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로 떠나는 마음여행
꿈을 꾸었다.
발밑으로 황톳빛 가파른 급경사 길을 한참 내려가서 시커멓게 너울거리는 강을 건너야 한다.
사람들이 그 좁은 길을 내려가려고 줄을 길게 서 있다.
한 남자가 그 가파른 길을 마구 내달린다.
짙푸르게 출렁이는 강 앞에서 잠시 주춤하는 듯 보였으나, 강을 따라 나 있는 좁은 둑이 있는 길을 빠르게 달려 저 건너쪽으로 무사히 건너갔다.
잘못하면 시커먼 강물에 삼켜질 듯 강물은 무섭게 넘실거리고 있었다.
나는 너무 두렵고 겁이 나서, 길게 서 있는 줄에서 이탈해, 그 길을 포기하고 다른 안전한 길을 찾으려 돌아섰다. 그리고 다른 길을 향해 걸어간다.
내가 꼭 건너야 할 강이었을 것만 같은데 자꾸 무섭고, 두려워 피하는 내 잠재의식이 발현된 꿈같아서 잠을 깬 뒤 너무 속이 상했다.
왜 꿈속에서조차 나는 그 가파른 길을 건너 볼 용기를 내지 못한 것일까?
왜 시도조차 하지 않고 다른 길을 찾아 나선 것일까?
내가 아무리 발버둥 치며 노력해도 나의 무의식은 결국 하나도 바뀌지 않은 것일까?
나를 가로막는 그 두려움의 정체는 무엇인 걸까?
언제 꾸었던 꿈인지 정확한 기억은 없지만 올해 안에 꾸었던 꿈은 분명하다.
이 꿈이 자꾸 내 마음속에 불편하게 남아 있다.
꿈에서조차 도대체 나는 무얼 그리 겁내고 있었기에 그 강을 건너지 못한 것일까?
아무리 발버둥을 쳐 봐도 내 현실을 벗어나지 못하는 것일까?
제발 다음 꿈에서는 거친 강물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결과가 나올지라도 용감하게 그 길을 헤져 나갔으면 좋겠다. 현기증 나는 그 비탈길을 마구 달려내려가 멋지게 울렁이는 강둑을 첨벙거리고 건너 저 강 건너편으로 도착하는 꿈을 꾸고 싶다.
나는 아직도 알을 깨고 나오지 못한 게 확실하다.
그래서 꿈도 그렇게 꾸는가 보다.
데미안의 "새는 알을 깨고 나온다"라는 그 한마디를 책으로 처음 접했을 때 머리를 세게 맞은 충격을 받았었다.
뭔가 엄청 감동을 받았었다. 그리고 나는 꼭 알을 깨고 나오리라 결심했던 것 같다.
하지만, 지금까지 나는 그 알을 깨지 못하고 있다.
껍질이 있다는 사실마저 잊은 채, 아니 어쩌면 내가 새였다는 자각조차 망각한 채 껍질 안에서 그저 열심히 살아온 것은 아닐까?
이 나이 먹어서도 뭐가 그리 두렵고 무서운 게 많은 것일까?
너무도 견고하고 단단한 이 고정관념의 껍질을 깨부수고 싶다. 그래서 세상을 향해 나아가고 싶다.
저 강 건너편으로 달려가고 싶다.
껍질을 깨고 한 마리 새가 되어 날고 싶다.
나는 언제쯤 이 단단한 알을 깨고 나올 수 있을까?
이 알은 처음 껍질을 깨야겠다는 마음을 먹었을 때만 해도 이렇게 단단하지는 않았을 거라 생각된다.
하지만, 세월이 켜켜이 쌓이면서 더욱 굳게 딱딱해져 갔을 것이다.
그래서 지금 그 껍질을 깨려면 몇배의 노고가 필요해 졌을 것만 같다.
하지만, 조금씩 매일 꾸준히 깨다 보면 실금이 생길 것이고, 결국 작은 틈이 벌어질 것이다.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달려가다 보면 시간이 조금 더 걸릴지라도 결국 알은 깨질 것이리라 믿는다.
그래서 파란 하늘 내가 그리던 세상을 향해 훨훨 날아가게 될 것이다.
당신은 알을 깨고 나오셨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