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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리 언니가 왔다 갔어요?

조천밀밀면

by 여름의푸른색

바야흐로 밀면의 계절이다. 내리쬐는 햇살과 지글거리는 아스팔트 열기가 발을 통해 머리까지 전달된다. 더운 여름을 만끽하고 싶은 마음은 들지만 오늘은 아니다. 일단 더위를 물리쳐야겠다.




시내를 다녀오다 우연히 보게 된 조천밀밀면.

언젠가는 가봐야지 생각만 했었는데 뜨거운 햇빛이 정수리에 정확히 내리꽂는 오늘 같은 날, 밀면을 먹어야겠다.






메뉴를 보며 진지한 고민은 시작되었다. 더운 여름, 오늘 같이 뜨거운 날에는 물을 먹어야 하나 비빔을 먹어야 하나. 시원하게 살얼음 육수가 올라간 물밀면을 먹으면 발끝까지 시원함이 전달될 것 같고 새콤달콤한 비빔밀면을 먹으면 입맛을 살려주는 역할을 해줄 것만 같았다.


메뉴판을 천천히 째려보며 깊은 고민에 빠진 우리.

결국 물 하나 비빔 하나 그리고 남편이 좋아하는 만두까지 먹어보기로 했다.



가격까지 착하다


먼저 물밀면을 분석하기 시작했다. 육수를 한 입 먹어보니 이건 부산에서 먹던 밀면 맛이 아닌가!

반가운 밀면을 눈앞에 두고 너무 놀라 남편에게 말했다.


여보! 완전 부산밀면 맛인데? 먹어봐.


그 정도야?


맛을 보더니 더 놀란 남편. 진짜 비슷한 맛이 난다며 얼른 겨자와 식초를 넣어 맛있게 섞었다. 또 잠시 침묵이다. 맛있는 음식을 만나면 대화가 사라지는 우리다.





그렇다면 비빔밀면은 어떨까. 새콤달콤한 비빔밀면 한 그릇 뚝딱 먹고 나면 없던 입맛도 살아나는 비빔의 묘한 매력이 있다. 오늘도 그 매력에 빠지고 말았다. 면을 맛있게 비빈다. 양념과 하나가 되도록 살살 뒤적이며 비빈다. 면에는 가위를 대면 맛이 없어진다는 말을 믿는 편이라 자르지 않고 적당히 잘 덜어내어 먹는다. 진실은 알 수 없으나 지금까지는 모든 면을 자르지 않고 그렇게 먹었다. 믿거나 말거나지만 말이다.





이번에는 만두. 피가 얇아 속이 보이는 만두는 남편이 좋아하는 음식이라 메뉴에 있으면 꼭 맛을 본다. 반면 나는 만두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고등학교 시절 통기타 동아리였다. 축제 준비로 늦게까지 학교에 남아 연습을 했었는데, 배고픈 우리를 위해 군만두 한 박스를 포장해서 가져다주신 학부형이 계셨다. 얼마나 감사한지, 배가 고팠던 우리는 정말 맛있게 군만두 한 박스를 먹었다. 라면 박스 한 박스 정도의 양이었는데 너무 많이 먹어서인지 그 이후로 만두를 자꾸 피하게 된다.


보통 하나 정도 맛만 보거나 하나도 안 먹고 남편에게 주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새로운 곳에 왔으니 하나만 맛을 볼까? 하며 반으로 자른 뜨거운 만두를 후후 불어서 입속으로 넣었다.

오~맛있는데 하나 받고 하나 더!

만두까지 맛있다니 맛집이 맞구나 싶었다.




조용히 밀면을 먹으며 고개를 든 순간. 눈앞에 보이는 건 효리네 민박의 든든한 사장님 상순 님의 사인, 그 옆에 나란히 보이는 것이 바로 효리 언니 사인이었다.


여보 저것 좀 봐.

효리 언니가 다녀 갔나 봐!


남편과 동갑인 슈퍼스타 효리 언니의 사인을 보니 밀면이 더 맛있게 느껴지는 게 아닌가.



언니가 맛있다니 저도 맛있네요



사실 집 근처의 맛집을 검색하다 보면 효리 언니가 다녀갔다는 곳이 종종 보였다. 그러나 밀면집에서 효리 언니의 사인을 볼 줄이야. 효리 언니 덕분에 즐거운 기분으로 맛있게 먹었다.


여름휴가철이라 효리네 민박처럼 매주 지인들이 집으로 오고 있다. 오늘도 푸르뎅뎅 민박집에 오신 두 번째 손님을 모시고 바닷가에서 파도타기를 하다가 돌아왔다.

우리 집에 오신 손님이니 잘 대접해서 보내드려야지.




조용하던 산속에 시끌벅적함이 가득하다.

올여름은 효리 언니 민박집처럼 많이 바쁠 예정이다.



엄마의 작가명을 닮은 민박집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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