉽다. '아이 필 프리티'는 '에이미 슈머'라는 좋은 카드를 잘 활용할 수 있는 내용을 영 좋지 못하게 풀어간다. 쉽게 쉽게 풀어가려는 영화의 게으른 선택은 결국 웃음과 주제 그 어느 것도 제대로 잡지 못하고 만다.
배우 한명에게 모든 것을 기대는 영화가 가지는 단점을 '아이 필 프리티'는 여실히 보여준다. 자존감을 가지고 자기 자신을 사랑하자는 내용의 취지는 좋다. 자신의 외모에 만족하지 못하고 예뻐지길 원하는 '르네'(에이미 슈머)가 어느 날 머리를 다친 후, 자신의 외모를 아름답다고 착각하면서 한바탕 소동이 벌어진다. 그러나 두시간짜리 소동극을 온전히 배우의 개인기로 메우는 것도 한계가 있다. 이를 위해 영화의 곁가지들이 잘 받춰져야하는데, '아이 필 프리티'의 가장 큰 단점은 이러한 점들이 너무 빈약하다는 것이다. 게다가 뭐하나 제대로 다루지 않고 설렁설렁 넘어가는 전개가 계속된다. 그러다보니 영화는 쉽게 쳐져버리고 만다.
영화 속에서 자존감은 마치 마법과도 같이 그려진다. 자신감있게 행동하면 갑자기 연인도 생기고, 직장에서도 승승장구하고, 주변 사람들도 모두 그녀를 좋아한다. 무엇보다 외모에 대한 코르셋을 지적하면서 정작 그녀가 판매하는 것은 화장품이라는 게 아쉽다. 이처럼 '아이 필 프리티'는 너무 쉽고 안일하게 내용을 풀어가려하는 바람에 말하고자하는 바를 제대로 설득시키기 못한다. 자존감을 빙자한 르네의 행동은 민폐 혹은 오지랖처럼 보였기에, 코미디 영화로서 웃음의 타율도 그리 높지 않았다는 게 아쉽다. 물론 언제나 가정사가 다사다난한 역만 맡던 미셸 윌리엄스가 망가지는 모습은 신선했고, '에단'(로리 스코벨)은 정말이지 든든하고 멋진 연인으로 나와서 좋긴 했지만 딱 그 뿐이었다. 그럼에도 배우 '에이미 슈머'에게는 아직 보여줄 모습이 더 많다고 믿고 있기에, 그녀의 차기작을 다시 기다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