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천장을 바라보다 겨우 잠들던 밤.
검은 새벽 출근길을 수놓은 주황색 가로등.
밤새 쌓인 눈을 녹이는 앞유리 히터의 소음.
차가운 공기를 메우던 사건의 지평선처럼
지나간 시간은 돌아오지 않겠죠.
이제는 내비 없이도 출근합니다.
일은 적응할 만하면 다시 낯설어집니다.
가끔 골프도 치고 배드민턴도 칩니다.
담배 살 때 이따금씩 민증을 보여달라고 합니다.
더이상 그 누구도 나의 주민등록증을 궁금해 하지 않는 날이 오면
그제서야 나의 젊음이 지나갔음을 인정할까요.
백발이 된 아버지는 요즘 드럼을 배우고 계십니다.
아버지는 낙엽처럼 떨어지는 사람이라 말씀하셨지만
마음속엔 아직 젊음이 머물러 있는 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