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만난 문구점 <에덴 문구>2

1월 15일

by 감성토끼

남편은 매일 새벽 1시가 넘어서야 퇴근을 했는데 늦게까지 물건을 정리하고, 지저분한 물건들은 버리고, 포장을 다 새로 하느라 그랬다고 했다.

처음 가게를 하는 남편의 서투름과, 손님이 오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반갑고 친절하게 맞이하는 모습들이 오히려 손님들에게 신선해 보였을지도 모르겠다.


장사하는 분 같지 않다는 동네 아줌마들의 평가와 너무 친절하다는 소문이 나면서 손님들이 조금씩 늘어나게 되었다.


그때 남편이 제안한 것이 동네 슈퍼에서 했던 쿠폰 모으기였다.

일정 금액 이상 물건을 살 때마다 쿠폰을 한 장씩 증정해서 포도알이 가득 차면 사은품을 주는 것이었다.


이 아이디어는 손님들의 호응을 얻어냈고, 덕분에 단골손님들이 하나 둘 생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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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문구점 크기는 8평이었는데, 8평 가게 안에 아이들이 가득 차서 엄마 손을 놓치고 우는 꼬마들이 생길 정도였다. 바글바글하다는 표현이 딱 맞는 그런 날들이었다.


나는 토요일 2시 퇴근이었기에 퇴근하면 부리나케 문구점으로 달려갔다.

그러면 남편은 나와 교대를 하고 영등포 도매점으로 물건을 하러 출발했다.


저녁때 새로운 물건이 들어오면 우리 부부는 새벽까지 정리를 하고 깜깜한 밤하늘의 별을 보며 집에 돌아갈 수 있었다.




한 번은 토요일 점심시간이었는데, 남편에게서 다급한 전화가 걸려왔다.

지금 급하게 좀 와 달라는 것이었다.


가게로 달려갔더니, 선물 포장을 해 본 적이 없던 남편은 포장하느라 쩔쩔매고 있었고, 물건 계산하려는 아이들과 엉겨서 말 그대로 난리가 난 상황이었다. 나는 서둘러 포장을 해 주고, 남편은 옆에서 계산을 하면서 겨우 진정이 되었다.


처음 남편의 포장 솜씨는 정말 가관이었다. 포장이 아니라 그냥 둘둘 말아주는 수준이었다.

보다 못한 손님들이 직접 포장을 할 정도였으니 말이다.

하지만 꾸준한 연습과 경험을 통해 지금은 많이 나아졌지만, 아무래도 나만큼은 아니다.


대신, 남편은 자신의 부족한 포장 솜씨를 가리기 위해 포장한 선물마다 예쁜 포장 꽃을 마무리에 꼭 붙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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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게는 하루하루 번창했고, 그 당시 나는 자주 오는 아이들의 이름을 거의 다 외워 아이들의 이름을 불러주었다. 지금도 단골 아이들의 이름을 불러준다. 그 옛날에 비하면 몇 명 되지 않지만.


하루는 할머니 한 분이 오셔서 너무 감사하다고 인사를 하는 것이었다.

손주의 생일이었는데, 바쁜 식구들이 챙기질 못해 깜빡 잊고 넘어갔는데 문구점에서 생일을 챙겨줬다고 너무 감사하다고 하시는 거였다.


그때만 해도 포도알 스티커를 다 모아 온, 생일 맞은 아이들에게 일일이 손 편지를 써서 작은 선물과 함께 포장해서 전해 주었었다.


그 후 할머니는 우리 가게의 왕단골이 되셨다.


학교 준비물을 사기 위해 할머니 집에서 우리 문구점에 오는 길에는 세 개의 문구점이 있었지만, 할머니는 그 모든 문구점을 지나쳐 꼭 우리 문구점에서만 물건을 구입해 가셨다. 사야 할 물건의 재고가 없으면 다음날 기다려서라도 구입해 갈 정도였다.




당시 아이들에게 생일날 써 주었던 카드의 내용이 대충 생각난다.


<☆☆이에게>
☆☆아, 생일 축하해!!
☆☆이는 이 세상에 단 하나뿐인 소중하고 귀한 존재란다.
지금처럼 순수한 마음 잃지 말고 멋진 어른으로 자라 주길 바라.


이 손편지는 아쉽게도 생일 맞은 아이들 명단이 몇십 명으로 늘어나자 계속할 수가 없어 중단되었지만, 생일 맞은 아이들에게 조그만 선물을 포장해서 주는 행사는 코로나 이전까지는 계속되었다.



<블로그 댓글 중>


- 그 시절을 생각하면 바쁘고 늦게까지 일하고 피곤했지만 지나서 돌이켜보면 그때가 행복했었다는

느낌이 오네요.

사람사는 냄새, 서로 주고 받는 정이 느껴지는 에덴문구점 이야기 재밌어요.~**

- 아 콧등이 시큰거릴 정도로 따뜻한 글이예요.

서툴지만 예쁜 꽃을 붙여주시던 남편분의 손길이 눈이 그려지네요. 아이들은 포도알을 채워가며 즐겁게 문구점에 찾아오고, 생일이 되면 근사한 카드를 받고 기쁜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갔겠죠. 할머니 단골 손님도 기억에 많이 남으셨겠어요.

- 와~ 정이 넘쳐나는 문구점이네요. 남편분께서 둘둘 말아서 선물을 포장하면서 진땀을 흘렸을 모습에 웃음이 터져나왔어요. 가슴 따뜻한 이야기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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