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행을 선도하는 문구점-소동물 이야기

1월 22일

by 감성토끼

<에덴 문구>에서 파는 물건은 곧 동네의 유행 템이 되었다.

그래서 부모님들로부터는 원성을 사기도 했다.

다른 친구는 다 가지고 있는데 나만 없다며 아이들이 부모님들한테 떼를 썼기 때문이었다.


어떤 아이가 새로 나온 신기한 물건을 갖고 있으면 그건 다 <에덴 문구>에서 산 것이었다.

나중에는 다른 문구점에서 산 물건들도 우리 문구점에서 샀는 줄 알고 와서 물어보게 되었다. 덕분에 아이들에게 인기 있는 아이템을 발 빠르게 들여올 수 있기도 했다.


우리가 병아리를 팔면 그 동네는 한동안 삐약삐약 소리에 집집마다 시끄러웠고, 햄스터를 팔 때는 어느 집이나 햄스터가 쳇바퀴 굴리는 모습을 볼 수 있었고, 고무 딱지를 팔 때는 너도 나도 모이면 딱지를 치는 진풍경이 펼쳐지곤 했다.


<에덴 문구>는 그야말로 아이들의 아지트이자, 신나는 놀이터이자, 새로운 만남의 장이었다.

학교가 끝나면 신발주머니를 흔들면서 아이들은 가게로 뛰어들어 오곤 했다.

또 뭔가 새로운 게 나왔을까 기대감에 눈을 반짝이며 발갛게 상기된 표정으로....


말 그대로 아이들의 참새방앗간이 된 것이다. 아니, 그 당시 문구점 이름처럼 아이들의 에덴의 동산이었을지도 모르겠다.




당시 <중상>이라고 표현하는 중간 거래상분을 만나게 되었다.

이분도 참 열심히 사는 분 중 한 분이셨다. 그랬기에 남편과 쿵작이 잘 맞아서 우리 가게에 오면 남편과 커피 한 잔에 담배 한 대를 피우며 이야기꽃을 피우다 가셨다.


그분은 흔치 않은 신기한 물건들을 많이 가지고 다니셨다.

그때 병아리, 금붕어, 장수풍뎅이, 앵무새, 토끼, 햄스터, 소라게 등 많은 소동물들을 만나게 되었다.

photo-1493054882428-e4c79a9bfa3b.jpg © meghankannan4, 출처 Unsplash


노란 병아리와 귀여운 햄스터는 아이들에게 인기 만점이었다.

문구점 병아리는 오래 못 살 거라는 편견을 가진 분들도 많은데, 꼭 그렇지는 않았다.


병아리를 판매하고 나서 얼마 동안은 동네에서 삐약 거리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고, 중닭으로 커 버리자 감당을 못해 시골 할머니 집으로 보내는 촌극이 벌어지기도 했다.

물론 그중 세상을 떠난 병아리들도 있었을 것이다.


햄스터는 한 마리 가격이 무척 저렴하지만, 햄스터 한 마리를 판매하면 햄스터 하우스, 쳇바퀴, 물통, 톱밥, 먹이 등이 같이 판매되기 때문에 효자 품목 중 하나였다.

이 햄스터들도 아이들에 따라 그 수명을 달리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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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아이는 햄스터를 주머니에 넣고 오는 아이도 있었다. 얼마나 조몰락거렸는지 햄스터가 길이 잘 들어서 뛰어나오지도 않았다. 햄스터를 판매할 때 아이들에게 제발 너무 만지지 말라고 당부를 했지만, 얼마나 먹혔을는지는 의문이다.


이 중상 아저씨와의 인연은 그분이 다른 일을 시작하면서 에덴 문구에서 끝났지만, 그 후 남편은 직접 서울에서 햄스터와, 장수풍뎅이, 소라게 등을 들여와 계속 판매했다.




우리 가게에서 판매되었던 소동물들이 모두 아이들의 사랑 속에서 제 수명을 다하고 잘 살다 갔기를 기원해 본다.


지금 우리 집에는 기니피그 한 마리가 반려동물로 살고 있다.


원래 기니피그는 판매 품목에 없었지만, 꼭 가져다 달라고 주문까지 하면서 사 갔던 아이의 할머님이 어느 비 오는 날, 집에서 키우기 힘들다고 가져오셨다.


팔았던 아이를 되팔 수가 없어서 할 수 없이 집으로 데려왔고, 이 녀석은 날마다 엄청난 똥과 털을 남기며 나만 보면 맛난 거 내놓으라고 삑삑거리면서 건강하게 살고 있다.



<블로그 댓글 중>


- 너무 귀엽네요. 마음이 흔들흔들

- 어린 시절 저도 학교 앞 문방구에서 병아리 사와서 길렀던 기억이 납니다ㅎ 엄마가 절대로 안 된다고 했는데, 데리고 온 건 어쩔 수 없어서 기르긴 했는데.. 얼마나 키웠는지, 그 병아리의 죽음은 기억 나지 않네요. 아마 죽어서 다른 세상에 갔겠지요.

제 추억도 떠올린 이야기 잘 보고 갑니다~^^ 재미있어요. 다음 이야기도 기대되고요

- 유행을 선도하는 문구점~~ 참 재미있어요~~^^

아이들의 천국과도 같은 곳이네요. 우리 동네에도 이런 문구점 있으면 좋겠다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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