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prologue)

1월 1일

by 감성토끼

어떤 아이들은 문구점 주인을 꿈꾸기도 한다.


문구점 안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장난감들, 새로 나온 포켓몬 카드, 금방이라도 발사될 것 같은 멋진 BB 탄 총들을 보며, 여자아이라면 반짝거리는 민트색 다이어리나 세련된 디자인의 지갑, 혹은 출렁이는 바닷속에 흔들리는 깜찍한 배 한 척이 들어가 있는, 가방에 다는 워터볼을 갖고 싶어 그런 꿈을 꾸게 되었을지도 모른다.


이 가게가 내 거라면 여기 있는 모든 물건들을 내 마음대로 가질 수 있을 텐데 하는 그 단순하고 순수한 마음으로 말이다.



하루 종일, 일 년에 350일쯤 15평 문구점에 있다 보면 이곳이 곧 나의 세상이 된다.

밥을 먹고, 손님을 맞이하고, 책도 읽고, 글도 쓰고, 커피도 마시고.....


잠자고 씻는 일을 제외한 모든 일들이 벌어지는 나만의 세상이다.


아침 8시에 문을 열고, 저녁 8시에 문을 닫기까지 하루에도 많은 사람을 만나고 또 이별하기도 한다.

헤어진다고 특별히 작별 인사를 하는 손님은 없다.

늘 오던 아이가 안 보일 때, 아, 이사 갔나 보다 하는 정도의 관계 맺음일 뿐이다.


하지만 이사 간다며 꽃다발을 주고 간 친구도 있다.

이사 간 뒤에 놀러 왔다며 찾아오는 친구들도 더러 있다.

스쳐 지나가는 문구점 주인과 손님의 인연이지만 조금은 특별한 이런 인연들도 가끔은 있다.




나 자신이 누구이며, 왜 살아야 하는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돌아볼 여유조차 없이 작은 가게만 지키며 그저 열심히만 살아왔다. 그야말로 생각 없이 달려왔다. 그러다 보니 지금까지 살아온 내 삶이 온통 허무했고, 무의미하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래서 이 이야기는 어쩌면 잃어버린 나의 세상, 무의미하다고 생각했던 잿빛 세상에서 한줄기 빛을 찾아 나아가는 여정의 한 걸음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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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채색이라고 생각했었던 그곳에서 운 좋게 작은 나비의 반짝이는 날갯짓을 발견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두렵지만 그 세상을 향해 첫걸음을 떼어 보려 한다.


이야기가 어떻게 펼쳐지다 어떻게 끝맺을 수 있을는지 아직은 나도 모르겠다.

어떤 이야기를 써야 할지, 아무런 계획도 대책도 없이 그야말로 충동적으로 덜컥 일주일에 한 편씩 글을 연재하겠다고 새해 첫날 공표를 해 버렸다. 올해 1월 1일이 마침 토요일이었기에 자동으로 토요일 연재가 되어버렸다.


누군가의 삶에서 가장 순수하고 빛나던 시절의, 추억 속 한 귀퉁이에 자리 잡은 맘씨 좋은 문방구 아줌마로 기억될 수 있다면, 일단은 그것만으로도 행복할 것만 같다.

그리고 <문구점 아줌마의 세상 이야기>가 무사히 연재를 끝마칠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design by 나비스트



<블로그 댓글 중>

- 감성토끼님만의 문구점이야기.너무 좋아요.다음편도 기대할께요

- 흥미가득 눈반짝하며 순식간에 읽어내려갔어요

살아가는 이야기,

그것이 사람냄새.사람향기라 그런것 같아요

- 오~~토요일이 기다려질듯...ㅎ

이런 코너 넘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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