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소거를 하고 야구경기를 보고 있다.
혼자 하릴없이 앉아있기는 싫고,
시끄럽고 귀에 들어오지도 않는 TV 소리도 싫고
의미 없이 돌아가는 방망이만 초점 없이 바라보고 있다.
마지막 통화 후 이상하게 차분해지고
생각보다 괜찮다고 느꼈는데,
이제야 후폭풍이 오나보다.
이번 주부터 회사가 바빠져 업무 시간은 휙휙 지나가는데
야근할 거리가 생겨 회사에 있는 시간은 그나마 안정적인데
집에 돌아오면 이 고요함과 적막함이 몹시 괴롭다.
강아지마저 야근 핑계로 본가로 보내 놓고
이리저리 약속을 만들어 혼자 있는 시간을 피해 보지만
순간순간 울컥하며 핑 도는 눈물은
후폭풍이 왔음을 실감 나게 한다.
"미안해. 너 좋은 여자지만 지금은 혼자도 너무 버겁다."
마지막 연애가 약 5년 전쯤이랬나.
만나는 동안 혼자가 편하다는 둥,
얽매이고 싶지 않다는 둥.
저런 철벽이 또 있을까 싶었는데.
차라리 너는 내 스타일이 아니다.라는 얘기를 들었으면
욕이라도 실컷 했을까.
정중한 거절, 너에게 반하지 않았다, 마음이 없다 등의
일반적인 담론을 피하고 싶은 것은 아니지만
내가 파악한 그는
내가 빠져버린 그의 성향이라면
빈 말이 아닐 수도 싶겠다 싶어 더욱 괴롭다.
10:55 pm
나 그동안 나도 모르게 엄청 외로웠나 봐.
니가 잠깐 왔다간 자리에 폭풍이 휘몰아치는 것 같아.
얼마가 지나야 잠잠해질까,
얼마나 지나야 푹 패인 내 마음덩이가 채워질까.
벌써 잠들었겠지만, 잘 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