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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ne Jun 27. 2019

무제6

후폭풍, 올 것인가

왜 내 플레이리스트에는 이별 노래뿐일까.

이건 이별도 아니고, 썸이 끝난 것도 아니다.
우리는 그저 3번 만났다.
그 사이 나눈 순간들이 너에게 남아있지 않은 것을 보면.

첫 번째는 1시간.
두 번째는 5시간.
세 번째는 4시간.

함께한 시간은 총 10시간뿐이다.

10시간은 그저 일이 많아 하루 2시간 더 야근하는 날의
업무시간 정도이다.

그는 아직 연애할 마음의 여유가 없고
아니 나에게 반하지 않았고
나는 그의 말에 가로막혀 어떤 적극성도 보이지 못했다.

이자카야에서 나와 잠깐 걸었던 시간 동안
그의 마음을 흔들지 못한 것,
맥주 한 잔 하는 동안 혼자가 편하다는 그의 말에
반박하지 못한 것,
오들오들 떨며 영화를 보는 내내 그에게 팔짱을 끼지 못한 것,
마지막일지 몰랐던 커피를 마시며 겉도는 대화만 나눈 것,
헤어질 때 눈을 마주치고 인사하지 못한 것,
아니 모든 것이 우리의 시작을 막아선 것 같다.

이제 정리를 해야 한다.
정리하자.
서랍 속에 고이 넣어두자.

나는 그렇게 강단이 있는 사람이 아니니까
잠시만 아쉬워하고 아파하자.

그를
10시간을
사실은 그 사이사이 나눴던 마음을
잊어버리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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