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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잇문학도 May 11. 2022

퇴사자의 마지막 성공 비결

창의성을 지휘하라

 회사 생활이란 날씨와 같다. 어느 날은 참 바쁘고 의미 있지만, 갑자기 몰아치는 소나기처럼 회사를 뛰쳐나가고 싶을 때도 있다. 화가 난 사람도, 화를 내는 사람도, 사원도 부장도 임원도, 모두의 마음속에는 퇴사라는 카드가 있다. 하지만 이 비장의 카드를 꺼내는 일은 거의 없다.



 퇴사 후에 직장인은 어디로 가게 될까? 경력을 쌓아 이직을 해도 언젠가는 또 퇴사를 한다. 연금이 아니고서는 영원히 돈이 나오는 구멍은 없다. 많은 이들은 저숙련 저임금 노동자가 되거나 스타트업이든 자영업이든 창업을 시작한다. 하지만 창업은 수많은 실패가 예정되어 있다.


 인터넷 은행과 증권의 상징이 되어버린 '토스'의 이승건 대표는 2011년 비바리퍼블리카를 창업했다. 토스는 9번째 아이템이다. 전의 모든 아이템을 실패했고 빚은 2억 원까지 쌓였다. 이승건 대표는 기존 실패를 분석해 '자신이 원하는 아이템'이 아니라 '세상이 원하는 아이템'을 내놔야 함을 깨달았다고 한다. 그는 복잡한 결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토스를 내놓았고 곧 유니콘 기업 대열에 합류했다.


 대한민국 1위 프리랜서 구인구직 사이트 '크몽'의 박현호 대표도 진한 실패를 맛봤다. 그는 2번의 사업 실패 후 도인처럼 지리산에서 은둔 생활을 했다. 그곳에서 세계적인 프리랜서 구직 사이트 '파이버'를 알게 되었고 곧 재능 공유 플랫폼 '크몽'을 창업했다. 널디의 김병훈 대표는 3번, 아자르의 안상일 대표도 10번의 창업 실패 경험을 가지고 있다. 아자르는 매치 그룹에 약 2조에 매각되었다.


 스타트업뿐만 아니라 자영업도 마찬가지다. 성공한 소상공인들도 수십 번 업종을 바꾸거나 장소를 이동했다. 같은 자영업을 하더라도 마케팅 방법과 판매 채널을 바꿔가며 도전했고, 안정적 수입은 수많은 실패 끝에 얻은 전리품이었다.


 요식업의 전설 더본코리아 백종원 대표도 사업 초년기 실패로 17억 빚더미에 앉았을 뿐만 아니라 수많은 브랜드 실패를 경험했다. 더본코리아의 백시리즈는 여전히 브랜드가 생겼다 소멸되곤 한다. 실패는 언제나 성공의 어머니인 셈이다.



성공한 사람의 말은 정답으로 들린다


 창업의 성공 법칙 1번은 '시장을 발명하지 말고 시장을 찾아라'다. 창업자가 원하는 것을 만들지 말고 소비자가 원하는 것을 만들어야 한다는 말이다. 이 말은 창업 교육이나 컨설팅에서 항상 빼놓지 않고 등장한다. (세그웨이 사례와 함께..)  그렇다면 수많은 창업자들은 소비자 조사를 하지 않은 것일까? 애초에 왜 소비자가 원하는 것을 못 만들었는가?


 여기에는 아전인수격 논리, 가불기가 숨어있다. 논리에 따르면, 성공하면 소비자가 원하는 것이고, 실패하면 원하지 않은 것이다. 성공한 비즈니스에서 소비자가 원하고 있다는 증거를 찾는 것은 쉽다. 실패하고 나서 소비자가 원했다는 증거자료는 핑계로만 보인다.


가불기, 가드 불가 기술은 무섭다..



 하지만 아전인수에도 진리는 있다. 우리는 직접 해보기 전에는 소비자가 원하는지 알 수 없다는 점이다. 때문에 창업에는 항상 실패가 따라온다. 요즘 창업은 린스타트업이라는 개념으로 접근한다. 작게 만들어서 빨리 해보고 빨리 실패하는 방식이다. 될만한 아이템이라고 판단이 되어도 계속 세부사항이나 방향을 바꿔나가야 한다. 전문가들은 이것을 피봇팅(발 바꾸기)이라고 한다.


 이러한 실패와 피봇팅에 대해 매우 인상 깊은 이야기를 하는 책이 있다. 월트 디즈니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회장인 에드 캣멀의 <창의성을 지휘하라>다. 픽사와 디즈니의 애니메이션은 최고의 퀄리티와 완성도,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캐릭터로 유명하다. 이러한 작품과 아이디어는 어떻게 만들어질까.


 에드 캣멀이 지휘한 작품은 기라성 같다. 몬스터 주식회사, 토이 스토리, 월-E, 라푼젤, 겨울왕국..

 하지만 에드 캣멀은 픽사와 디즈니가 처음 내놓은 초안 스토리와 디자인은 보통 '더럽게 형편없다'고 말한다. 이 더럽게 형편없는 초안은 어떻게 완벽한 예술작품이 되었을까?



못생긴 아기를 아름다운 어른으로 키우기


 아기를 키워본 사람이라면 처음 태어난 아기의 얼굴을 보고 놀란다. 갓 태어난 아기는 어딘가 어색하고 눈도 못 뜨고, 생닭처럼 쭈굴하고 가냘프게 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눈빛은 선명해지고 볼을 뽀얘지며 감정을 표현하고 아장아장 걷는다. 시간이 더 지나면 논리적으로 대답하며, 시키는 데로 행동하지 않고, 친구들이랑 놀며 어른처럼 행동한다. 부모의 머리가 희끗해지는 순간이 오면 어느덧 아이는 튼튼하고 아름다운 어른으로 자라난다.


 캣멀이 말하는 애니메이션의 초안도 이렇다. 불분명하고 불완전하다. 작품이 되기까지 않은 노력과 인내심이 필요하다. 빨리 수익을 내야 회사가 운영이 될 텐데, 수익은 생기기 어려워 보이고 처음부터 실패할 작품으로 느껴진다.


 이 '더럽게 형편없는 이야기와 디자인'은 지속적인 노력과 수정으로 꽤 괜찮은 작품이 된다. 그리고 괜찮은 작품은 지속적으로 개선해나가면 훌륭한 작품이 될 수 있다. 필요한 것은 체계적인 환경과 피드백이다. 꾸준함으로 조금씩 개선해나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사람들과 지속적으로 검토하고 수정하면 졸작은 명작으로 성장한다.


 캣멀의 이야기를 요약하면 이렇다.

 첫 번째 초안은 언제나 형편없다. 그것을 쓰고 고치고 다시 쓰고 고치다 보면 초안과는 완전 다른, 한 번도 써보지 않았던 것이 만들어진다. 그것이 성공이다.



실패하고 고치는 수레바퀴


 캣멀의 이야기는 자영업에도 스타트업에도 적용된다. 어차피 실패는 디폴트(기본값)이고 성공은 실패를 수정해나가는 과정 속에 있다. 처음에 들고 있는 번데기 같은 사업을 나비로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해야 한다. 위로가 되는 것은 그래도 결국에는 나비가 될 것이라는 점이다.


 캣멀은 최고의 아이디어는 때때로 농담 따먹기에서 나온다고 말했다. 한가롭게 이야기하는 시간, 일상을 공유하고 유튜브 영상을 소개하는 시간낭비 같은 활동이 생산성으로 이어진다고 했다. 창의성이란 것은 서로 무관한 것들을 연결하고 감정상태를 바꾸는 것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 실패 과정 속에서 우리가 얻는 스트레스다. 글로 쓰는 실패는 간단해 보이지만 실제 실패는 뼈를 깎는 아픔이다. 우리는 실패를 감내할 수 있는 심리적 자산들을 준비해야 한다.


 퇴사를 하고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사람들은 모두 실패를 통해 예방주사를 맞는 셈이다.

 리턴제로 이참솔 대표는 창업의 실패를 경험하는 것은 심리적인 문제를 미리 인지하게 된다는 점에서 좋다고 말했다. 그는 "보통 하루 단위로 조울증에 가까운 감정 기복을 경험하는 게 창업가들의 흔한 직업병인데, 이미 창업을 겪고 나면 극심한 감정 기복, 스트레스를 버티는 힘이 생기게 된다.”고 말한다.


 이참솔 대표와 캣멀의 말을 빌려 우리는 때때로 한가롭고 시간낭비처럼 보이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좋은 글을 읽고, 영상을 보고, 사람들과 대화하고, 산책을 하면서 우리 자신을 창업의 자원처럼 돌봐야 한다. 퇴사한 직장인들에게 남아 있는 가장 큰 자산은 자기 자신이다. 자신은 언제나 실패와 성공의 동반자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우리 자신을 돌보자. 이것이 퇴사자들의 마지막 성공 비결이다.




[참고 자료]

https://www.mk.co.kr/economy/view/2021/1128514/


http://www.recruittimes.co.kr/news/articleView.html?idxno=86479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370490&ref=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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