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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작가 Aug 19. 2019

남편은 어디 있어요?

남편 없이 아이와 여행하는 엄마 여행자들을 지지함 

"Where is your husband?" 

"혼자 여행 가면 남편이 뭐라고 안 하나요?"

"Mom and daughter? Only two?"


아이와 여행을 다니면서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이 바로 이런 것들이다. 

남편은 어디 가고 너희 둘만 다니냐는 질문을 받을 때마다 꼬박꼬박 '남편은 일하고 있죠.' 라거나 '남편과 휴가를 맞추기 힘들어서요.' 같은 대답을 했지만 어쩐지 뒷맛이 찝찝하다. 남편은 두고 너만 놀러 다니냐는 질책에 변명하는 것 같은 기분을 지울 수 없기 때문이다. 


혼자 다닐 때는 정작 한 번도 들어보지 못했던 질문인데 아이와 함께 다니니 오히려 자주 듣게 된다. 혼자 다니는 여자보다 아이와 함께 다니는 여자가 더 불완전해 보이는 걸까? 

여행 다니며 남편의 자리가 아쉽다거나 한적은 없었는데 (남편에게 미안하지만 남편과 다닌 여행보다 아이와 다닌 여행이 더 많다 보니 우리 둘은 익숙해서) 남편은 어디 있니?라는 질문을 받을 때면  아이와 나, 둘은 불완전체가 된다.


이제 누가 물어보면 확 이혼했다고 하거나 남편 없다고 해버릴까? 
왜 내가 여행 다니는데 남편 어디 갔는지 궁금해하는 거야?
모든 여자가 남편이 있을 거란 생각, 너무 구태의연하지 않아?

이런 투덜거림에 정작 남편은 '궁금할 수도 있지.' 라거나 '그러니까 나도 좀 데려가.'라고 할 뿐 그다지 공감 못하는 눈치다. 모르긴 몰라도 남편이 아이와 둘이서 여행을 간다면 아내는 어디 갔냐는 질문보다 아이고, 아빠가 고생이네. 같은 말을 들을 것이다. 거기에 애와 남편 둘만 '보내버린' 애엄마를 어떤 사정이든지 간에 비정하다고 생각할지도 모를 일이다. (흥! 칫!)


남편은 어디 두고 너희만 여행하니 같은 종류의 질문을 처음 받았을 때는 당황해서 제대로 대답을 잘 못했다. 이런 질문을 받을 거라고 생각한 적이 없고 게다가 딱히 특별한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여행을 가고 싶어서 온 것이고, 남편과는 시간이 맞지 않고, 아이는 시간이 맞으니(안 맞기도 힘들지만) 같이 온 것뿐인데. 이걸 굳이 설명해야 하는 걸까? 

심지어 남편이 혼자 여행 가는 걸 '허락'하나요?라는 질문도 수없이 받았다. 저기요, 저는 제가 여행 가고 싶을 때 가도 되는 다 큰 성인이고요. 남편에게 허락받고 여행 다니는 어디 그런 나라 사람이 아니라 자유민주주의 국가 대한민국의 평범한 유부녀입니다만. 


그래서 나는 여행지에서 유모차를 밀고 다니는 엄마 여행자들을 열렬히 지지한다. 누구는 극성이라고, 어릴 때 데리고 다녀봤자 기억도 못한다는 둥 뒷말을 하지만 그건 모르고 하는 소리다. 엄마 여행자들이 아이를 위해서만 여행을 한다는 편견은 제발 버리길 바란다. 


그들은 자신들을 위한 여행을 하고 있는 것이다.
시간이 안 맞는 남편 대신 시간이 (늘) 맞는 아이와 여행을 온 것뿐이다. 

여행은 언제나 나를 위한 일이다. (미안하지만) 엄마라고 늘 아이를 위한 여행만 하는 게 아니라는 걸 제발 알아주길 바란다. 남편은 어디 두고 왔냐고, 남편이 여행 가게 허락했냐는 질문도 제발 이제 그만! 육아를 하면서도 여행을 놓지 않은 엄마 여행자들을 응원해주면 된다. 


남의 집 남편은 어디 갔냐는 오지랖 넓은 참견 대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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