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상

어.. 닮았네?

by 이븐도




임시완과 장그래는 동일인물이 아니니까, 닮을 수는 있다. 그리고 내가 모 영화배우를 닮았다는 것도 그런 쪽이길 바란다. 아, 뭐. 좋은 쪽이든 나쁜 쪽이든. 다 그런 거 아니야?


좋으면 기억하고 아니면 밀쳐 두고. 아무튼 닮았어, 참.






선생님, 이거 MVH 섞은 플루이드로 들어가고 있는데 그거 없는 걸로 바꿔서 80 줘요?

아, 네?

지금 들어가고 있는 건 이거 들어간 핫덱인데 오더 다시 주신 건 그냥 핫덱이라서요.

아. 네, 네. 교수님께 여쭤보겠습니다.

-

혹시 확인되셨을까요.

아, 교수님이 답을 안 주셔서.

아하. 그러면.. 음.

일단은.. 80으로 올려 주세요..

이대로요?알겠습니다.



선생님, 죄송한데 아버님께서 걱정이 좀 많으셔서요. 안 그래도 주말이라 확인되는 것도 없고 처방도 그냥 계속 진통제라. 근데 그것도 잘 안 들어요. 잠깐 면담 부탁드려도 될까요. 검사 결과나 다음주 치료 방향 같은 거요.

네네. 가겠습니다.

-아버님. 혹시 의사 선생님이 뭐라고 하셨어요?

-별로, 하하. 본인은 학생이라 잘 모르신다고.

-.. 그렇게 말씀하셨어요..? 그렇구나. 그.

-잘 해주시려고는 한 것 같은데.. 예. 이해합니다.

-어, 월요일에 교수님 오시면 확인받아서 말씀드릴게요. 혹시 궁금하신 거 또 생기면 저희한테 전달해 주셔도 돼요.

-네.



거기 오투 게이지도 없다는데요. 디새츄 심하거나 응급상황 생기면 응급실에 전화한대요.

아..

아예 간호사도 없고 그냥 본인들도 다 검사실 직원이라고..

..네

어떡할까요. 확인받았다고 차팅 넣고 산소 설치할 거 챙겨서 같이 보낼까요, 검사?

잠시만요, 교수님께 여쭤보고 말씀드리겠습니다.

넹.

-

제가 가겠습니다.

네?

가서 거기 앉아 있으면 안 될까요..?

아니, 가셔도 되기야 하는데. 그 검사 그거 아침에야 끝나요.

같이 올라갈게요. 무슨 일 있으면 전화주시면 됩니다.

어.. 네. 전달드릴게용.



자면서 자꾸 산소포화도가 떨어지는 게 경련의 전조 증상인지 수면무호흡증의 일환인지 알아내기 위해 협진 과에서는 해당 검사를 권장했다. 혹시 가서도 정말 경련을 일으킬까봐 걱정하고 있던 거였다. 숨을 잘 못 쉬면, 산소포화도가 뚝뚝뚝 떨어질 때 응급처치를 해 줄 인력이 거긴 없었다. 거길 본인이 가겠다고 했다.

-역시 인턴이라 착해.

인턴이라 착한 거예요?

-아직 저럴 때지. 근데 착한 것 같더라.

대단하네.


앰부와 리저버와 산소 키트를 들고서 따라가는 그 뒷모습이.. 참. 뭐라고 해야 하나. 신선하기도 하고.

임시완 안 닮았는데 왜 닮았지 생각했다. 이목구비? 전혀 안 닮았다. 닮은 거..? 안 큰 키. 하얀 피부. 목소리. 그리고.. 그 쭈뼛거리는 태도와, 지나친 솔직함과 - 본인이 학생이라는 걸 보호자한테 왜 말해요 - 어설픈데 열심히 하려는 모습.




장그래가 몇 살이더라? 김대리가 그랬지. 스물 여섯 개 먹고 할 줄 아는 게 어떻게 하나도 없냐고. 아, 물론 그는 의사다. 절대, 절대로 할 줄 아는 게 없는 그런 게 아니다. 그러고 보니 나이도 비슷하군. 말을 걸면 책상을 넘어오기라도 할 것처럼 고개를 쭉 뺐다. 그냥 가만히 있어도 말 다 들릴 텐데.

-99래. 어리다, 어려.

와, 나보다 어리네.

-진짜 새파랗게 어리다. 부러워.

힘들겠네. 본인보다 다 나이 많은 사람인 게 느껴질까요?

-나이를 떠나서 힘들겠지, 뭐. 근데, 저러다 흑화하잖아.






아무튼 닮았다. 장그래. 생각보다 사람이 뭔가를 닮고 안 닮고는 타고난 생긴 것에 크게 좌지우지되지 않음을 다시 확인한다. 야, 뭔소리야. 안 닮았어. 라고 선임이 난리칠 게 뻔해서 임시완 닮았다는 말은 삼켰다. 진짜 안 닮았는데 닮았다. 임시완 아닌 장그래. 근데 장그래는 임시완인데. 흠.



그 신규 너 닮았어. 파닥거리는 거.

아, 씨. 짜증나.

근데 닮지 않았어, 진짜?

닮았어. 나도 저랬지? 짜증나네?

아야, 봐봐. 맞다니까? 개웃겨, 진짜.

보면 악의는 없는 것 같거든? 근데 여럿 킹받게 했을 것 같더라, 나 그 때 그랬니?


나는 모 신규를 보며 나를 닮은 것 같다고 생각했다. 묘하게 뚝딱거리는 모션, 허둥지둥. 와중에 딱딱한, 딴에는 예의 챙기고 있는 그 말투. 어딘가 딱 잡아 띠껍다고는 절대 말 못하는데 어쨌든 마냥 귀엽고 안쓰러운 신규는 절대 아닌 그 모양새. 내 눈에만 그런 게 아니었군. 체형이 닮기도 했지. 근데 걔는 나보다 말랐던데. 하이고.


신기한 일이었다. 닮는다는 건 이런 거군. 마찬가지다. 이목구비는 안 닮았는데 하는 짓이, 꼬집어 설명하기는 좀 애매한 부분 부분들이 닮아 전체가 닮은 인상을 던진다.




아니, 그럼. 그 연예인들. 정말 닮은 거일 수도 있겠어. 개중에는 기분이 좋았던 것도, 아닌 것도 있는데. 닮는다는 건 생각보다 쉬운 거구나. 그러니 너무 기분 나빠할 필요도 좋아할 필요도 없다. 사람은, 인간의 인식력은 사실 그다지 안 똑 부러져서 그 뭉뚱그려진 느낌으로 기억을 구상하고 대상을 마음에 담는 것 같아서. 좋기도 하고, 나쁘기도 하고.


근데 진짜 닮음. 임시완 아닌 장그래. 정말로.

다시 돌아오면 장그래일지 안영이일지 장백기일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아직은 인턴이니까.


나도, 닮았다. 내가 한 때 위시했던 그들. 닮았대.

아무튼 닮았다고들 했으니 그렇게 알고 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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