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떠난 자리

by 파랑새 앵선



바람이 한 자락 머물고 간 앞 뜰에,

낙엽 한 움큼 주워 올리며 가을의 마지막 향기를 맡아본다.


어느덧

하얀 눈으로 덮인 겨울을 생각하며,

내 마음에 쌓였던 아픔의 낙엽들도 날려 버리면,

맑고 깨끗한 흰 눈이 내리려나?


"즉흥 환상곡' 이 휩쓸고 지나간 내 마음의 마지막 가을처럼,

아득하고 길게 이어진 마음의 행로를 걸으며,

새롭게 푸른 잎을 돋울 수 있는 나무 한 그루 만났으면 좋겠다.


37세에 죽은 고흐는 '죽기 전 모든 것이 끝나서 좋다" 고 했다지만

나는 그의 그림 속에 사이프러스 나무처럼 높게 솟아 푸르게 푸르게 살아내고 싶다.


새롭게 푸른 잎을 돋울 수 있는 커다란 나무를 만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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