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 불연성 쓰레기장

신춘문예 당선 작품

by 원윤경

여러분은 어떤 쓰레기장을 안고 있나요?!


불연성은 태워지지 않는 물건을 말한다. 그러니까 불연성 쓰레기장은 타지 않는 쓰레기가 모인 쓰레기장이라는 말이다.


오늘 이곳. 쓰레기는 버려지면 태워서 없애야 하는데 태워지지 않는 것들이 쓰레기장에 모여있다. 태어나기도 전에 병원에서 버려진 딸. 남편. 아버지도 있고 성대 수술로 버려진 강아지의 성대도 있다.


회사에서 잘 나가는 팀장. 도시의 차가운 알파 우먼 김현숙. 그녀는 왜 이들을 자신의 쓰레기장으로 버렸을까?


자신 있게 사는 그녀가 이들을 버리고 잊지 못하는 이유는 또 무엇일까? 연극이 진행되는 동안 이유가 궁금해서 집중했다. 불연성 쓰레기장에 모여있는 이들도 버려진 이유를 궁금해했다.


김현숙의 가족은 그녀에게는 공동체가 아니라 아픔이었다.


아버지는 가부장적 권위와 통제자였고 남편은 삶에 무책임했고 딸은 현숙이 살아가기 위해 희생된 존재였다.


가족들은 옆에 있으면 그녀의 삶을 소모시키는 존재들로 나온다. 그녀는 자신을 소모시켜 온 가족 관계를 쓰레기장으로 밀어냄으로써 기존 질서에서 벗어나려는 극단적 저항을 선택했다.


가족은 더 이상 인간적 관계가 아닌 그녀의 삶을 태우지 못하는 ‘불연성 억압’으로 존재했다. 불연성 쓰레기장은 그녀의 '지울 수 없는 상처'다.


영화 파리넬리에 나오는 울게 하소서 음악이 흐른다. 현숙은 이들을 쓰레기로 버린 자신도 쓰레기로 여기면서 울고 싶어 한다.


잠시 후, 현숙은 자신 속에 타지 않고 있는 불연성 쓰레기장을 지워버린다. 쓰레기장은 계속 안고 있으면 점점 상처만 남을 뿐. 현숙은 쓰레기장을 버린다. 그리고 상처로부터 해방된다.


쓰레기는 쓰레기 통으로 쓰레기장은 지우개로.

나는 버리지 못한 어떤 쓰레기장을 안고 있나?!

큰 메시지를 던져준 연극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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