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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성토끼 Aug 13. 2023

여름의 정점


장마가 끝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날씨가 연일 33도~36도의 폭염으로 바뀌었다.

하루 종일 에어컨 바람 속에 있다가 한 번씩 문을 열면 후끈한 열기가 나를 사로잡는다.

오후가 되면 출입문 손잡이가 뜨거워질 지경이다.

심지어 계산할 때 아이들이 내미는 카드마저 따끈따끈하다.

아침부터 짝을 부르는 애달픈 매미소리가 종일 들려 오고, 어린이집앞 감나무에 초록색 단감이 자라나고, 조금만 걸어도 땀이 주룩주룩 흐르는 지금은 바로 한여름이다.


2023년도 반이 지나고 8월이 되었다.

8월의 키워드는 역시 폭염이지 않을까 싶다.

지구가 더위로 몸살을 앓고 있는 중이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데스벨리 국립공원에서는 54.4도를 기록하는 살인적인 기온이 관측됐다고 한다.

온통 이글이글한 햇살이 내리쬐는 그야말로 여름의 정점이다.




이렇게 덥다 보니 올해 새롭게 등장한 풍경은 양산을 쓴 남자분들의 출현이다.

지금까지 양산은 여자들의 전유물이라고 생각해 왔던 게 사실이다.

게다가 조금 나이 드신 엄마들의 아이템이었는데, 올여름 날씨는 남자분들까지 양산을 쓰는 데 동참하게 만들었다.

하루에도 몇 명씩 양산 쓴 남자분들을 볼 수 있다.

하긴, 양산의 매력에 빠지면 안 써 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쓰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나도 여름만 되면 양산 애호가가 되는 편이다.

이 작고 앙증맞은 양산 하나면 자외선 차단 기능은 물론이고, 햇볕 아래보다 기온이 떨어진다고 하니 안 쓸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 aldotl, 출처 Unsplash



이 따가운 날에도 아이들은 땡볕에 자전거를 타고 친구들과 모여 논다.

한참 휴가철 피크라 가게는 엄청 한가롭다.

이글이글한 밖과 달리 시원한 가게 안에서 책을 읽으며 나름 행복한 여름방학을 누리고 있는 중이다.


이번에는 개그맨이자 작가인 고명환의 책을 어쩌다 보니 연속으로 읽게 되었다.

교통사고로 죽음의 위기를 넘긴 후 꾸준한 책 읽기를 통해 삶을 성공으로 이끈 멋진 사람이다.

동영상을 통해서도 몇 번 봤는데, 말 한마디 한마디에 힘과 열정이 담겨 있었다.


지금은 론다 번의 시크릿을 읽고 있다. 너무 유명한 이 책을 직접 읽는 건 사실 처음이다.

<웰씽킹>의 저자 켈리 최 회장은 시크릿 책을 표지가 너덜너덜할 정도로 읽고 또 읽었다고 한다.

나도 두고두고 곱씹으며 읽어 볼 예정이다. 한 번 읽은 후에는 필사를 하려고 한다.


지금이 제일 한가할 때라 항상 이맘때쯤 나도 여름휴가를 떠나곤 했었다.

그런데 올해는 이것저것 여건이 안 맞아 뒤로 미루고 가게에 나와 있는 중이다.

매출은 원래 일 년 중 최저를 기록할 기간이라 그러려니 맘 편하게 먹고 있다.


2학기 준비에 필요한 물품도 체크하고, 책도 읽으면서 여유를 부리는 이 시간도 나름 괜찮아 사실 여름방학이 끝나가는 게 아쉽기도 하다.



뜨겁고 숨 막히는 햇살과 바람을 머금고, 나무는, 식물은, 과일은 알차게 여물어 간다.

얼마나 더운지 참새들이 수풀 속에 들어가 있는 걸 보았다. 나름의 지혜로 이 더위를 피하고 있는 걸까?


마침 입추라고 한다. 뜨거운 더위의 정점에 입추가 자리하고 있는 건 우리 조상들의 지혜가 아닐까 싶다.

조금만 견디면 곧 가을이 온다는 사실을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이 더위를 이길 힘을 얻을 수 있으니 말이다.


2023년의 여름이 지나가고 있다는 사실이, 내 삶의 가장 젊은 하루가 지나가고 있다는 사실이 너무너무 아쉽기만 하다. 무덥고, 뜨거운 이 날씨마저 감사한 마음으로 누려 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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