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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븐도 Sep 04. 2024

어떻게든, 삶 (3)

찰밥




"불 켜드려요? 왜 컴컴한데 불도 안 켜고 밥을 드셔."

"앙?"

할머니는 주황색 두건 아래에서 줄 이어폰을 뺐다. 불, 켜드려요? 저거. 아니. 안 켜두 돼애. 그녀는 편의점 쌀국수와 포장 김치와 락앤락에 든 밥을 탁자에 펴 놓고 먹고 있었다. 쌀국수 좋아하세요? 아아니, 그냥 있어서 먹는 거야. 밥두 먹기 싫어. 왜 싫어요. 집에서 찰밥 싸 오신 거라면서. 아니, 병원 밥이 너어무 못 먹겠으니까 그렇지, 뭐어. 그렇게나 맛있지는 않어. 그리고는 다시 면발을 후루룩. 나는 그녀가 너무 귀여웠다. 표현이 좀 그런가? 하지만 귀여웠다.


저녁 라운딩을 마치고 그 병실에 다시 갈 일이 있었다. 그 할머니가 복도를 걷고 있었다. 나는 다가서 물었다. 할머니, 앙? 남편 어디갔어요. 무례한가. 그렇다. 많이 무례한가. 어쩌면 그렇다. 하지만.. 이렇게 귀여운 할머니의 할아버지는 홀로 와이프를 떨궈 놓고 어디서 무엇을 하시나.

"남편? 어디 가기는. 죽었지. "

"네? "

할머니는 62세. 돌아가시기에는 조금 이르지 않..은가. 흠. 난보다 아홉 살 많었거든. 아하. 그러셨구나. 나 남편 있우.. 애도 셋이나 있는걸. 다 커서 다 내쫓아 보냈어어. 아하.. 심장마비로 갑자기 갔어. 가버렸어. 아하.. 나는 왜 언제까지나 할머니가  손수 해 온 찰밥을 야무지게 꼭꼭 씹어 국물이며 반찬과 함께 챙겨 먹으며 혼자서도 늘 잘 살았을 거라 생각했을까. 아무튼, 그랬구나. 돌아가신 거였구나. 그게 궁금했어? 허허허. 할머니는 진짜로 웃기다는 듯이 웃었다. 됐쟈? 더 할 거 있어? 아뇨. 없어요. 그리고 그녀는 다시 가던 갈 길을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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