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심이란
K는 Acquiesce를 꼽았다. 나는 모닝글로리.
그런데 리암은 5월에 오프닝곡이 Hello냐는 트윗에 싫으면 귓구멍 막으라는 멘션을 달았다. 흠.
사실 어느 것이든 상관없다. 코리아 잘 있었어, 한 마디만 해도 난 그냥 거기서 죽을 수 있으니까.
노엘 갤러거를 매년 본다는 사실이 감격스러울 뿐이다.
내년에도 볼 수 있으면 좋겠다.
아. 퇴사하지 말고 잘 살아야겠다.
신기한 일이었다. 23년에 내한공연을 갔을 때 나는 정말 무대에서 노엘이 움직이기만 해도 소리를 질렀다. 작년에도 그랬다. 그러려고 그런 게 아니었다. 그냥 그럴 수밖에 없던데. 축축하고 고된 여정을 거쳐 다다른 킨텍스 홀, 길고 긴 스탠딩 대기 끝에서 그가 그 화질 구린 전광판에 모습을 드러냈을 때. 모든 고통과 번뇌와 일말의 짜증이 다 녹았다.
가도가도 끝나지 않는 3호선 끝자락과 비가 엄청나게 내리던 그 습하고 더운 날씨, 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 날 너무 행복했다. 사실 셋리스트도 재작년과 너무 똑같았다. 더 악조건이었지. 그 때는 겨울이었고, 좌석을 예매한 탓에 일찍 가서 기다릴 필요가 없었다. 작년은 모든 게 정반대였다.
너무 힘들었다. 그를 보러 가는 거니까 참은 거였다. 그 때의 경험이 너무 독해서 누군가 내한을 와도 장소가 킨텍스면 좀 망설이게 된다. 중간에 실리카겔 공연을 빼면 더 나을 게 없었다. 사실 그 공연도 그다지 관심이 없..었다. 좋았지. 물론 좋았다. 진짜 좋았다. 아무튼 근데 그는 아이돌이 아닌데. 락스타라면 모를까. 락스타지. 아이돌이 아니고.
아무튼 근데 왜 그렇게 좋은 건지가 궁금한 것이다. 왜? 나는 그냥 내가 월드스타 공연을 처음 간 사람이라 그런 줄 알았다. 근데 아니던데. 그 정도의 감흥을 주는 사람이 없다. 이유는 모르겠다. 심지어 하이라이트 때도 그 정도는 아니었어서. 물론 엄청나게 좋았지만 종류가 좀 달랐다. 뭐가 다른지는 모르겠는데 아무튼 달랐다. 나는 내가 사실 외국 아저씨 취향인가 생각도 했다. 아빠뻘인데.
그럴 만한게 그는 1967년생이고 아빠는 1969년생이기 때문이다. 사실 외국인이기 때문에 아빠보다 나이가 더 들어 보이기도 하고, 작년 공연 때는 심지어 살이 좀 찐 상태였다. 물론 그가 아이돌 가수도 아니고 살이 찌지 말아야 할 이유는 없지만. 왜 그렇게 좋을까? 정말 신기한 일이야.
공연장에서는 그 이유를 찾을 수 없었다. 남자고 여자고 다 나처럼 그가 뒤를 돌기만 해도, 물을 마시기만 해도, 세션과 말을 하기만 해도, 기타 코드를 발을 넘어 정리하기만 해도, 모두가 소리를 꽥꽥 질러대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이돌 콘서트에서도 다들 그렇기는 한데, 거기 관객은 다 여자니까. 그리고 다 잘생긴 남자들이니까.
잘생긴 사람들이 춤추고 노래하고 웃겨 주고 고맙다고 해주고 보고 싶었다고 해주고 감사하다고 해주는데 어떻게 소리를 안 질러. 그런데 노엘 공연은 그게 아니잖아. 멘트라고는 '너넨 멋진 관객이야' '메리 크리스마스' '집에 잘들 가'정도가 다라고. 물론 한국 공연 때는 멘트가 압도적으로 많다. 근데 아이돌 콘서트에 비할 게 아니던데. 정말 깜짝 놀랐다. 하이라이트 공연 가 보고. 하여간 모두가 정말 기절이라도 할 것처럼 괴성을 질렀다. 나도. 왜지? 물어볼 걸 그랬다. 왜 그렇게 좋으세요?
뭐 굳이 말하자면 섹시해서.
근데 왜 그런지 진짜 모르겠다. 나는 아직도 그 11월 실내체육관에서 그가 처음으로 뒤돌아 기타를 바꾸던 모습을 보고 '와 개섹시하다' 라고 들어와 꽂힌 생각의 기전을 알 수 없었다. 대체 왜? 저게 왜? 모르겠어. 근데 너무 멋있어. 진짜 너무 멋있어. 어떡하지? 싶게 멋있었다. 당황스러울 정도로. 그의 생일카페가 좋았던 건 처음으로 간 생일카페여서가 아니었다. 그냥 그 사람이라 그렇게 좋은 거였다. 다른 곳들을 가보니까 알겠다. (올해는 안 했다 ㅠㅠ)
재결합해서 좋지. 근데 단지 재결합이라서가 아니라 재작년과 작년에 이어 올해도 그를 볼 수 있다는 사실이 너무 좋다. 정말 알 수 없다. 나는 사고 안 치는 사람이 좋은데. 그는 사실 젊은 시절 안 연루된 스캔들이나 사고가 없을 정도의 .. 굳이 좋게 표현하자면 락스타인데. 트위터도 안 하는데. 너무 말이 많아 그냥 팔로우를 취소한 그의 동생과 달리 가끔 축구장에서 후덕한 모습으로 사진이나 찍히는 게 다인데. 왜 이렇게 좋을까. 정말 알 수 없다.
그의 목소리는 한 번씩 돌아가게 되는 안식처에 가깝다. 잊고 살다가도 가끔씩 들으면.. 아. 이거지, 싶은 거. 그게 오아시스 시절의 앨범 수록곡 데모버전이든, 리암 갤러거의 보컬 뒤에 깔려서 찾아내야 하는 코러스든, 하이플라잉 버즈의 괴랄한 커버를 씌운 노래들이든, 너무 좋다. 왜일까. 그는 원래 노래를 그렇게 잘 하는 사람이 아니라는데.
근데 너무 좋다. 더 할 말이 없다. 사실 많은데 이만 줄이는 건지도 모른다. 너무 찐일까봐. 그리고 한 가지 더. 재결합했지만 하이 플라잉 버즈 활동도 계속했으면 좋겠다. 갱신되는 새로운 모습들을 보고 싶기 때문이다. 사실 감히 바라지도 않는다. 그냥 이렇게 공존할 수 있다면 감사하다.
11월 공연 다음날 출근할 때는 뭔가 그가 '열심히 일해라' 라고 격려해준 기분이라 기분이 좋았다. 작년 공연 후에는 '개더웠지만 나 봤으니 됐지?' 같아서 좋았다. 흠.
아프지 말고 퇴사하지 말아야겠다.
그리고 그 분께서 안 늙으셨으면 좋겠다.
이러고 있을 줄 알았으면 2년전 공연도 3일 다 갔어야 했다.
늙지 마세요. 사랑합니다.
올해도 Have a safe journey home 해 주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