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와서 가라앉은 기분조차 차분해서 마음에 드는 아침이다. 안개가 가득한 바다를 보며 생각한 메뉴, 바로 해장국이다. 사실 주변의 음식점을 아직 잘 몰라서 가까운 곳으로 향했다. 주차를 하고 보니 옅은 회색이 낮게 깔린 바다가 보인다. 쨍한 푸른색 바다도 좋지만 가끔은 이렇게 정확하지 않은 색도 좋은 걸 보니, 그냥 바다가 좋은가 보다.
비가 와서 온도가 떨어지니 따뜻한 음식이 필요했다. 그래서 찾은 은희네 해장국.
주차를 하고 보니 바다와 마주 보는 가까운 곳에 있었다.
주문을 하고 앞을 보면 바로 보이는 바다.
메뉴 고민은 언제나 즐겁다. 내장이냐 소고기냐 이렇게 진지하게 고민을 이어가 본 게 언제인지 기억이 나지를 않는다.
결국 남편과 나는 소고기 해장국을 골랐다.
간단한 반찬과 함께 나온 갈치속젓.
메뉴판에 따로 만 원이라는 금액이 괜히 적혀있는 게 아니었다. 배춧잎에 밥과 갈치속젓을 올려 크게 앙 깨물면 아삭한 배추의 단맛과 갈치속젓만의 감칠맛이 극대화된다.
배추에 갈치속젓을 올려 와구와구 씹다가 받아 든 해장국!
푸짐한 양에 놀라고 눈앞에 있는 바다에 두 번 놀란다.
부드러운 국물색을 띠지만 섞으면 자극적인 붉은 국물색으로 변한다. 선지가 얼마나 큰지 절반은 남편에게 덜어 주었다.
당면과 콩나물 커다란 선지와 소고기.
다양하고 풍성한 재료들이 다들 자기가 최고라며 뽐내고 있다. 다진 마늘을 살짝 추가하고 휘휘 저어서 국물 맛을 보면 한국인이 좋아하는 빨간색 국물. 딱 그 맛이다.
제주도에 오고 나서 자꾸 주변 테이블의 이야기가 들린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귀를 최대한 열어 대화를 듣게 된다. 오늘은 다른 지역에서 오신 아저씨 두 분이 계셨다. 그중에 노란 모자를 쓰신 50대 후반의 아저씨께서 걸려온 전화를 받으셨다.
사투리를 진하게 쓰셨지만 서울말로 표현하면,
여기 바다가 보이는 해장국집이야.
여기서 밥을 먹는데 눈앞에 바다가 쫘~~ 악 보이고
엄청 좋네 허허허.
기분이 좋아 보이시는 아저씨의 말투에 살짝 미소가 지어졌다. 뜨끈한 음식을 한 입 먹고 다시 바다를 보았다. 다시 한입. 이렇게 먹다 보니 입은 해장국을 눈은 바다를 마시고 있었다.
날이 흐려서 날이 적당해서 더 맛있는 따뜻한 음식이 있다.
바로 은희네 해장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