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12일
앞서 세 에피소드는 우리가 경찰을 불러야 했던 이야기이지만, 이번 이야기는 경찰들이 출동했던 지금 생각해도 마음 졸였던 이야기들이다.
경찰 출동 이야기 4 - 사행성 조장 불법 뽑기 단속
우리 문구점 건너편에 <바른손> 문구점이 있었다.
길하나를 두고 마주한 문구점이었다.
아무것도 모르고 장사란 걸 시작한 남편은 그저 친절, 성실, 청결 이 세 가지로 무장한 채 고객들을 점점 끌어들였다.
오픈 한지 얼마 안 된 어느 날, 한 아이가 연필을 샀다가 돈으로 바꾸러 왔단다.
왜 그러냐고 물어보니 저 앞 문구점 아줌마가 이 연필 어디서 샀나고 물어보더니 준비물이 이게 아니라고 환불해 오라고 했다는 거였다.
남편은 처음에 영문을 모른 채 돈으로 환불을 해 주었다.
그러다가 몇 번 그런 일이 반복되자 오기가 생겼고, 싸울 수는 없으니 더 이를 악물고 아이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애를 썼다.
그러다 뽑기 기계를 가져오신 한 중상분을 만났는데, 엄청 핫한 거라며 칩이 나오는 뽑기 기계를 소개해 주었다.
칩을 몇 개 모아서 가져오면 개수에 따라 상품으로 바꿔주는 그런 뽑기였던 걸로 기억을 한다. 그런데, 남편이 그 칩을 상품이 아닌 현금으로 바꿔준 거였다.
그러자 아이들이 벌떼처럼 몰려들기 시작했고, 남편은 그 앞 문구점을 보며 코웃음을 날렸으리라.
그런데, 어느 날, 퇴근한 내가 남편이랑 문구점을 보고 있을 때였다.
갑자기 경찰 두 명이 나타나더니 다짜고짜 우리 부부 사진을 찍는 게 아닌가!
당황해서 지금 뭐 하는 거냐고 물어보았다.
그랬더니, 사행성을 조장한다는 신고를 받고 왔다는 거였다.
뽑기를 돈으로 바꿔주는 건 불법이라고 하면서 신고가 들어와서 사실 확인을 하러 나왔다고 했다.
당시 어떻게든 아이들을 끌어 와야만 한다는 생각에 현금으로 교환해 준 남편의 무리수가 화를 부른 거였다.
경찰분들은 처음이라 경고에서 그치지만, 또 이런 일이 발생하면 처벌을 받는다고 엄포를 놓고 가셨다.
그 뒤 남편은 바짝 쫄아서 그 뽑기를 중단해야만 했다.
신고한 사람은 바로 건너편 문구점 주인이지 않았을까 싶지만 어디까지나 심증일 뿐이다.
경찰 출동 이야기 5 - 경찰서로 와 주세요
어느 날 또 경찰이 출동했다.
이번에는 죄질이 더욱 불량하고, 엄중한 처벌을 받을 수 있는 사안이었다.
미성년자들에게 본드를 팔았다는 것이었다.
어찌 된 상황인고 하니, 어수룩한 남편이 영악한 고등학생들에게 당한 사연이다.
정말 봐서는 절대 고등학생일 수 없는 얼굴의 한 젊은이가 들어와서 돼지 본드를 찾더란다.
남편은 아무 생각 없이 돼지 본드를 팔았다.
그런데, 그 젊은이가 다음에는 친구와 함께 와서 돼지 본드를 몇 개씩 사 갔다.
본드를 자주 사 가니 남편은 궁금해서 뭐 하냐고 물어보았다고 한다. 그랬더니 취미로 건물 모형을 만드는데 사용한다고 얘기를 했다는 거였다.
그게 반복된 몇 달 후 경찰들이 출동을 한 것이었다.
그 젊은이가 알고 보니 고등학생이었고, 그 녀석이 본드를 흡입하다 경찰에게 걸리게 되었고, 취조를 하다가 우리 문구점에서 본드를 구입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남편에게 경찰서로 나와 줘야 한다고 했다.
세상에나~ 경찰서라니~~ 살면서 경찰서 드나들 일이 한 번도 없었던 사람들인데 경찰서 방문이라니~~~
우리는 이런 일로 불려 가면 어떻게 되는 건지, 벌금으로 끝날지, 아니면 더 심한 처벌을 받게 될지.....
온갖 걱정을 하다가 경찰서 방문하는 날이 되었다. 정말 일이 손에 잡히질 않았다.
잔뜩 얼어서 경찰서를 다녀온 남편은 내 기억으로는 경위서라는 걸 쓰고 처음이라 주의로 끝났다고 한다.
그 경찰분들도 얼굴을 보는 순간 알았을 것이다. 정말 몰라서 그랬다는 것을....
그 이후로 우리 가게에서 돼지 본드는 아예 자취를 감추었다.
지금도 일 년에 한두 번은 경찰 아저씨를 만나고 있다.
근처 파출소에서 주기적으로 우리 문구점으로 방문을 한다.
이번에는 올 때마다 타월이나 벽 시계, 반짇고리, 우산 등 작은 선물들을 주고 가신다.
우리 문구점이 바로 <아동 안전 지킴이집>이기 때문이다.
가끔 손이 베었거나, 길을 걷다가 넘어져 무릎이 까져 피가 난다거나 하면 아이들이 밴드를 찾으러 문구점으로 온다. 그러면 나는 구급함에 넣어둔 밴드를 꺼내 아이들에게 붙여 주기도 한다. 이 구급함 역시 경찰분들로부터 받은 선물 중 하나이다.
<블로그 댓글 중>
- 어머나 그런 일이 있었군요. 살다 보면 진짜 별의 별 일이 다 생기죠. 그런저런 에피소드로 경찰관 들과는 더 친분이 생겼을거 같구요. 경찰관들도 좋은 분이라는 걸 한눈에 알아보셨을 겁니다.
선한 영향력을 아름답게 펼치는 문구점 이야기~~ 너무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 열정 가득한 운영이 때로는 화가 되기도 하네요.
한때 본드흡입이 난리인 적이 있었는데~~
감성토끼님의 글은 흡인력이 대단해요. 끝까지 재미있어요^^♥
- 문구점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들이 참 재미있네요. 감성토끼님과 남편분에게는 힘든 일이었지만 지나가니 다 추억이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