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식과 겨울방학

12월 10일

by 감성토끼

문구점의 일 년은 졸업식과 겨울방학으로 마감이 된다.

졸업식날이 종업식 날이니 졸업식과 겨울방학의 시작이 같은 날이다.

코로나로 인해 졸업식 풍경이 완전히 바뀌었지만, 다가올 졸업식은 다시 예전 풍경을 되찾으리라 기대해 본다.

졸업식 풍경은 꽃 파는 분들이 삼삼오오 모여드는 것으로 시작된다.


아이들이 등교하기 전부터 출입문 쪽을 향해 일정 간격으로 어디서 왔는지 모를 꽃 파는 분들이 길게 줄을 선다.

그렇게 졸업식은 많은 꽃들의 향연으로 시작된다.


올 1월 졸업생들은 우리 문구점이 처음 이곳으로 와서 오픈했을 때 3학년이었던 아이들이다.

보통 1,2학년 아이들보다는 3,4학년 아이들이 문구점 이용이 제일 활발하다.

이때부터 자기 손으로 물건을 본격적으로 사는 시기라 그러지 않을까 싶다.

이상하게 작년 졸업생들이 졸업을 했을 때는 별생각이 없었는데, 이번 졸업생들은 유난히 눈에 밟혔다.

아마 제법 친했던 아이들이 많아서 그랬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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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식 다음날은 중학교 배정 발표가 있는 날, 아이들이 문구점에 들렀다.

한 녀석이 자기반 여자아이가 울어서 눈이 빨갛다고 와서 이르듯이 이야기를 한다.

뒤따라 여자아이들이 들어오는데, 정말 울었는지 눈가가 촉촉했다.


자기만 친구들하고 다른 중학교에 배정이 되었다며 슬퍼하는 아이도 있었고, 친한 친구랑 같은 학교가 되었다고 좋아하는 아이도 있었다.

중학생이 되면 이제 자주 못 보게 될 아이들이라 살짝 아쉽기도 했다.

놀러 올 거라고 이야기하지만, 나는 안다.

집이 근처라도 중학생이 되면 문구점과 멀어진다는 것을....


이날 근처 어린이집 아이들의 현장체험 학습이 있어 꼬마 손님들이 문구점을 들렀는데, 시커먼 졸업생 녀석들과 꼬맹이 손님들 모습이 비교가 되어 어린이집 아이들이 더 귀엽고 이쁘게 느껴졌다.

하필 졸업생 녀석들이 죄다 시커먼 롱패딩을 입고 있어 더 비교가 되었다. 이렇게 같이 있으니 아이들이 정말 커 보였다. 너희들 참 많이 컸구나!!


처음 만났을 때는 3학년 꼬맹이들이었는데, 어느새 이렇게 자라 예비 중학생이 되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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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방학이면 매출은 당연히 반 토막으로 떨어진다.

그래도 이상하게 방학이 기다려진다. 아마도 그건 그동안 열심히 살았다는 이야기일 것이다.

매일매일 치열하게 살아냈기에 그나마 조금이라도 더 쉴 여유가 있는 방학이 그토록 기다려지는 것이리라.


그래서, 매년 방학은 기다리던 시간이기도 하고, 너무나 짧게 느껴지는 시간이기도 했다.

여름방학은 한 달이라 정말 후다닥 지나가지만, 겨울방학은 45일 정도로 여유가 좀 있는 편이다.

그렇지만, 설날도 있고, 신학기 준비도 있기에 여름방학처럼 마음의 여유는 조금 덜한 면이 있다.

이번에는 집 이사까지 겹쳐서 그야말로 순식간에 지나갈 것만 같다.


이번 겨울 방학은 이사할 집도 알아봐야 하고, 이사도 진행해야 하고, 틈틈이 신학기 준비도 해야 하기에 생각만 해도 벌써부터 마음이 바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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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일 년이 1월부터 시작되어 12월로 끝난다면, 문구점의 일 년은 그와는 다르게 흘러간다.

3월 입학식으로 시작되고, 다음 해 1월 졸업식과 겨울방학식으로 끝이 난다.

누군가는 졸업을 하고, 3월이 되면 누군가는 초등학생이 되어 입학을 할 것이다.


그렇게 돌고 도는 우리의 인생처럼, 아이들은 유치원을 졸업하고 초등학생이 되고, 중학생으로 커나갈 것이다. 자연의 섭리에 따라 모든 것이 그렇게 순환되며 생겨나고, 자라나고, 성장해 나갈 것이다.


문구점이라는 장소도 섭리에 따라 다른 형태로 바뀔 수도, 사라질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내 삶의 많은 시간들이, 내 삶의 한 부분이 켜켜이 아로새겨진 나의 문구점은 이 이야기와 함께 영원히 살아남아 있지 않을까 싶다.


한때는 스스로 보잘것없다고 여겼던, 문구점과 함께 했던 나의 과거가 삶에 대한 내 나름의 발버둥이며 몸부림이었던 것을 알게 되었다. 조금은 지난했던 나의 삶들이 문구점 안에 그대로 녹아 있다.

그리고 누구의 한순간도 결코 하찮거나, 초라한 순간은 없음을 지금은 안다.


이 문구점을 통해 나와 함께 과거의 추억을 함께 보냈을, 그때 그 아이들의 기억 한자락에, 기분 좋은 문구점 아줌마로 남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행복할 것만 같다.



<블로그 댓글 중>


- 방학이 되어 아이들이 뜸해진 문구점~

책도 읽고 차도 마시고 글도 쓰시면서 시간을 보내시겠지요?

작은 테이블과 따뜻한 난로가 있으면 더 근사할 것 같아요

나만의 아지트처럼 ^^

- 어릴 적 저도 자주 가는 문구점이 있었어요. 뭘 딱히 살 것도 없으면서 참새 방앗간 지나듯이 꼭 들르던 곳이었죠. 옛날을 추억할 땐 그 문구점과 주인 아주머니가 바로 떠오른답니다. 감성토끼님도 아이들 추억 속에서 그렇지 않을까 싶어요^^

- 누군가의 한순간도 결코 하찮거나 초라한 순간이 없다는 말에 조금 뭉클하네요
근던 인생의 주인공이 나라고 깨닫기까지 너무 오랜시간이 흘렀어요 ㅠ
행복하고 선물같은 멋진 방학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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