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찍 일어났다.
잠이 오지 않아서 어떻게 잠들었나 싶었는데
아침에도 역시 일찍 눈이 떠졌다.
그는 내 마지막 카톡을 확인했고, 회신은 없었다.
예상했던, 당연했던 상황을 맞닥드리니 힘들었다.
내 삶을 원래대로 평온하게 유지하기 위해
충분히 아파할 시간이 필요했고
그 시간을 눈 뜬 순간부터 버스 타고 출근하는 1시간으로 제한하기로 했다.
버스에서 내렸다.
그의 서랍은 닫히지 않았고,
마음은 정리되지 않았다.
오늘을 일상처럼 보내기가 어려울 것이라 직감했다.
아직도 텅 빈 기대와 희망을 저버리지 못해
(그도 나에 대해 고민할 것이라는)
되지도 않는 상상을 하며 나를 고문한다.
안돼.
닫아.
서랍조차 잊으라고.
10:03 pm
마음이 무너져 내리는 순간순간
붙잡고 있을 무언가 필요한 순간
흔들리는 나의 유리멘탈을 잡아줄 이가 필요한 순간
친구 외에는 한 번도 내 사적인 이야기를 하지 않는데
오늘은 그 순간순간을 넘기기 힘들어
옆자리 후배에게 (사실 처음부터 얘기해서 어느 정도 스토리를 알고 있음) 털어놨다.
그렇게 고비고비를 넘기며 오늘을 보냈는데...
회사 옥상에서 엉엉 울고 싶은 심정이었어.
퇴근 후 전화를 했다.
이 애매함을, 그의 무관심을 참을 수가 없어서.
사실은 헛된 희망이 진짜이지 않을까 싶어서.
그도 나에 대해 고민하고 있지 않을까 싶어서.
우리 사이는 12분 21초 만에 끝을 맺었다.
그의 대사를 결국 직접 듣고 말았다.
마음의 여유가 없다는 그.
연애가 부담스럽다는 그.
그런데 너무 이해가 가는 그의 삶.
혼자인 지금도 버겁다는 그.
우리가 함께 했어도
내가 지쳐 이별을 통보했을 거라는 친구의 말.
엽떡을 시켰다.
매운 걸 못 먹어서 초보 맛으로 시켰는데
한 단계 더 매운맛을 시킬 걸 그랬나.
눈물인지 땀인지 모를 것을 실컷 흘려나 보게.
애매한 사이라 눈물도 안 나나 보다.
맺음을 했다는 안도감과 함께
잠깐 공유한 그의 삶이 씁쓸하고 안타깝다.
너의 삶이 너무 애잔하다.
속상하다.
미안하다는 너의 목소리가 참 마음이 아프다.
새장 문을 활짝 열어두어도
새장 밖으로 날아가지 못하는 새 한 마리가 있다면
너였을까.
나에게 관심을 주었던 순간들을 모아 보여주고 싶다.
너의 삶에도 초록빛 여유가 숨어있다는 것을.
환히 웃는 너의 얼굴이 얼마나 밝은 지를.
나는 며칠 아파하고, 안타까워하고 우리를 잊겠지.
너는 얼마가 걸릴까.
너의 그 잔인한 삶이 벌써 지웠을까.
속이 울렁거린다.
멀미를 하네.
방금 삼킨 엽떡을 토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