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Anne Jun 28. 2019

무제7

잊기 위한 몸부림

음소거를 하고 야구경기를 보고 있다.
혼자 하릴없이 앉아있기는 싫고,
시끄럽고 귀에 들어오지도 않는 TV 소리 싫고
의미 없이 돌아가는 방망이만 초점 없이 바라보고 있다.



마지막 통화 후 이상하게 차분해지고
생각보다 괜찮다고 느꼈는데,
이제야 후폭풍이 오나보다.

이번 주부터 회사가 바빠져 업무 시간은 휙휙 지나가는데
야근할 거리가 생겨 회사에 있는 시간은 그나마 안정적인데
집에 돌아오면 이 고요함과 적막함이 몹시 괴롭다.

강아지마저 야근 핑계로 본가로 보내 놓고
이리저리 약속을 만들어 혼자 있는 시간을 피해 보지만
순간순간 울컥하며 핑 도는 눈물은
후폭풍이 왔음을 실감 나게 한다.

"미안해. 너 좋은 여자지만 지금은 혼자도 너무 버겁다."

마지막 연애가 약 5년 전쯤이랬나.
만나는 동안 혼자가 편하다는 둥,
얽매이고 싶지 않다는 둥.
저런 철벽이 또 있을까 싶었는데.

차라리 너는 내 스타일이 아니다.라는 얘기를 들었으면
욕이라도 실컷 했을까.
정중한 거절, 너에게 반하지 않았다, 마음이 없다 등의
일반적인 담론을 피하고 싶은 것은 아니지만
내가 파악한 그는
내가 빠져버린 그의 성향이라면
빈 말이 아닐 수도 싶겠다 싶어 더욱 괴롭다.



10:55 pm

나 그동안 나도 모르게 엄청 외로웠나 봐.
니가 잠깐 왔다간 자리에 폭풍이 휘몰아치는 것 같아.
얼마가 지나야 잠잠해질까,
얼마나 지나야 푹 패인 내 마음덩이가 채워질까.

벌써 잠들었겠지만, 잘 자.

작가의 이전글 무제6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