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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름의푸른색 Oct 23. 2023

귤 가족의 패키지여행

콘테나에 담긴 귤의 여행이 시작되었다. 

자기도 동그란 주황색이면서 캐리어도 동그란 주황색이다. 통 동그랗고 주황색인 채로 올망졸망 캐리어까지 껴안고 있다. 단합 하나는 끝내주는 귤 가족. 인원은 좀 많지만 그래도 행복한 가족 모임이다.




여행 준비를 끝낸 귤 가족. 이번 여행은 대가족 패키지여행이다. 사돈에 팔촌까지 모두 모여 노오란 콘테나에 몸을 실었다. 오랜만에 만난 가족들은 근황 토크를 시작했다. 어느 집 귤은 고3 수험생 귤이라더라 누가 셋째귤을 낳았다더라 또 다른귤은 내년에 귤 초등학교에 입학을 한다더라.. 쑥떡쑥떡 떠드는 소리에 콘테나가 들썩인다.


원래 바다 건너면 다 해외여행 아닌가?

콘테나 배를 타고 여행을 떠나는 귤 가족의 표정도 잘 익은 귤처럼 주황빛이다. 단체 여행에는 주황색 티셔츠를 입기로 했는데 가끔 초록색 스카프로 포인트를 준 패션에 민감한 귤도 있다. 주황색 사이에 떡하니 보이는 초록색이 눈에 띄게 선명하다. 어쨌거나 그들은 지금 많이 즐겁다. 여행은 원래 준비할 때가 제일 신나니깐.




신생아 귤부터 할아버지 할머니 귤까지 3대가 나란히 앉아있는 귤도 보인다. 살짝 쭈글해진 귤과 갓 태어난 귤이 한데 섞여있지만 가족이라 전혀 이질감이 없다. 할아버지의 무릎 위에 3살짜리 여자 아기 귤이 과자를 먹으며 애교를 부리고 있다. 할아버지 한 입 나도 한 입. 아이의 과자를 받아먹는 할아버지의 표정이 인자하면서도 평온하다. 아이의 재롱에 모두의 시선이 집중되고 콘테나 안은 따스함으로 가득 찬다. 여행을 떠나는 귤 가족 노오란 콘테나에 담겨 다 같이 "출발"을 외쳐본다.




출발 전 단체 사진도 필수!

귤 사진만 찍어주는 전문 스냅 작가의 목소리를 따라 귤 가족의 목소리도 한껏 커진다.


"하나 둘 셋! 감귤청~"

"감귤청~~~"


찰칵! 찰칵!


손에 손을 잡고 말린 귤 칩을 와작 깨물며 여행을 시작하는 귤 가족의 즐거운 패키지여행이 드디어 시작되었다. 부디 서로를 잘 껴안아 잃어버리는 귤이 없기를. 너무 신이 나서 부딪혀 멍들지 않기를. 가는 동안 서로의 마음도 예쁜 주황빛으로 무르익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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