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래 예정된 수술은 잘 마쳤으나 소견상 비뇨기과적 수술이 추가적으로 필요하다고 했다. 오늘 그녀에게는 딱히 해줄 것이 없었다. 올라온 약이나 잘 챙겨 다른 병동으로 보내면 됐다.
"근데, 가서는 수술하고 얼마나 있어야 돼요?"
나는 큰 태블릿을 침상 탁자에 올려 영상을 보던 그녀의 옆으로 가 커프를 감았다. 글쎄요, 아마.. 여기서 하셨던 것보다는 좀더 오래 계실 것 같긴 해요. 그 병동에 전화해서 확인해 드릴까요? 화면에서는 길죽한 청년이 핑크색 정장을 입고 엄청나게 커다란 콘서트 무대에서 엄청난 불빛과 관객들을 바탕으로 서서 한참 열창 중이었다.
"설마 막 열흘 있고 그래야 하는 건 아니겠죠?"
"가셔서 의사랑 간호사가 하라는 거 잘 하시면 빨리 집에 가실 거예요. 와, 근데 임영웅이예요? 잘생겼네. "
"이쁘죠. 젤 잘생겼다니까. 나 콘서트 가야 돼요. "
"어머, 표를 구하셨어요? "
(나는 그전날 다른 가수의 공연 티켓팅에 정말 간신히 성공한 터라, 그녀가 말하느라 제대로 재지지 않았을 혈압 같은 건 이제 중요하지 않았다)
" 어떻게요?"
"나 상암 공연도 두 번 다 갔었어요. 울 대학생 아들이 컴퓨터를 잘 해. 효자야. 우리 영웅이 보러 가야 하는데.. 이번에도 수술 더 미뤄질까봐 엄청 걱정했다고. "
"아니, 그 전에도 구해주셨단 말이에요? "
"애가, 착해. 엄마가 좋아하니까 해 준 거지. 이번에는 근데 지난번보다 좀 힘들었대요."
그건 덜 힘들다고 되고 힘들다고 안 되는 그런 게 아닐텐데.
(그리고 나는 아드님 한 번만 빌려 주세요, 라는 말을 삼켰다, 아니, 했던가? 기억이 잘 안 난다. 정말 진심이라서 했을 수도 있다). 좋으시겠어요, 진짜. 꼭 그전에 가셔야겠네.
아마 다음 주쯤 그녀는 여전히 병상에 앉아, 어제 수술에서 떼낸 조직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것이다. 전동까지 가서 치료를 받아야 하는 사람답지 않게 (물론 그것 역시 고정관념이지만) 여전히 생기를 띠고 임영웅 씨의 영상들을 보면서. 그녀는 다시 이어폰을 꽂고 조명으로 번쩍이는 공연 영상으로 빠져들었다. 그 마음, 나도 안다. 내 돈에 '용병'까지 동원해서 간신히 표를 구해 가까스로 '영접'한다 한들 그는 나의 존재조차 모르지만, 그가 내게 미쳤고 앞으로도 미칠 영향력은 이루 말할 수 없으리. 순간을, 하루를 견디게 해 주고 고난을 잊게 하며 더 나은 길로 인도하시매...
나는 다른 진료과 주관의 수술이나 예후 같은 멀고 복잡하고 머리 아픈 이야기들보다 어쩌면 당장 그녀의 마음에는 더 가까운 그 콘서트에는 어떻게든 갈 수 있기를 바라며 마저 혈압을 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