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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랑새 앵선 Sep 23. 2024

철학이 있는 건축기행

제따와나선원 (춘천)


서울대 박사과정 중 불교 동아리에서 활동하다가 1996년 출가하여 성철스님 밑에서 공부했다는 일묵스님의 종교철학이 묻어나는 선원이다


한국의 다른 사찰 모습과는 전혀 다른, 묵언이 흐르는 그런 분위기이며,

"사찰은 좀 더 교육과 수행이 일치하는 교육 시스템으로 바뀌어야 한다"

는 일목스님의 목표가 뚜렷하게 보이는 선원이었다.


두 번째 방문이지만 또 다른 느낌!


제따와나의 모델이라는 인도 기원정사

석가모니 탄생지 룸비니로부터 110km 떨어진 인도 북부에 있다 한다.


기원정사 유적지를 둘러본 건축가들은 건축에 대한 4가지 가이드라인을 세웠다 한다

1. 현재 남아있는 4 각형의 기단을 기초로 한다 

2. 깊은 회랑 구조로 수행자의 동선을 유도한다

3. 벽돌의 음영으로 건축의 공간감을 극대화한다

4. 시간의 흔적을 담아 초기 불교 수행도량임을 상징한다


기원정사에는 붉은 벽돌과 터만 남아 있다는데, 흔적만 남아있는 인도의 기원정사가 이곳에서 다시 태어난 듯,

정갈한 묵언의 불교 초기의 수행도량이 선원 뜰 위에 내려앉은 가을바람을 타고 소소하게, 침묵의 기도로 흐르고 있다.


기원정사 유적지에 남아있는 벽돌과 느낌이 비슷하다는 파키스탄 벽돌 40만 장을 실어와 지었다니......

임형남 노은주 부부 건축가의 설계로 2019년 완공된 건축물은 '부처의 최초 설법인 4가지 진리 4성제와 수행의 여덟 가지 길인 팔정도의 개념'의 건축물을 원하는 일목스님의 희망대로 지어졌다 하는데, 무언가 심상치 않은 사찰의 모델을 보는 것 같고, 고요함의 근원이 불교의 기본 법리일 듯싶은 느낌마저 든다.

전체적인 콘셉트는 길!

경사진 지형에 순응하는 3개의 단으로 만들어, 일주문으로 시작된 제따와나는 

첫 번째 단에 종무소와 공양간, 일반 수행자들의 거처인 꾸띠

두 번째 단은 스님들의 공간 요사체

세 번째 단은 법당과 선방이다


첫 번째 단에서 만나는 마당의  여래우물

불교사원에서 우물의 의미는 2가지로, 자연과 일체라는 사상과 수행자들의 깨달음을 얻기 위해 필요한 정신적 양식을 제공하는 생명의 근원을 나타내는 것이라 한다

밑에서 물은 조금씩 끊임없이 올라오는데, 우물의 맨 윗선과 물이 만나,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는 형태를 유지함의 뜻은, 세상 살아가며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는 삶을 살아가고픈 정직한 삶의 표본을 말하는듯하다.

두 번째 단에서 만나는 금박의 여래전탑

부처님의 가르침을 계승하고

실천하는 도량임을 보여주는 여래전탑은 

벽돌 기단만 남아있는 인도 기원정사의 여래전탑을 

그대로 재현하였다 한다.

신성함과 고귀함을 상징하는 여래전탑의 금빛이,

불자들의 소망을 담아 세상을 밝히는 찬란한 빛이 되기를 바라는 

나의 소망을 담아본다.


세 번째 단에서 만나는 법당과 선방

법당 안에 들어서니 그 어느 사찰에서도 볼 수 없었던 부처의 모습을 만났다

부처를 때마다 느꼈던 거부감이 사라지고, 저절로 숙연해지고 평안해지는 느낌으로 대할 수 있는 불상이다

잠시 앉아 묵상하며 기도한다

지나온 삶의 회한보다, 남은 삶을 위하여 자비를 구하며, 목메임의 기도를 올린다

나 자신과 함께 살아 내야 할, 사랑하는 사람들의 건강과 평안을 위하여......

일주문에서 오른쪽으로 돌아가니 열반당이다

속세를 떠나 열반에 든 부처가 계신 곳!

뒤쪽으로 붉은 코르텐 강판이 둥그렇게 감싸고 있고, 반대쪽엔 부처의 마지막 앞에서 묵상하는 좌대가 있다

거기에는 

'형성된 것들은 소멸하기 마련인 법이다. 방일하지 말고 해야 할 바를 모두 성취하라'

부처의 마지막 가르침을 되뇌며, 잠시 묵상에 빠져, 하늘을 본다

언젠가 돌아갈 그곳을 향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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