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만난 문구점 <에덴 문구> 1

1월 8일

by 감성토끼

우리의 첫 문구점 이름은 <에덴 문구>였다. 그 이름은 전 사장님의 간판을 그대로 인수한 이름이다.


남편이 문구점 주인, 내가 문구점 안주인이 되리라는 생각은 그전까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다.


당시 나는 경력 단절을 극복하고 운 좋게 집 근처 사무실에서 근무를 하고 있었고, 남편도 자신의 일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남편이 일을 접어야만 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몇 개월을 쉬던 남편이 어느 날 벼룩시장인가에 난 매매 코너에서 문구점을 보게 되었다.


장사라고는 한 번도 해본 적 없었던 남편은 초기 비용이 적다는 그 단 하나의 이유로, 여기저기 몇 군데 문구점을 찾아보았고, 마침 집 근처 문구점을 운명처럼 만나게 되었다.


집과 내가 근무하고 있는 사무실을 지나면 딸이 다니는 초등학교가 나오고, 그 학교 앞에 이 문구점이 자리 잡고 있어서 우리는 더 생각할 것도 없이 문구점을 인수했다.


당시 문구점 사장님은 가게 매출이 제대로 안 나와 의욕이 많이 떨어져 있는 상태였다.


초등학교를 끼고 문구점이 학교 앞 정문에 하나, 바로 길 건너편에 네 개가 포진하고 있었고, 조금 떨어진 곳에 영 아트라는 브랜드 문구점이, 조금 더 떨어진 거리에는 도매 위주의 중간급 문구점이 있었다.


SE-acf775bb-69b7-4cdf-bc60-3068da74a3bb.jpg?type=w773 © Darkmoon_Art, 출처 Pixabay


그때만 해도 장사의 요령도, 이게 어디에 쓰이는 물건인지도 모르는 채로 문구점을 인수했었다.

인수할 때 어디서 물건을 해 오는지, 배달 주문은 어디에 하는지 하는 것들을 전 사장님이 다 알려주셨다.


그분은 가게 한쪽에 누울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두고, 한편에는 작은 TV가 올려져 있었으며, 도장 만드는 재료까지 있었다. 그만큼 장사가 잘되지 않았다는 방증이었다.


이름 모를 물건들이 바닥에까지 늘어져 있어 처음 가게의 인상은 약간 어둡고 퀴퀴한, 정리가 제대로 되지 않은 만물상 같다는 느낌을 받았었다.




가게를 인수하자마자 남편은 공간을 최대한 넓게 활용하기 위해, 먼저 누울 수 있는 공간을 싹 철거하고, TV를 없애 버렸다. 대신 음악을 좋아하는 남편은 그 자리에 CD 플레이어가 장착되어 있는 라디오를 한 대 들여놓았다.

그리고 조명을 모조리 교체해 가게가 최대한 밝고, 깨끗하게 보일 수 있도록 많은 신경을 썼다.


오래되어 낡은 장식장을 본인의 아이디어대로 새로운 장식장으로 주문 제작을 하기도 했다.


그래서 일반 문구점에서는 절대 볼 수 없는 3단 층계식 장식장이 탄생하게 되었다.


이게 다 문구점이 처음이었기에 발생한 일들이었다.

하지만, 나중에는 그 점이 오히려 우리 문구점만의 특징이 될 수 있었다.

이런 장식장을 가진 문구점은 대한민국에 오직 한 곳뿐이기 때문이었다.




처음 인수한 <에덴 문구>는 우리 생애 첫 문구점이었기에 좌충우돌, 사건 사고가 많았고 그래서 더 기억 속에 자리 잡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에덴 문구> 때의 장식장은 없어졌지만, 지금도 우리 문구점의 장식장은 세상에 단 하나뿐인, 남편이 직접 주문 제작한 장식장으로 자리하고 있다.


여기저기 옮겨 다니면서 때도 타고, 바래지고, 낡기도 했지만 내가 가게를 그만둘 때까지는 이 장식장들과 함께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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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 속 추억과 풍파를 같이 겪어낸 그 끈끈함이 왠지 이 장식장들 곳곳에 스며들어 있을 것만 같다.


좀 더 전문성을 갖추고 싶었던 남편이 <모닝글로리>로 바꾸면서 그 후부터는 <모닝글로리>가 우리 세상의 일부분이 되었다. 지금도 나는 아이들에게 <모글 사장님> 혹은 <모글 아줌마>로 불리고 있다.



<블로그 댓글 중>


- 문구점은 언제 방문해도 마음이 편안해지면서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곳이죠
특히 모글 사장님이 계신 곳이라면 따뜻한 기운 얻으러 갈 것 같아요!

- 유일한 3층 장식장, 에덴문구의 초창기 모습 어땠을까 궁금해지네요^^ 문구점에 가면 아이처럼 구경하게 되요. 신기한 물건들도 많구요~~~ 아이들은 매일 가고 싶어하는 곳예요~ ㅋ

- 문구점 하시면서 바쁘신 가운데도 책 읽으시고 글 쓰시는 모글아줌마, 제 눈에는 참 아름답게만 보이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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