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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름의푸른색 Sep 25. 2023

돌멩이 이야기

공항 검색대에서 첫째의 가방이 걸렸다. 전기 파리채를 겨우 해결하고 이제는 괜찮겠지 하며 검색대를 통과했지만 또다시 덜컹거리며 방지턱에 걸려 버렸다.

자, 이번에는 어떤 물건일까? 이제 흥미롭기까지 하다.




아이들의 가방에는 예상치 못한 물건들이 항상 들어있으므로 애써 담담한 척 웃었다. 한 편으로는 대단한 물건이 나올지도 모른다는 두근거림과 동시에 눈으로 직접 보지 않아도 별거 아닐 야하며 걱정하는 아이에게 웃어 보였다. 아이의 백팩을 살펴보니 정말 의외 물건이 나왔다.

그것은 바로 돌, 돌멩이였다. 마시멜로 크기의 회색 돌은 검색대 위에서 우리에게 해맑게 인사를 하고 있었다.




독서모임 선정도서였던 은희경 작가의 또 못 버린 물건들에도 돌 이야기가 나온다. 나는 그 부분을 읽으며, 아니 정말 돌을 수집하는 사람이 있구나 싶었다. 왜냐하면 첫째의 취미 중에 하나인 작은 돌이 모으기가 있기 때문이다. 길을 가다가도 운동장을 뛰어놀다가도 아이의 바지 주머니와 책가방 안에는 항상 돌이 있었다. 정확히는 광물에 대해 관심을 가지면서 시작되었던 돌 사랑. 특히 살짝 반짝이는 부분이 있는 돌을 주로 주워 왔는데 엄마로서는 돌 때문에 불편한 일들이 생기기 마련이었다. 세탁물에서 갑자기 톨이 튀어나오거나 집안 여기저기에 돌이 놓여있다는 것이 낯설고도 어색했다.




아이의 1학년 시절, 반에서 다 같이 '애완돌' 키우기를 했었다. 맨들 거리는 동그란 돌을 예쁘게 꾸미고 종이로 작은 상자를 접어 집을 만들어 주었다. 상자 안에는 얇은 종이를 국수처럼 얇게 잘라서 폭신한 둥지 역할을 하도록 했다. 아이의 작은 손바닥 위에 들어가는 작은 돌과 상자. 한동안 매일 말을 걸어주며, 노래도 불러주고 애지중지 돌보아 주었다. 작은 동심이 피어나는 귀여운 순간을 바라보는 나의 마음도 몽글몽글 부풀어 올라 한 뼘쯤 순수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그렇게 돌을 사랑하기 시작한 아이는 3학년이 된 지금까지도 돌을 모으고 있었던 것이었다.




검색대 앞에서 놀란 토끼 눈으로 가방을 응시하고 있는 아이. 직원은 가방을 열어도 되겠냐고 정중하게 물어왔다.


"가방 안에 돌이.. "

"아... 네..."


남편과 나는 웃음이 터지고 말았다. 아이도 별거 아니라는 말에 아이의 긴장했던 표정도 살짝 미소가 흘렀다.

마시멜로 크기의 돌을 마주하고서야 우리는 검색대를 통과할 수 있었다. 돌이라니,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남편이 진지하게 말했다.


"그냥 수석을 하나 사줄까?"

"아니~"


그러다가는 정말  온 집안에 돌무더기가 생길 것 같다. 무생물에도 애정을 나누는 아이의 예쁜 마음만 간직하려고 한다.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눈에 보이는 돌들, 그냥 같이 살자 우리!




돌과 돌 그리고 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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