빼빼로 도난 사건

2월 5일

by 감성토끼
빼빼로 도난 사건


당시에는 CCTV 가 없었기에 이런 도난 사건들이 많았던 것 같다.

그때만 해도 매년 빼빼로데이는 아이들의 축제이자 문구점 주인 입장에서는 큰 대목 중 하나였다.


그렇기에 빼빼로 데이마다 행사를 했었다. 일단, 만원 이상 구매한 고객에게 예쁜 봉제인형 가방고리를 선물로 증정했기에 아이들이 많이 몰렸다.


그래서 빼빼로 몇 십 박스를 들여와서 쟁여 둬야 할 공간이 필요했고, 마침 비어 있던 옆 가게에 빼빼로를 보관할 수 있었다.


그런데, 빼빼로 데이를 며칠 앞둔 어느 날, 보관되어 있던 빼빼로가 몇 박스만 남고 몽땅 사라져 버린 것이 아닌가! 놀라서 살펴보니 가게 뒷문 자물쇠가 뜯겨져 있었고, 주변을 둘러봐도 빼빼로는 보이지를 않았다.

SE-62f0321f-c20d-4a38-b1be-8e1b8275123e.jpg


서둘러 파출소에 신고를 하고 다시 경찰 아저씨들이 출동을 해야만 했다.

거리가 조금 떨어진 빌라 건물 담 안쪽에서 뜯겨진 박스가 발견이 되었는데, 하필 전날 비가 와서 빼빼로는 도저히 판매할 수 없는 상태가 되어 있었다.


경찰분들이 돌아가고 망연자실하고 있는데, 건물 뒤쪽 이층에 사시는 아저씨 한 분이 오셔서 이야기를 하는 거였다.

엊저녁 담배를 피우려고 나와 있는데 중학생 남자애 둘이 왔다 갔다 하는 걸 봤다는 거였다.


그 아이들의 인상착의를 물어봤고, 그 아이들 중 한 명이 안경을 끼고 있다는 얘기를 듣는데 딱 머리에 떠오르는 아이가 있었다.


SE-a6dd5be5-935d-4583-9818-e2954d58cc7c.jpg © art441, 출처 Unsplash


평소 우리 가게를 가끔 들르던 중학생 녀석인데 조용하고, 그런 일 저지를 아이로는 보이지 않는 그런 아이였다. 그런데 그 녀석이 사건 전날 가게에 들러서 빼빼로 예약 이야기를 물어보고 갔었다.


아, 그 녀석이구나!! 미리 염탐을 하러 왔구나. 평소 추리소설을 섭렵했던 내 직감이 발동을 하는 순간이었다.


범인은 반드시 범행 현장에 나타난다고 하지 않던가! 그래서 나는 기다렸다.

그랬더니, 아니나 다를까 신기하게도 그날 저녁 그 녀석이 나타났다.


난 아이를 잡고 얘기를 했다.

"너, 왜 그랬어? 아줌마가 그렇게 안 봤는데 어떻게 그럴 수가 있니?"

"무슨 소리 하시는 거예요? 지금" 예상대로 그 아이는 무조건 잡아뗐다.

그래서 나는 딱 한마디를 했다.

g85231f4f04ea6f3f8163443187997ad537b7f5e4122bb6aa08b61d70c540dda50f1ed3a27c9.jpg © Peggy_Marco, 출처 Pixabay


"너랑 친구가 그러는 거 본 사람이 있어~ 증인 모시고 같이 파출소로 갈까?"

사실 반신반의였지만, 난 세게 나갈 수밖에 없었다. 일종의 유도심문이라고 해야 할까?

"솔직하게 털어놓으면 일 크게 안 벌리고 조용히 마무리할 테니까 솔직하게 얘기해~"

그러자, 그 아이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저는 망만 봤어요. 친구가 하자 그래서, 안된다 그랬는데..... 걔가 그럼 너는 망만 보라고 ...."


망만 봤던 이 친구는 약간 소심하고, 나약한 아이라 그 주범 격인 친구한테 이끌려 어쩔 수 없이 그랬던 거 같았다. 지금 생각하면, 그런 아이라서 자기가 잘못한 걸 알고 바로 실토를 했을 것이다.

안 그래도 죄책감에 괴로워했다고 했으니 말이다.

주도한 아이를 먼저 잡았으면 아마 그 사건도 영구 미제 사건에 포함되었을지도 모르겠다.


나중에 주범 격인 아이 아버님이 오셔서 사과를 하고, 물건값을 변상해 주었다.

아버님은 그 당시 버스 운전을 하고 계셨는데, 엄마하고 이혼을 한 상태여서 아이가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았던 것 같았다.




여자 친구에게 빼빼로를 주려고 했으면 한두 개만 가져 가지 무슨 생각으로 그 많은 빼빼로를 다 훔쳤는지는 모르겠지만, 지금까지 내가 만난 가장 간 큰 도둑이었다.


그 아이는 아마 지금 20대 후반 혹은 30대 초반의 나이가 되어 있을 터였다.

누군가의 아빠가 되어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당시 아버지의 심정을 이제는 조금이라도 이해할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질풍노도와도 같았던 사춘기를 이겨내고, 제발 반듯한 어른으로 잘 자라났기를 소망한다.



<블로그 댓글 중>


- 에구..... 이런 상황 참 겪고싶지 않을듯요..ㅠ

이 친구도 잘 자라났음 좋겠어요!!!

- 정말 간큰 도둑이었네요~~

지금은 아마 그아이(?)에게도 잊지못할 일로 오래기억 될 것 같아요~^^

- 많이 쌓인 빼빼로를 보니 욕심이 많이 났었나봐요.

감성토끼님의 기지로 어떻게 된 일인지 알게 되었네요.

모르고 지나갔으면 두고두고 속상하셨을 것 같아요.

오늘도 재미있게 읽고 가요^^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