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개팅 시뮬레이션
출근길. 동기에게 카톡이 왔다. 소개팅 할래?
머리로 쓰는 시나리오의 특징. 뭐든 가능하다는 것. 그래도 존재하는 함정. 캐릭터의 지능은 절대 작가의 그것을 못 따라간다는 사실. 내 경험치를 못 뛰어넘는 나의 시뮬레이션. 딱히 좋은 기억이 아니었던 몇 번의 무슨 팅팅팅. 나는 의지가 부족했고 에너지가 부족했고 또 의지가 부족했으며 성질머리마저 더러웠다.
또 다른 출근길. 동기를 마주쳤다. 밑도끝도 없는 소개팅을 물어다 준 그녀가 내 이름을 불렀다. 나보다 키가 작은 그녀가 내 앞을 막아섰다. 눈물이 났다. 멍청하게. 누가 괴롭혀? 응? 누가 나쁘게 했어? 하고 내게 팔을 벌린 그 낮은 어깨에 얼굴을 묻고 울었다. 5초보다 짧게. 인사를 하려 고개를 드니 낯선 이가 그녀의 옆에 뻘쭘히 서 있다. 아, 얘도 그 때 남자친구 생겼지. 소개팅했다던 그 사람.
출근. 출근이라 쓰고 집단 린치라고 읽고 싶은 것. 세 달을 채우고 나니 달리 느껴지는 시선. 나만 미친년이 되는 것 같은 이 물증 없이 심증만 가득한 킹받음의 집합. 내가 쟤를 좋아하나, 아니면 저 새끼가? 싶은 이상한 느낌. 아무리 남자랑 엮였던 게 몇 년 전이라지만 좋아할 사람이 없어서 이런 환경의 이런 사람을? 하면서까지 스스로를 정당화하고 싶은 기분. 그러나 나는 그를 좋아하는 게 아니었다. 무서웠다.
관심인지 감시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따라붙는 시선. 메신저가 깜박이면 무서웠고 인계 때든 근무 때든 한 복도에 서 있기만 해도 움츠러드는 느낌이었다. 사실 그만 그런 건 아니었다. 그가 남자라 더 그렇게 느껴진 거지. 그 연차의 모든 사람들이 무서웠다. 출근해서 EMR 앞에 앉으면 어깨며 얼굴이 다 굳었다. 누가 한 번이라도 건드리면 왕창 부서질 것처럼 긴장했다. 안녕하십니까, 고맙습니다, 죄송합니다 등 어떤 인사에도 돌아오지 않는 응답. 그럼에도 필요할 때는 등장하는 도움 비슷한 것. 친절한 얼굴, 웃지 않는 눈과 입. 일이 끝나면 역시 대답 없이 돌아서는 얼굴.
달달 볶듯 묻는 말보다 강하게 느껴지는 감정. 모멸감. 아, 이게 모멸이구나.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던가, 하는 질문도 끼어들 일 없이 붙드는 마음. 열 받으니까 병원에서 그만 울자고 생각했던 날들. 아무도 없는 탈의실. 몇 초를 멍청히 서 있어도 삑삑삑삑 하는 도어락 소리도 안 들리게 늦은 시간. 그러면 눈물이 났다. 역시 시간은 길지 않다. 3에서 5초쯤. 데일리 눈물. 매일의 눈물이란 그런 것이지.
충주맨이 지역 축제에서 열창 아닌 열창을 하는 영상을 혼자 끽끽거리면서 보고, 편의점에 선 채 온갖 것들을 30분 내내 먹어대고, 긴장이 풀린 건지 뭔지 알 수 없게 조용한 집으로 돌아와서는 우는 대신 벽만 쳐다보면서 앉아 있었다. 연차가 몇 년인데 눈치가 보여 잠시도 자리를 못 비우는 엿 같은 근무환경. 나보다 고작 몇 살이나 많다고 그러는 꼴이 우습지도 않은 그 얼굴들. 우습지도 않긴. 나는 그들이 우스운 게 아니라 무서웠다. 이건 왜 이렇게 했냐는 문장 뒤의 물음표 두 개가 무서웠고 닦달하듯 잘못 짚어 묻고는 짧은 사과도 않는 그들이 무서웠다. 달리러 나갈 기력이 없었다. 뭐로부터 어떻게 도망쳐야 하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해방도, 도둑잡기도 아니며 한겨울 극기훈련도 유희도 아닌 행위. 출근이 무서웠다. 왜, 왜 뛰어야 하지? 왜? 뭐 얼마나 나아지겠다고? 나아지면 뭐가 달라지지? 나 그 때 그 병원 왜 그만뒀더라. 시스템이 후져서? 빠지는 모양새에 비해 들여야 하는 고생값이 너무 커서? 글쎄.
낯선 듯 안 낯선 곳. 승영언니를 기다렸다. 사람들이 점점 찼다. 맞은편에 앉은 남자가 노트북을 펼쳤다. 방송사 로고가 크게 붙어 있었다. 기자구나. 눈이 얕게 흩날렸다. 스크럽복도 가운도 유니폼도 아닌 걸 입은 사람들이 사원증을 걸고 통창 바깥을 지났다. 사원증. 외출할 때 병원 물건은 기분 나빠서 절대 안 챙기는데. 어쩔 수 없었다. 8시 반에 잡은 시험은 대놓고 말아먹었다. 아니, 은근히인가? 그게 그거.
선생님, 공부를 아예 잘못 하신 것 같은데요. 여기서 이걸 계속 같이 누르시니까 이 화면이 절대 안 뜨죠. 교안은 잘 외우신 것 같은데.. 영상 안 보셨죠? 다음번에는, 영상 좀 더 잘 보세요. 고생하셨어요. 내 퇴사가 빠를까, 이런 승단 아닌 승단이 빠를까. 아무튼 떨어진 시험. 바로 여의도로 가야 했다. 궁금했다. 저 사람들은, 내 앞의 이 기자도 폐급일까? 아니면 좀 멋진 사람일까. 어느 직종이나 그럴까. 겉으로는 다 똑같이 사원증에 멀끔한 생김새를 하고 있어도 속으로는 썩어들어가는 거. 세상이 나를 억까한다고 믿는 노답이든 진짜 폐급 노답이든. 난 왜 4년 반이나 하고도 이럴까. 이쯤 되면 정말 지능 문제인데.
나는 그 병원을 힘들다거나 답이 없다거나 하는 이유로 때려치운 게 아니었다. 지금의 이 병원에 합격을 해서 그만둔 거였다. 그러니까 사실 없는 배짱에 꿈만 꾸는 도망이었다. 도망. 뭐로부터의 도망? 그 사람들? 간호, 라는 단어가 붙은 모든 것? 도망. 도망이라. 안 돼. 나 돈 모아야 해. 1억. 출근해서 열받고, 퇴근해서는 또 병원 생각을 하고, 그 병원 생각으로 말미암은 또 다른 생각을 하고, 그러다 출근하고, 또 그만두고 싶고, 이유를 떠올리고, 또 열받고.. 뭣 같다는 말밖에는 할 수 없는 이 루프.
이런저런 이야기를 정신없게 떠들다 그녀가 내 손을 잡았다. 아토피인지 뭔지 알 수도 없는 두드러기. 간지러웠고 빨개졌고 뜯어져서 딱지가 꺼끄럽게 올라갔다. 스테로이드라도 사서 발라야 하나 생각했지만 퇴근하면 약국이 닫혀 있었고 출근길에는 생각이 안 났다. 어머, 이거 왜 이래요? 몰라요. 환자한테 옮았나. 아, 이게 뭐야아. 쌤, 진짜 힘든 거 아녜요? 에이. 뭐. 그녀의 손은 가느다랗고 따뜻했다. 맨날 뻑뻑하고 거친 것 같은 내 손이랑 다르게. 아, 이게 사람의 온기군. 맨날 만지는 게 사람인데도 그랬다. 아하. 이래서, 이래서 연애하는구나. 이래서? 이래서.
아무리 씽크빅하게 머리를 써 봐야 내가 아는 시나리오대로만 굴러가는 인생. 구역질 나게 지겨운 삶에 변수를 들이고 싶어서, 그 면면과 시간에 권태를 베팅하고 싶어서. 그래서 끝도 없이 상대를 고르고, 단지 호기심에 심심풀이였을 시작에 법적 결속까지 걸게 되는 선택. 근데 그건 주객전도 아닌가. 아, 그래서 소개팅. 직장 맞추고 외모 맞추고 취미 맞춰서 만나는 잠재적 인생 파트너. 난 그래서 싫었는데.
그렇게 끼워맞춰 만나서 그런가 막상 닥치면 재미없던 프로세스. 시간이 흐르면 어느새 차라리 내가 1인 토크쇼 엠씨가 되어서 상대를 띄워 주고 전폭적인 관심과 지지를 보내게 되던 아까운 오프들. 꼴에 아, 그럼 주말에 그거 같이 보러 가실래요, 같은 말까지 꺼냈다 집에 가면 작정하고 끊던 연락. 어떡하냐고, 다 보이는데. 내가 끌면 끌리는 대로 재미없고 그런 내 수를 읽으면 읽는 대로 안 들킨 척하는 그 꼴같잖음에 속이 뒤틀리는 걸 어떡해. 난 쥐뿔도 없어서 시간이 중하단 말이야. 또 그런 짓을 피곤해 죽겠는 와중에 자발적으로 하라고? 해야지, 해야 하는데. 난 대체 뭐가 하고 싶은 걸까.
알 수 없었다. 뭘 어떻게 해야 아침 스타벅스에서 샌드위치 하나를 사이에 두고 몇 시간을 평안히 앉아 있을 수 있는 사이가 되는 건지. 정말 알 수 없어. 카톡으로는 못 나눈 근황이며 시덥잖은 일화들을 신나게 교환했다. 연애가 별건가 생각했다. 비록 그녀는 여자였지만.
노래를 잘하는 사람과, 잘했는데 지금도 잘하는 사람과, 잘하지도 못하는데 겸손하지도 않은 사람과, 왕년엔 잘했으나 지금은 별볼일 없는 사람이 나왔다. 그렇게 평가하고 싶지 않았는데 그러지 않을 수 없었다. 방송국도 결국 직장이자 일터였다. 화면에는 나오지도 않을 인력들. 출근길 지하철 부대낌조차 모를 것처럼 머리가 꽃밭인 듯한 무대 위 누군가와 저렇게나 열심히 하고도 이름도 얼굴도 기억되지 못할 인력, 지망생. 또 인력, 또또 인력이며 지망생일 사람들. 어떤 무대는 깨달음을 줬다. 아, 잘 하고 싶은 것과 잘하는 건 다르구나.
엠씨가 아무리 띄워주고 작가가 써준 멘트를 매끄럽게 읊어도 아닌 건 아닌 거였다. 꼴값. 진짜 꼴값. 옆에서 잔소리를 아무도 해 주지 않으면 저렇게 되는 모양이라고 생각했다. 이어, 나는 내가 언제 이렇게 삐딱해졌나 궁금해졌다. 삐딱해진 건지, 이제야 제대로 보게 된 건지. 그럼 그나마 다행일지도 몰랐다. 나는 적어도 원하는 일과 해야 하는 일을 구분하고 있었으니까. 뭐였는지 이제는 중요하지도 않은 꿈. 하고 싶던 일. 가방에 처박아둔 사원증. 깊게 덮어둔 내 부족한 능력과 그걸 묻어둔 채 면피한 세월을 그나마의 월급으로 교환받기 위해 만들어낸 권리.
아무튼 괜찮다는 결론을 내고 싶어서 닿는 생각. 안 괜찮으면 어쩔 거고 괜찮으면 어쩔 건데. 똑같이 유니폼 입고 잔뜩 기어서 월급 받는 너, 나, 우리. 걔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든 그게 무슨 상관인데. 피차 내게 남는 건 나뿐인데.
무대 위의 그들은 생각보다 별볼일 없었고 평범했다. 양옆의 송출용 화면으로 보이는 얼굴이 더 익숙했다. 턱선과 콧날과 눈동자가 잘 보이게 잡은 카메라 각도, 얼굴로 잔뜩 쏜 조명 덕에 빛나는 피부. 신도 요정도 절대적인 존재는 더욱 아닌 평범한 무대 위 평범한 그들. 승영언니와 나는 비슷한 타이밍에 웃고 떨떠름한 표정을 교환했다. 사람들 보는 눈은 다 비슷했다. 결국 똑같이, 그 여의도 시멘트 바닥을 디뎌 출근한 인간들. 그래서 더 깊게 느껴지는 같잖음.
기다린 '오빠'는 결국 안 나왔다. 다른 세계였다. 어쩌면 나한테 덕질은 앞으로도 그런 걸까 생각했다. 콘서트, 굿즈, '덕친' 이 된 이 사람과의 인연. 아예 다른 직종이며 세계. 그녀는 KBS 앞의 상가 건물을 지나면서 SBS와 MBC의 화장실들에 대해 이야기했다. 정확히 말하면 그 부근의 비밀번호가 없으며 안전하고 덜 춥고 사람들이 안 몰리고 늦은 시간까지 열려 있는 곳들.
나는 어디일지 감도 안 잡히는 그곳들의 변기 위치보다, 그걸 집에서 손톱깎이 찾듯 선명하게 말할 수 있게 되기까지의 그 경험들이 더 신기했다. 아니, 웃기잖아요. 쌤. 안 웃겨요오. 잘 들어놔요오. 이거 진짜 꿀정보예요. 거기 그 건물은 몇 층에 소파도 있어요. 아, 그럼 거기도 늦게 가면 차겠네. 그거는 그렇긴 한데에! 잘들 몰라요. 찐으로 아는 사람들만 알아요, 진짜예요오. 아오, 진짜. 몸으로 다 때우신 경험이잖아요. 개고생한 거. 언니, 돈 받고 풀어요. 아깝잖아요. 저한테 막 말하시지 말고. 아, 그럼 그게 그때예요? 비 오는데 부스에서 그 사진 한 장 보면서 버티셨다는 거? 아니아니. 그거는 엠카. 근데, 음중이 제일 쉬워요, 그나마. 진짜 그나마.
집으로 오자 공개된 뮤직비디오를 보기도 전에 도착해 있던 앨범. 언니랑 저는 포카에 관심 없어서 진짜 다행이예요, 했던 말을 스스로 부정하게 되는 사진. 야, 어어 이번에 앨범 개잘뽑았네. 미친 건가? 언니 진짜 미친 것 같죠, 너무 예뻐요 진짜아아아 하면서 떠는 주접 아닌 진심. 몇 주 동안 이뤄지는 '컴백'. 내가 느낀 거? 매일 밤 공개되는 컨셉포토며 트랙리스트를 보고서도 아무 감흥이 없던, 또다른 숙제 같던 기분. 억지로 대답할 기운도 없어 일부러 늦게 읽던 카톡.
내가 이 사람들의, 이 사람의 팬이 맞았던 건가 싶게 귀찮은 기분. 올해는 정말 이 신기한 짓거리가 드디어 끝이 나나 싶던 의문. 나는 결론 아닌 결론을 내렸다. 아, 아무리 삶이 빡세도 덕질할 정신머리는 남겨 놔야 하는구나. 정말로.
그게 완벽히 세팅된 누군가의 모습을 보고 꺅꺅거릴 수가 있어서가 아니라, 그냥 그렇게 뇌 빼고 살아도 될 에너지는 있어야 사람이 덜 괴로운 것 같아서. 매일 매일 울면서 출퇴근하고, 이를 닦는 누군가의 등짝만 보고도 화들짝 놀라며 일할 수는 없잖아. 내려치면 와장창 깨지는 뭔가처럼 늘 그렇게 긴장해서는 살 수 없었다. 필요했다. 손톱만한 공간. 머리가 끼어들지 않는 공급원. 달리기든, 아이돌이든, 연애든.
어쩌면 그래서 소개팅은 연애로 이어지기 어려운 걸지도 몰랐다. 소개팅을 아무 생각 없이 할 수는 없는 거니까. 은근히 등급을 매긴 나를 꺼내보이고, 그런 상대를 견줘 보는 건데 어떻게 안 그래. 와중에도 시간은 가니까. 대가도 없는 눈물을 짜내며 방구석에 처박혀 있는 동안에도.
그리고 돌고 돌아 다시 출근. 나와 나이트를 했던 그 패거리는 아무도 출근하지 않은 데이 근무. 아닌 척 복도를 지나갈 때마다 내 병실을 엄청나게 쳐다보는 그 새끼도 없는 데이. 펠로우는 굳이 보호자가 오면 연락을 해 달라고 몇 번이나 강조했다. 누워서 그래도 반절은 멀쩡하게 물 줘, 아퍼어. 물 줘! 하는 노인과 똑같이 생긴 아들이 온다. 오늘 보고 알았다. 키도 비슷하구나. 유전이란. 유전? 유전. 어쩌면 삼십 년 후 당신의 모습, 아니면, 삼십 년전 그 할아버지의 모습. 굳이 부른 이유가 있었다. 설이나 지나야 전원을 다시 고려해 볼 수 있을 것 같다는 말보다는, 언제 가셔도 이상하지 않은 상태라는 말을 돌려 돌려 조심스럽게 전달하기 위해서.
그래도 면대면으로 전하는 게 좋으니까요, 했던 게 정말 저 뜻이었다니. 아. 그거 서명했습니다, 라는 말에 그가 나를 본다. NPC처럼 노트북을 들여다보던 나는 와중에도 대답한다. 폴스트 쓰셨어용. 아, 네네. 그러면.. 네. 저희는 최선을 당연히 다 하고 있고, 하겠지만.. 그래도. 라고 끝맺는 말. 그리고 정말 그는 착잡한 표정을 짓느다. 입이 쓰다. 그런 감정은 원물들이라서.
선생님, 이거 그냥.. 하지 마세요. 이것도요. 왜 몰라요? 안 보여요? 그리고 이건 어쩌고, 하는 그 눈동자보다 그 아들의 표정에 입이 써서 그 인계는 덜 무서웠다. 찐은 못 이긴다. 인생과 시간이 주는 타격이 그렇다. 맷집이 그간 약해졌던 건가 생각했다. 누가 죽고 사는 걸 덜 봐서 그런가 하고 생각하게 된 스스로가 좀 웃기기도 했지만.
다 죽어. 저렇게. 그 사실을 잊기 위해 달리든, 기억하기 위해 쓰든, 지겨움에 미친 선택을 하든, 결론은 같다고. 팍삭 늙어 똥오줌도 못 가리고 정신만은 아기가 된 채로 허무하게 끊기는 숨. 묘한 삶이다. 뭣 같은 날도, 그 정도는 아닌 날도. 짬통마냥 온갖 주제가 다 답 없게 섞인 모든 인생의 결론이 똑같으니까. 유한해서 아름답고 처절하다. 누구나의 같잖고 우스운 모든 순간들이.
그래서 나는 더 이상 원망하지 않기로 한다. 소개팅은 쳐내고 아이돌이나 쫓아다니는 일상을 사는 나를. 그렇게나 한심한 취급을 받으면서 어디서부터 꼬인지도 모르겠는 이 직장을 꾸역꾸역 못 때려치우는 스스로를. 결국 나도 저렇게 될 거고 내게 남는 건 그 사실 하나니까.
당장도 앞으로도 확실한 건 그거 하나라서.
어쩌면 그게 내 베팅인지도. 진짜 뭣도 없어서 내 자원은 소중하니까. 무엇보다 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