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뇌는 77살에도 변한다

신경가소성이란 무엇인가

by 오래피스 orapeace

어릴 때 할머니가 키우시던 강아지에게 자주 하시던 말이 있었다.

"늙은 개에게는 새로운 재주를 가르칠 수 없다"는 속담 말이다.

나이 들면 변화는 불가능하다는, 그런 체념 섞인 말이었다.


그때는 그냥 그런가보다 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참 슬픈 말이었다.

나이가 들수록 배울 수 없고, 변할 수 없다니.

그럼 나이 든 사람들은 그냥 과거에만 머물러야 하는 것이 당연한게 아닌가?


다행히 현대 뇌과학은 이 오래된 속담이 완전히 틀렸다는 걸 증명했다. 우리 뇌는 나이가 몇 살이든 상관없이, 지금 이 순간에도 새로운 신경 연결을 만들고 기존 회로를 재구성한다. 마치 오래된 집을 리모델링하는 것과 같다. 벽을 허물고, 새로운 방을 만들고, 동선을 바꿔서 완전히 다른 공간으로 탈바꿈시키는 것처럼.


신경가소성

뇌가 스스로를 바꿀 수 있는 능력이다. 처음엔 그냥 어려운 과학 용어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우리 일상과 밀접한 이야기였다.


뇌졸중으로 말을 잃었던 사람이 다시 대화하고, 평생 우울증에 시달렸던 사람이 약물 없이 회복하고, 평범한 사람들이 새로운 기술을 익히고 오래된 습관을 바꾸는 일들. 이런 일들이 매일 일어나고 있다.


가장 놀라운 건 우리가 이런 변화를 의도적으로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특정한 환경을 조성하고, 올바른 자극을 주고, 체계적으로 훈련하면 말 그대로 뇌를 '다시 프로그래밍'할 수 있다.


이건 단순히 새로운 기술을 배우는 차원을 넘어선다.

불안과 스트레스로 가득한 뇌를 평온하고 집중력 있는 뇌로, 부정적 사고에 갇힌 뇌를 창의적이고 해결책을 찾는 뇌로 바꿀 수 있다는 뜻이다.



뇌의 정원 가꾸기

뇌과학자들은 신경가소성이 작동하는 과정을 '가지 치기'와 '싹 틔우기'로 설명한다. 필요 없는 신경 연결은 제거하고, 새로운 연결은 만들어내는 것이다.


건강한 뇌라면 이 과정이 몇 초도 안 걸린다고 한다. 캘리포니아 대학 연구진이 실험 쥐를 통해 발견한 흥미로운 사실이 있다. 풍부한 환경에 사는 쥐들이 그렇지 않은 쥐들보다 더 많은 뉴런과 연결을 가진 큰 뇌를 갖고 있었다는 것이다.


결국 새로운 것을 배우고 새로운 경험을 할 때마다 우리는 말 그대로 뇌를 바꾸는 것이다. 정원사가 매일 정원을 가꾸는 것처럼.


나는 이 사실을 알고 나서 내 일상을 다시 보게 됐다. 매일 같은 길로 출근하고, 같은 자리에 앉아서, 같은 사람들과 같은 대화를 나누고. 이런 반복된 일상이 내 뇌를 어떻게 만들었고, 현재 내 상태에 대해 생각해보게 됐다.



변화가 어려운 진짜 이유

변화에서 가장 어려운 건 어제 했던 선택을 오늘 하지 않는 것이다. 왜 그렇게 힘들까?

습관적으로, 자동적으로 같은 행동을 하게 되고, 똑같은 것을 경험하며, 오래된 자신을 둘러싼 익숙한 감정을 계속 확인하게 된다. 그 동일한 생각의 고리에서 벗어나려는 순간, 우리는 불편함을 느낀다.

새로운 존재 상태는 낯설 수밖에 없다. 모르는 것이니까. 비정상적으로 느껴지니까.


처음에 금주를 시도했을 때가 생각난다. 술을 끊겠다고 마음먹었지만, 평소 술을 마시던 금요일만 되면 몸이 저절로 반응했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자동으로 술을 찾게 되고, 주말에 술을 안 먹으니 뭔가 어색하고 불안했다. 그때 깨달았다. 변화가 어려운 건 새로운 나를 만드는 것보다 기존의 나를 버리는 게 더 힘들기 때문이라는 걸.


조 디스펜자는 이를 '변화의 강을 건너는 것'이라고 표현한다. 강 건너편에 새로운 자아가 있지만, 그 강을 건드려면 기존 자아의 '죽음'을 감수해야 한다. 불사조가 스스로를 태워 재가 되는 과정과 같다. 정말 어려운 일이다.




과거의 포로가 된 뇌

우리 뇌는 지금까지 경험한 모든 것, 알고 있는 모든 것을 반영하도록 만들어져 있다. 외부 세계와 교류할 때마다 그 사건들이 현재의 우리를 만들고 규정한다.

이 땅에 사는 동안 발화하고 결합시킨 뉴런들의 복잡한 네트워크가 수십 조개의 연결을 만들었다. 우리가 배우고 기억했기 때문이다. 뇌는 살아 움직이는 과거 기록 장치인 셈이다.


생각해보면 나도 그렇다. 매일 같은 시간에 같은 일을 하고, 같은 장소에서 같은 사람을 보고, 같은 경험을 하며 같은 삶을 산다. 내 내면은 그런 외부 환경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환경이 내 생각과 행동과 감정을 통제하고 있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우리는 개인적 현실의 포로다. 우리의 개인적 현실이 성격을 만들고, 그 과정이 무의식적이 되어버렸다. 그래도 변하고 싶다면 우리 자신이나 삶의 무언가가 현재 환경보다 더 강력해져야 한다.


지금이 시작점이다

우리 뇌는 지금 이 순간에도 변화할 준비가 되어 있다. 과거의 패턴에 갇혀 있다고 생각하지 말자. 불가능해 보이는 변화라도 포기하지 말자. 신경가소성이라는 뇌의 마법은 행동을 시작하는 순간부터 작동한다.

오늘 선택하는 생각과 행동이 내일의 뇌를 만든다. 그리고 내일의 뇌가 인생을 결정한다.

변화는 선택이 아니라 뇌의 본능이다. 이제 그 힘을 의도적으로 사용할 시간이다.

할머니가 말씀하신 늙은 개 이야기는 틀렸다. 늙은 개도 새로운 재주를 배울 수 있다. 사실 나이는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건 시작하겠다는 마음이다.


나는 오늘도 작은 변화를 시도해볼 생각이다.

그리고 나도 할 수 있다면, 당신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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