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액이 들어가고 있는 팔을 잡아 카테터가 고정된 부분 주위를 이리저리 눌렀다. 안 아프시죠? 네. 플라스터에 가려진 글자가 보였다. 통통하고 매끈한 팔. 엄마와 나이가 비슷했다. 나는 괜히 테이프를 다시 잘라 그 플라스터를 떼내고 말을 걸었다. 주사는 괜찮으시고, 어, 그런데 이건 뭐예요. 진짜 문신이예요? 그럼요, 딸이랑 이태원 가서, 했어요. 팔을 들어올려 문구에 시선을 고정시키고 나서야, 그녀의 새끼손톱에 매니큐어가 깔끔히 칠해져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그제 수술했는데, 하고 나서 다시 여기만 칠한 건가, 아니면 이것만은 몰래 안 지운 건데 들키지 않은 (사실은 수술실에 보낸 간호사들과 수술실의 의사와 간호사들이 잡아내지 못한) 건가. 어쨌든 그 문구는 아마 카르페 디엠, 이었던 것 같다.
그 비슷한 문구. 어쩌면 너무 흔해진 지 오래라 유치해져 되려 힙해 보이기까지 보이는 문장. 영어 필기체로 유려하게 새겨져 있는 글씨들이 너무 틀에 박힌 그것이라 더 생경했다. 이제 보니, 이 사람. 귀에 뚫린 자국도 여럿이다.
"이쁘네요. 아니, 그런데 어떻게 문신을 하실 생각을 다 하셨어요"
"딸이 하러 간다 그래서 나도 끼워 달라 그랬죠, 뭐. 못할 건 또 뭐 있어."
"안 아프셨어요?"
"엄청 아프다던데. 죽을 만큼 아팠어요. 근데 수술보단 안 아팠지. 진짜, 그저께 죽는 줄 알았잖아, 나."
그리고는 간병인과 깔깔거리며서 웃었다. 나는 그 문신을 언제 새기게 되었는지 궁금했다. 엄마가 어두컴컴한, 또는 '힙한' 것들의 총체 같은 타투샵에서 손가락 끝까지 문신이 가득한 멋쟁이에게 팔을 내주고 아픔을 참고 있는 장면은 아무리 상상해도 자연스럽지 않았다. 누군가에게 협박이라도 받은 게 아니라면.. 어쨌든 쉽게 있을 법한 일은 아니다. 귀도 언제 이렇게 많이 뚫으셨어요. 그르게. 언니는 별로 안 하셨네. 여기, 귓바퀴에 하면 진짜 이뻐. 뚫는 건 별로 안 아프더라. 근데 막힐까봐 걱정이야. 퇴원하시자마자 피어싱 다시 넣으셔야겠네요. 당연하죠. 딸이 이쁜 걸 엄청 갖고 있거든. 하나씩 훔쳐서 하고 있어.
그리고 나는 그녀의 양쪽 배액관을 비우고 점점 나오는 게 줄어들고 있다고 전해준 후 돌아서서 커튼을 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