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는 지금 온통 귤귤귤 귤이다. 이리 봐도 저리 봐도 포도송이처럼 주렁주렁 열린 주황색 귤이 알맞게 익어가고 쌀쌀한 바람도 적당히 불어오는 귤의 계절을 맞이하고 있다.
남편과 나의 귤 나무 사랑은 어느 정도 예견되어 있었다. 초록색 귤이 크리스마스트리에 조명을 켠 듯 주황색 불빛을 발산하면서부터 귤 나무는 우리에게 소중한 존재가 되었나 보다. 우리는 감탄에 감탄을 더하고 심지어 황홀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매일 봐도 예뻤다.
"귤이 주렁주렁 열린 귤 나무 한 그루만 거실에 있으면 좋겠다."
"그러니깐. 어디가면 귤 나무를 살 수 있지?"
거실에 둬야 하니 너무 큰 아이는 부담스럽고, 귀엽고 앙증맞은 사이즈의 귤나무는 어디에서 팔까. 의문을 더해가던 어느 날 세화 오일장 주차장 입구에서 드디어 귤 나무와 만나게 되었다.
"여보, 귤나무 있어. 나 여기서 내려줘"
"일단 주차하고 올게. 가서 보고 있어"
캬~ 귤 나무가 종류별로 있다. 천혜향, 금귤, 한라봉까지 귀여운 열매가 2~3개씩 열린 작은 나무였다. 집에서 키우기에 딱 좋은 사이즈였다. 이럴 때는 앞뒤 없이 진행시키는 거다. 남편이 도착하기도 전에 나무의 수형을 요리조리 살피다가 천혜향 나무 하나를 골랐다.
"사장님, 이거 얼마예요?"
"만 오천 원이요."
"이거 실내에서 키울 수 있어요?"
"그럼~"
오케이 콜. 커다란 비닐봉지에 천혜향 나무 하나가 들어간다. 주차를 끝낸 남편도 귤 나무를 보더니 싱글벙글이다. 간단히 장을 보고 집으로 돌아와 쿠팡으로 작은 토분을 주문했다. 토분이 도착하길 기다리는 이틀이 너무나 길었다. 우리는 진지하게 화분 갈이를 시작했다. 둘째도 달려와서 이리저리 흙을 담아주었다. 학교에서 돌아온 첫째는 귤 나무의 이름을 지어왔다고 했다.
"엄마 '규리' 어때요?
"예쁜데?"
짜잔~ 소중한 생명이 +1 되었습니다. 천혜향 하나가 열린 작은 귤 나무지만 매일 봐도 사랑스럽고 귀엽다. 아까워서 먹지도 못하고 매일 자린고비가 생선을 바라보듯 멀리서 바라만 보는 짝사랑이 시작되었다.
아쉬운 가을이 지나간다. 한라산에 눈이 내리고 나서는 날씨가 제법 추워졌다. 갑자기 선선해진 공기 때문에 아침에 거실에 나오면 살짝 서늘한 느낌이 든다. 그럴 때 이 귤나무를 바라보면 생명의 온기가 느껴진다. 살아있구나. 너도 나도. 오늘도 잘 살아내 보자 우리.
주황색 천혜향 열매는 고고하게 매달려 자신의 존재를 뽐내고 있다. 언제 떨어질지 모르는 마지막 잎새 같은 귤이지만 매달려 있는 동안 너는 우리의 가족이니 오랫동안 함께 하고픈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