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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성토끼 Feb 16. 2022

파우치 도둑 검거작전

2월 19일

세 살 버릇이 여든까지? 꼬마 도둑들


가게를 하다 보면 어쩔 수 없이 도난을 당할 수밖에 없다.


처음 <에덴 문구> 시절에는 주로 경찰이 출동하는 도난 사건들이 발생했었다면 <모닝글로리> 시절에는 그야말로 소소한 도난 사건들의 연속이었다고 할 수 있다.


문구점에서의 도난은 어린아이들이라는 점에서 그냥 지나갈 수 없는 이야기가 되고 만다.

이 아이를 지금 잡아서 훈계하지 못하면 그 아이는 도벽이 있는 아이로 자라나 나중에 범죄자의 길로 빠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물론 가게의 손실도 문제겠지만, 한 아이의 장래를 위한다는 사명감으로 지금까지도 나는 사소한 도난 사건을 끈질기게 밝혀 내려고 노력한다. 그렇다고 100%의 근절은 없겠지만....


제일 큰 도둑은 빼빼로 사건 도둑이었지만, 그건 제외하고 기억에 남는 꼬마 도둑들의 이야기를 해 보려 한다. 아~ 벌써 마음이 아프다!


파우치도둑 검거작전


동그란 얼굴에 하얀 피부를 가진 예쁜 여자아이가 있었다.


언제부턴가 아침마다 조용히 나타나 물건을 둘러보고 다소 비싼 지갑이며, 다이어리 종류들을 조용히 사 가는 아이여서 나름 단골로 생각하고 있던 아이였다.


당시에는 가게에 CCTV가 없었기에 사실 물건이 없어져도 모르는 경우가 많았을 터였다.

나는 그랬지만, 우리 남편은 아니었다.

물건이 흐트러져 있는 꼴을 못 보는 남편은 항상 물건들을 정리하는 게 큰 일과 중 하나였다.

그랬기에 어떤 물건이 몇 개 있었는지가 자동으로 파악이 되는 거였다. 그야말로 인간 CCTV였다.


사실 아침 시간은 엄청 바쁜 시간 중 하나이다.

아이들이 등교 시간에 몰리기 때문이다. 그때가 도난 사건이 제일 많이 일어나는 순간이기도 하다.

아이들이 학교를 가고 나서 한가해지면 남편은 여느 때처럼 문구점을 한 바퀴 쭉 돌면서 정리를 한다.


"어, 여기 새로 들어온 핑크색 다이어리 나갔어?"

"응? 나 안 팔았는데?"


© RoonZ-nl, 출처 Pixabay


새로 들어온 15,000원짜리 도톰한 핑크색 다이어리가 없어졌다.

아까 어떤 애가 가격을 물어봤었는데? 조용하고 예쁜 그 아이가 물어봤었는데?

하지만, 증거가 없다. 이제부터는 이 아이를 최대한 관찰하는 단계로 들어간다.


한 번 물건에 손댄 아이는 반드시 또 물건을 훔치게 되어 있으니까.

그리고 꼬리가 길면 밟히게 되어 있으니 말이다.

전혀 의심조차 하지 않았던 아이라 내적 충격이 컸지만, 당분간은 그 아이를 집중해서 지켜볼 수밖에....


그러던 며칠 뒤, 새로 들어온 예쁜 파우치가 없어졌다. 가져가는 장면은 못 봤지만, 그 애가 그쪽으로 다녀간 뒤 조금 후에 그 물건이 사라져 버렸다. 더구나 그 파우치는 벽에 진열되어 있던 거라 빈자리가 쉽게 눈에 띄었다.


문제는 그 여자아이의 얼굴만 안다는 사실이었다. 이름도 모르고, 학년도 겉보기에 3~4학년으로 추정된다는 것 정도였다.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을 하다가 무작정 학교 교무실로 찾아가 학교 앞 문구점에서 왔노라고 사정을 이야기하고 아이들의 사진을 볼 수 있을까 물어봤더니 도서실로 가보라고 하셨다.


학교 도서실에는 아이들의 대출증 사진들이 있었고 나는 3학년과 4학년 여자아이들의 사진을 찾아보았다. 그런데, 없다. 뭐지? 혹시나 5학년일까? 그리고 사진들을 다 뒤진 끝에 마침내 그 애를 찾아냈다.

5학년 8반 은솔이(가명)였다.


© timmossholder, 출처 Unsplash


그날 오후 5학년 아이들이 끝나는 시간에 교문에서 은솔이를 잡기 위해 잠복에 들어갔다.

다음 날이 되면 물건을 다른 곳으로 빼돌릴 수도 있으니까 오늘 꼭 잡아야 한다.


눈에 불을 켜고 아이들을 지켜보고 있는데, 저쪽에서 은솔이가 친구들하고 이야기를 하며 나오고 있었다.

"은솔아, 아줌마랑 잠깐 이야기 좀 할까?"

은솔이 얼굴이 어두워졌다.

나는 은솔이를 가게로 데려와서 조용하게 이야기를 시작했다.


책가방 안에서 역시나 없어진 파우치가 발견되었고, 매뉴얼대로 그동안 가져간 물건들을 적게 했다.

없어진 다이어리도 은솔이의 소행이었다. 게다가 몰랐던 몇 가지 물건들까지....


반성문을 받은 뒤 은솔이 부모님에게 연락을 했고, 한동안 은솔이는 가게에 나타나지 않았다.




물건을 훔치다 걸린 아이들은 대부분 한동안 나타나지 않는다. 그 시간이 긴 아이들도 있고, 며칠 만에 다시 나타나는 아이들도 있다.


난 물론 예전처럼 그 아이를 대해 주지만, 사실 한동안은 그 아이를 볼 때마다 주홍 글씨처럼 내 마음에 어떤 앙금이 남아있다.


실망한 아이들에게서 회복할 시간이 나에게도 필요한가 보다. 이런 일들은 어째서인지 매번 겪어도 도무지 면역력이 생기질 않는다.

    


<블로그 댓글 중>


에구.... 저라도 마음으로는 용서해도 한동안은 유심히 지켜보게 될것 같아요...ㅠ

아름이 검거작전이 거의 탐정 급이네요..ㅎㅎ

찾아내신 게 대박입니다!!

감성토끼님네 문구점에 도둑없는 날을 기원해봐요

감성토끼님 무작정 잡는게 아니라 체계적으로 잡고 훈육하셨네요. 그아이도 그걸 계기로 다시는 그런 행동 안하고 잘 자랐길 바라게 되네요. 소소한 도둑이 머리 아팠을거 같아요.요즘은 cctv가 잘되어있어서 그런일은 줄어들겠다싶네요. 즐거운 주말 보내시고요~

- 정말 훔침을 당하는 것도 속상하겠지만 훔치는 아이들을 어떻게할것인지 그 고민이 숙제처럼 남을듯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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