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5일
빼빼로 도난 사건
당시에는 CCTV 가 없었기에 이런 도난 사건들이 많았던 것 같다.
그때만 해도 매년 빼빼로데이는 아이들의 축제이자 문구점 주인 입장에서는 큰 대목 중 하나였다.
그렇기에 빼빼로 데이마다 행사를 했었다. 일단, 만원 이상 구매한 고객에게 예쁜 봉제인형 가방고리를 선물로 증정했기에 아이들이 많이 몰렸다.
그래서 빼빼로 몇 십 박스를 들여와서 쟁여 둬야 할 공간이 필요했고, 마침 비어 있던 옆 가게에 빼빼로를 보관할 수 있었다.
그런데, 빼빼로 데이를 며칠 앞둔 어느 날, 보관되어 있던 빼빼로가 몇 박스만 남고 몽땅 사라져 버린 것이 아닌가! 놀라서 살펴보니 가게 뒷문 자물쇠가 뜯겨져 있었고, 주변을 둘러봐도 빼빼로는 보이지를 않았다.
서둘러 파출소에 신고를 하고 다시 경찰 아저씨들이 출동을 해야만 했다.
거리가 조금 떨어진 빌라 건물 담 안쪽에서 뜯겨진 박스가 발견이 되었는데, 하필 전날 비가 와서 빼빼로는 도저히 판매할 수 없는 상태가 되어 있었다.
경찰분들이 돌아가고 망연자실하고 있는데, 건물 뒤쪽 이층에 사시는 아저씨 한 분이 오셔서 이야기를 하는 거였다.
엊저녁 담배를 피우려고 나와 있는데 중학생 남자애 둘이 왔다 갔다 하는 걸 봤다는 거였다.
그 아이들의 인상착의를 물어봤고, 그 아이들 중 한 명이 안경을 끼고 있다는 얘기를 듣는데 딱 머리에 떠오르는 아이가 있었다.
평소 우리 가게를 가끔 들르던 중학생 녀석인데 조용하고, 그런 일 저지를 아이로는 보이지 않는 그런 아이였다. 그런데 그 녀석이 사건 전날 가게에 들러서 빼빼로 예약 이야기를 물어보고 갔었다.
아, 그 녀석이구나!! 미리 염탐을 하러 왔구나. 평소 추리소설을 섭렵했던 내 직감이 발동을 하는 순간이었다.
범인은 반드시 범행 현장에 나타난다고 하지 않던가! 그래서 나는 기다렸다.
그랬더니, 아니나 다를까 신기하게도 그날 저녁 그 녀석이 나타났다.
난 아이를 잡고 얘기를 했다.
"너, 왜 그랬어? 아줌마가 그렇게 안 봤는데 어떻게 그럴 수가 있니?"
"무슨 소리 하시는 거예요? 지금" 예상대로 그 아이는 무조건 잡아뗐다.
그래서 나는 딱 한마디를 했다.
"너랑 친구가 그러는 거 본 사람이 있어~ 증인 모시고 같이 파출소로 갈까?"
사실 반신반의였지만, 난 세게 나갈 수밖에 없었다. 일종의 유도심문이라고 해야 할까?
"솔직하게 털어놓으면 일 크게 안 벌리고 조용히 마무리할 테니까 솔직하게 얘기해~"
그러자, 그 아이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저는 망만 봤어요. 친구가 하자 그래서, 안된다 그랬는데..... 걔가 그럼 너는 망만 보라고 ...."
망만 봤던 이 친구는 약간 소심하고, 나약한 아이라 그 주범 격인 친구한테 이끌려 어쩔 수 없이 그랬던 거 같았다. 지금 생각하면, 그런 아이라서 자기가 잘못한 걸 알고 바로 실토를 했을 것이다.
안 그래도 죄책감에 괴로워했다고 했으니 말이다.
주도한 아이를 먼저 잡았으면 아마 그 사건도 영구 미제 사건에 포함되었을지도 모르겠다.
나중에 주범 격인 아이 아버님이 오셔서 사과를 하고, 물건값을 변상해 주었다.
아버님은 그 당시 버스 운전을 하고 계셨는데, 엄마하고 이혼을 한 상태여서 아이가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았던 것 같았다.
여자 친구에게 빼빼로를 주려고 했으면 한두 개만 가져 가지 무슨 생각으로 그 많은 빼빼로를 다 훔쳤는지는 모르겠지만, 지금까지 내가 만난 가장 간 큰 도둑이었다.
그 아이는 아마 지금 20대 후반 혹은 30대 초반의 나이가 되어 있을 터였다.
누군가의 아빠가 되어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당시 아버지의 심정을 이제는 조금이라도 이해할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질풍노도와도 같았던 사춘기를 이겨내고, 제발 반듯한 어른으로 잘 자라났기를 소망한다.
<블로그 댓글 중>
- 에구..... 이런 상황 참 겪고싶지 않을듯요..ㅠ
이 친구도 잘 자라났음 좋겠어요!!!
- 정말 간큰 도둑이었네요~~
지금은 아마 그아이(?)에게도 잊지못할 일로 오래기억 될 것 같아요~^^
- 많이 쌓인 빼빼로를 보니 욕심이 많이 났었나봐요.
감성토끼님의 기지로 어떻게 된 일인지 알게 되었네요.
모르고 지나갔으면 두고두고 속상하셨을 것 같아요.
오늘도 재미있게 읽고 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