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진한 짙은 어둠이 살고 있는
숲속에 홀로 서있는 나무
그때도 지금도
같은 자리에 있다.
뿌리를 내리고 있기에
같은 자리에 있다.
움직이고 싶지 않은 걸까
움직일 수 없는 걸까
불이었다.
집어삼킬 듯 무섭게 다가와
타닥타닥 소리를 내며
나무를 태운다.
살갗이 타는 냄새가
사방에 널려있다.
귓가에 들려오는 날카로운 소리
새끼를 잃은 어미의 울음인지
어미를 잃은 새끼의 울음인지
타닥타닥 타는 소리와
처절한 울음이 뒤섞여
짙은 숲속에 낮게 깔린다.
서서히 다가온 불이
나무를 완전히 태우고 사그라들기를
웅크린 마음으로 기다린다.
만족스러워하며 기쁘게 떠나는
불의 뒷모습을 보는 일.
불이 다녀가고
나무 안에서는
불의 속성이 태어났다.
너를 품고
너를 소멸시키고
너를 다시 피워낸다.
뜨거운 너를 삼켜
어르고 달래며 살아간다.
여전히 뜨겁지만
이제는 뜨겁지 않다.