뽑기통 도난사건|펜 도난사건

1월 29일

by 감성토끼

아무것도 모르면서 얼떨결에 문구점을 하게 된 남편, 당시 나는 어디까지나 보조일 뿐이었다.

남편은 열정이 넘치는 프로 열정러이자 워커홀릭이다.

그러다 보니 과도한 의욕으로 무리수를 두는 일이 간혹 있었고, 그 일은 경찰 아저씨들과의 몇 번의 만남으로 이어져야만 했다.


몇 번은 우리가 경찰을 불러야만 했고, 몇 번은 경찰 아저씨들이 우리를 찾아오게 된 사건들이다.


경찰 출동 이야기 1 - 뽑기 통 도난 사건


당시 문구점 앞에는 아이스크림 진열대와 오락기계 2대, 그리고 뽑기 기계가 있었다.

그 뽑기 기계는 피스를 박아 밖에 고정되어 있는 형태였다.

이런 뽑기 기계는 마진율이 25%~30% 정도로 낮다.

하지만, 비어 있는 공간을 놀리지 않고 활용한다는 이점이 있고, 또 우리가 관리하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 때문에 한 달에 얼마라도 수입을 늘리기 위해 설치하게 되었다.


어느 날, 아침에 출근해서 가게 문을 여는데 뭔가 가게 앞이 휑한 느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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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해서 살펴보니 자리에 있어야 할 피스로 고정되어 있던 뽑기 기계가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린 것이 아닌가?

남편이 여기저기 찾아봤지만 근처에는 아무것도 발견할 수가 없었다.


아이들이 등교하고 나서 바로 근처 파출소로 전화를 걸었다.

그래서 경찰 두 분이 가게에 방문하게 된 것이었다.


뽑기 통 도난 사건의 현장을 본 경찰 아저씨들은 순찰차를 타고 주위를 순찰하기 시작했고, 곧 몇 블록 떨어진 공터에서 내 팽개쳐진 뽑기 통을 발견할 수 있었다.


물론 그 뽑기 통에 들어 있던 동전들은 감쪽같이 사라진 채였다.

범인이 누구였는지, 아무런 단서도 찾을 수 없었기에 그 사건은 그냥 영구 미제로 남을 수밖에 없었다.




경찰 출동 이야기 2 - 펜 도난 사건


물건을 훔치다 걸려도 사실 경찰을 부르지는 않는다.

그저 아이를 훈계하고, 부모님께 알리는 조치를 취할 뿐이다.

하지만, 경찰을 불러 아이를 직접 인계한 건 이때가 처음이자 아직까지는 마지막이다.


여중생 두 명이 문구점에 들렀다.

그중 한 아이가 유난히 호들갑스럽게 여기 이쁜 거 많다, 좋은 거 많다 이러면서 물건을 골랐다.

한참을 이리저리 돌며 가게를 휘젓고 다녔는데, 내 눈에 두 여학생 중 호들갑스러운 그 아이의 이상한 움직임이 포착되었다.

펜을 소매 끝을 통해 팔 안쪽으로 슬쩍 밀어 넣는 게 아닌가!

photo-1524498454128-afc66a57e645.jpg © amseaman, 출처 Unsplash


한참을 가게 곳곳을 돌며 쇼핑을 하더니 한 아이가 계산대에 와서 자기가 산 물건을 계산하고, 볼펜을 훔친 그 아이는 그냥 나가려는 거였다.

이미 나는 남편과 그 아이가 물건을 훔쳤다는 사인을 주고받은 터였다.


그래서 남편이 그 아이를 잡았다.

"너, 계산 안 한 거 하고 가야지~"

그러자 그 아이는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무슨 소리예요?" 이러는 거였다.


너무 황당해서 "너 펜 소매 안에 슬쩍 넣었잖아~" 하면서 남편이 소매 쪽을 뒤지려 하자, 이 발칙한 아이가 "아저씨, 어딜 만지는 거예요? 성추행으로 고소할 거예요~" 이러는 게 아닌가?


우리 부부는 너무나 황당해서 말문을 잃어버렸다.

남편은 당황해서 어찌할 바를 몰라했다.

도저히 우리 선에서 감당할 수 있는 아이가 아니란 생각에 어쩔 수 없이 파출소로 연락을 했고, 경찰분들이 출동하게 된 것이다.


나중에 그 아이의 옷을 검사해 보니 펜이 무려 10 자루가 넘게 들어 있었다.

그야말로 안 볼 때 마구 쓸어 담은 것이었다.




그때 그 중학교 여학생에게 받은 충격은 너무나 컸다.

경찰분들 앞에서도, 주머니 등에서 펜이 나왔음에도 반성하는 기색 하나 없이 너무나 뻔뻔했던 그 아이를 보며 혀를 내둘러야 했다. 경찰분들까지 나중에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 정도였다.


그래서일지도 모르겠다.

우리가 여러 곳으로 문구점을 옮겨 다녔어도 중, 고등학교 앞은 절대 피해 다녔다.


물건을 훔치다 걸려서 "너 커서 도둑놈 되고 싶니, 훌륭한 사람 되고 싶니" 하는 훈계의 말에 훌륭한 사람 되고 싶다며 눈물 펑펑 흘리면서 우는 초등학생들이 오히려 너무도 순수하고 귀엽게 느껴진다.



<블로그 댓글 중>


- 아..학교 앞 문구점의 속사정을 알 수 있어서 재밌게 읽었는데..정작 그 일을 겪으실땐 참 황당하셨겠어요.ㅜ 다음 편도 기대^^

- 물건을 잃은 것보다 아이들의 마음이 사라져가는 아픔이 클 것 같아요.

반성은 커녕 뻔뻔한 모습을 보는 감성토끼님의 마음이 더 슬펐을테니~~^^♥

- 에고 ㅠㅠ 너무나도 순수할 아이들이.. 어쩌다 잠시 잘못된 방향으로 빠졌었나 보네요

뽑기통부터 충격적인데 펜은... 부모님께서 계속해서 잘 지도를 해주셨길 ㅠㅠ

사회의 또 다른 이면을 보는 것 같아서 넘 맘이 아프네요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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